우울증의 완치는 누가 판단하는 걸까요
의사가 판단한 다기에는 환자의 의지에 달린 일이고,
환자가 판단하기에는 모순적인 병입니다.
요즘은 약을 꾸준히 잘 챙겨 먹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꽤나 독하지만 일상생활을 활기차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다량의 약을 섭취합니다. 점심약은 사라졌습니다. 하루에 네 번씩이나 약을 챙겨 먹던 시절을 이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귀찮은 약이었죠. 저녁약은 약간의 불안과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섭취합니다. 겨우 한 알이지만, 자해를 하지 않는 지금의 저를 보면 저녁 시간의 활기도 중요한 듯합니다. (사실 약물의 힘으로 꾸준히 글을 쓰고 일을 하며 움직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기 전에는 필수적으로 취침 전 약을 복용합니다. 이는 제가 절대 빼먹지 않는 약 중 하나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는 잠을 자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엉거주춤 잠들어 2시간에 한 번씩 깨어나 정신이 선명해지는 불쾌한 경험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삶을 사는 제가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합니다. 서비스를 하고 고객과 대면하고, 그들 앞에서 웃는 얼굴로 해맑은 친절을 베푸는 일을 합니다. 약을 먹지 않는다고만 가정하면 경제활동도 하고 글도 꾸준히 쓰고 하루에 책도 두 권이나 읽는 집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저는 아직 완치가 아닌 걸까요?
우울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저는 사람을 깊게 사귀는 것이 두렵습니다. 특히나 연인 관계는 더더욱이 신중합니다. 제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사람도 있고, 제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하여 도망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반면에 제게 자신의 속도를 강요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빠르게 연인 관계를 맺고 싶어 하고, 어떻게든 관계를 정의하려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관계의 굴레 속에서 오늘도 저는 그저 포켓몬처럼 누군가가 몬스터볼을 던져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울증 환자에게 연애는 독일까요.
지금은 아무렇게 않게 말할 수 있는 지나간 인연을 되짚어보았습니다. 그는 저에게 자신이 독이라며 떠났습니다. 저의 우울증 호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했죠. 예. 사실 맞는 것 같습니다. 그때는 적어도 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한 탓에 저의 아픔으로 인한 힘겨운 이별을 하고 싶지 않다는 저의 이기적인 욕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이 사랑 없이 살진 못하기에 저는 여전히 사랑을 찾습니다. 저의 완치 여부와는 상관 없이 그저 옆에 있어줄 사랑이요.
오늘은 주절주절 완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주변에 우울증 환자들을 두고 있나요? 당신이 생각하는 완치는 무엇인가요? 매일매일 늘어가는 물음표에 당황한 지도 오래, 이제는 즐기는 삶입니다.
사진/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