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상대성
누군가에게는 운명인연
누군가에게는 시절인연
저는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 뜻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느낍니다. 사람에게는 인연의 끈이 존재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내가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과 노력하여 인연이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관계를 흔히들 '나만 놓으면 끝나는 관계'라고 합니다. 그런 관계를 유지했던 날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고, 이 사람이 아니라면 나의 인생은 무의미해질 것 같은 두려움에 돌아오지 않는 애정을 갈구하며 연을 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관계가 끝나고 나면 허무함이 자리 잡습니다.
'나만 이 사람을 이렇게 생각했나?'
'너는 나를 원하지 않았는데, 내가 부담스럽게 했나?'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 결국엔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으로 깊게 들어가고 맙니다.
그런 동굴에 백번이고 들어가 보니, 나오는 길을 하나 더랍니다. 내가 미련을 버리는 것. 우리는 여기까지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보내주는 것. 섭리란 존재합니다. 그 사람과의 인연이 여기까지였다면, 우리는 그저 거기까지 인 것이겠죠. 그 사람과의 인연이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이 동해 어떠한 이유를 찾아서든 인연을 이어갔을 것입니다.
지나간 사람은 붙잡지 않는다는 논리와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저 그러려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연의 에너지가 사라졌다. 노력 없는 마음의 연은 끝이 정해져 있고, 그게 내 지금 이 시절에 가장 빛나게 해 주던 하나의 시절 인연이었다. 그리 생각하고 넘깁니다.
남겨진 사람도, 남겨두고 간 사람도 마음은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의 애정 관계를 떠나보내고 후련함을 느끼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봅시다.
시절인연이었구나.
하나의 시절인연을 보내며 잊기 위해, 또 다른 시절인연을 만들지 않으면 되겠다.
사진/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