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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한테 소풍 가자고 애원한 썰

by 브라질의태양 Jan 26. 2025



복지관에서 1년에 한 번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를 간다.

그중 거동이 불편해서 작년에 나들이를 못 가신 어르신이 계셨다. 케이블카 타고 와서 점심 먹는 일정이라 이동에도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

어르신 댁에 찾아가서 함께 가자고 하니 "걷기가 힘들어서 어디 가지도 못한다. 젊은 사람들 고생시키는 것 같아 안 가려고."라며 나를 달래듯 웃어 보이셨고 나는 "많이 걷지도 않고, 함께 가는 거라 부담 없으실 거예요. 이럴 때 다 같이 가면 좋잖아요."라는 얘기를 두어 번 반복해서 주고받았다.

"케이블카는 한 번도 안 타봤는데... 언제 간다고?" 달력을 보시며 동그라미를 치고 잊지 않게 '케'라는 글씨까지 적으신다. "그날 요 앞에 정자에 나가있을게."

어르신은 드디어(?!) 큰 다짐을 하신 듯 함께 하려는 마음을 보이셨다.


하지만 나는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부끄러운 마음이 순간 훅- 들었다. '정말 이 기회에 바람도 쐬고 좋은 시간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었나? '많이 가면 좋으니까, 봉사자분들도 많이 오는데
어르신들이 많이 안 가면 안 되니까'라는 마음이 더 컸을까?

당연히 전자의 마음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두 생각이 떠올랐다는 건,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일까.


어르신은 연신 고맙다고 하셨고,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서는데 "비 오는데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이 문밖을 따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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