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어 시내에 나가 밥을 먹고 카페 가는 길에 골목을 지나게 되었다.
헐? 물고기 조각 앞, 화분이 깨져있었다. 직사각형의 갈색 화분.
조각상 옆에 있는 김밥집 사장님께 "혹시 이 화분 깨진 거 보셨어요? 누가 그랬는지 아시나요?", "그거 어제 아침에 골목으로 차가 들어오다가 깼어.".
어제 아침에 골목으로 차가 들어오다가 깼어... 내가 발견한 시간은 일요일 저녁 8시,
화분이 깨진 건 토요일 오전 10시쯤.
대략 22시간 동안 그 자리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거네.
늘 차가 드나들던 골목이다 보니 얼마 전에도 진입하던 차가 조각품의 일부를 못 보고 들이받아 보수하는데 큰돈이 들기도 했다. 조각품도 보호할 겸, 꽃길로도 가꿀 겸 놔뒀던 화분이었는데. 그 후 골목 주민 몇몇 분께 여쭤보니 다들 알고 계셨다.
그 긴 시간을 방치해 두고 치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멍하니 산산이 조각난 화분을 한참 보고 서있었다.
그때 뭔가 마음속으로 '너네가 만든 거니 너네가 치워라.'는 생각이 불쑥 올라왔다. 맞다. 주민들이 조각상을 만들어 달라고 했나? 화분을 놓아달라고 했나? 주민들이 사는 동네인데, 주민들이 주인 되게 묻고 여쭈어야 했는데 그저 각자의 역할을 다해 꾸미고, 조각하고, 설치했을 뿐이다.
그때 깨달았다. '주민조직화', '마을만들기'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무언가 해주는 게 아닌 주민과 함께 해야 된다는 것을.
이론으로는 그렇게 배워놓고 이제야 '아!' 하다니 쯧쯧.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인가. 캔커피 홀짝거리며 강구안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며칠 뒤, 조각상 주위로 못 보던 화분이 몇 개 놓여 있었다. 알고 보니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는 바로 옆 편의점 사장님이 "하도 조각상이 찌그러지고 화분도 깨지고 해서 우리 집에 있는 큰 화분을 놔뒀어."라고 하셨다.
편의점 사장님은 프랑스 작가들이 조각품을 만들 때 전기를 빌려주셨었다. '내가 만들진 않았지만 전기라도 빌려줬다.'는 것이 '화분을 둘러 조각품을 지켜야겠다.'라는 마음이지 않으셨을까. 작은 참여였지만 함께 했다는 마음, 일조했다는 마음, 이거지!
앞으로도 그 귀한 마음을 생각하며 주민분들이 주인 되게 옆에서 거드는 역할을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