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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대호 변호사 Dec 06. 2024

민사 소송일지 여덟번째 페이지
: 종중징계결의무효소송

종중징계결의 절차의 중대한 하자를 이유로 "전부 무효" 입증한 사례

"제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것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저도 얼마나 시달렸으면 그랬겠냐고요."


자신을 한 종중의 종원이라 설명한 의뢰인은 몇 주 전 열린 징계결의에서 종권 정지 2년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본인은 종중이 정한 일이라면 군말 없이 따르는 사람으로 결정을 이해하고자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징계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더랍니다.


왠지 임원들 밖에 없었던 거 같고, 알고 있던 것과 실제 징계 수위가 다른 것도 있고 어딘가 수상쩍다고 저를 찾아오셨지요.


사실 종원이 종중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을 뒤집는 것은 큰 힘이 필요합니다.


정말 튼튼한 증거가 뒷받침이 되어주어야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고, 워낙 사안이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기에 주저하는 변호사들이 많지요.


"변호사님도 이거 안맡으시려고 하는 건 아니죠? 저 벌써 3군데나 연락했는데 다 어렵다고 안한다 하더라고요. 찾아보니 변호사님 사건 해결하신거 많던데요?"


의뢰인이 말에 저는 미소를 띄며 이렇게 대답했지요.


"저를 찾아오신 분을 제가 거절할 이유가 어디있겠습니까, 보고 오신 만큼 확실한 해결 도와드릴게요."


어째서 받은 징계가 억울하냐 질문하니 이렇게 대답해주셨습니다.


보통 징계 순서가 이렇거든요. 2개월 정지, 4개월 정지, 6개월 정지, 1년 정지 이렇게요. 근데 저는 2년이나 받았고요.

제가 같은 종원을 형사고소한 사안이 있어요.

하도 저에 대해서 헛소문을 퍼트리고 다니길래 허위사실유포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징계받을 때는 수사 중이었어요.

지금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취소됐고요.


저는 이 사실을 듣고는 종중에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규약들과 징계결의 당시 회의록이나 참여자 명단이 있으면 가져다 달라고 했지요.


1. 징계 사유를 억지로 해석하여 적용한 점


종중에는 각각 규약이나 규정들이 존재합니다. 해당 규약에는 종원들의 분란이나 큰 결정 사안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그들만의 법률로 만들어져있지요.


이번 사안의 경우도 그 규약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를 살펴보면 '분란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고소 또는 고발을 일삼는 자에게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를 가지고 의뢰인을 징계하려고 한다면 '고소 고발을 일삼는자'에 해당되는 지 이로 인해 '분란을 일으켰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의뢰인이 같은 종원을 고소했던 이유는 계속해서 거짓된 사실을 퍼트려 의뢰인의 신위를 깎아내렸기 때문입니다. 이를 듣고,목격한 자가 같은 무리에 수십명이나 되었지요.


따라서 의뢰인의 행동은 단체에 분란을 일으킬 정도가 아니며, 자신의 권리보호를 위해 적법하게 형법을 이용하여 상대를 처벌하려 한 것 뿐입니다.


단 한 번의 고소와 수사로 '고소 고발을 일삼는' 이라는 표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두 번 이상의 고소가 있어야 해당 단어를 붙일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종중 측에서 이 조항을 이유로 징계를 내린 것은 억지로 해석하여 잘못 적용하였으니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2. 징계결의회의가 대의원총회가 아닌 임원회의였던 점


마찬가지로 규약에 따르면 '종원의 징계를 결정할 때는 대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결정해야하며 당사자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종중에서 규정하고 있는 징계의 최고 수위는 종권정지 1년이지요.


하지만 의뢰인은 징계로 2년의 종권정지를 당하였을 뿐 아니라 입수한 회의록에 의하면 해당 결의가 있던 회의는 대의원총회가 아닌 임원회의였습니다.


회의록을 살펴보면 임원들의 이름과 서명만 적혀있을 뿐 다른 의원들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 징계는 임원들끼리 다른 것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마침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규약을 위반한 결정으로 과한 징계를 받게 된 의뢰인에게 종중징계결의무효임을 주장했지요.


증거를 통한 주장을 강력하게 피력한 결과 재판부에서는 이를 검토하고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종중징계결의무효소송에서 무효를 주장한 원고 측의 주장과 근거를 확인해본 바 피고 측의 유책이 확실하다.

큰 결정 사항의 경우에는 규약에 따라 이를 진행하고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결정에 이의가 발생한다고 했을 때 이를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원고의 주장에 따라 다시 검토한 결과 피고 측의 억지 해석과 적용으로 과한 징계를 받게 된 것을 전부 무효로 한다.


내내 어른들의 뜻을 거스르는 것 같아 괴로워하시던 의뢰인은 종중징계결의무효소송에서 승소하여 전부 무효로 하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환한 얼굴로 바뀌셨지요.


저를 선택하여 일을 진행한 것이 행운이었다면서 자신의 불안을 떨쳐주게 해줘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저 역시 저를 믿고 와주신 의뢰인께 감사하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종중징계결의무효와 같은 사안은 일반적인 변호사들이 경험하기에 어렵고 까다로운 사건이 맞습니다.


해당 단체를 이해해야지만 사안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남들은 잘 도전하지 않는 분야를 도전하며 늘 어려운 곳에 계신 분들과 마주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이와 비슷한 분들이 읽고 계시다면 이렇게도 해결하는 사람이 있으니 큰 걱정하지 말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 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명함이 나왔습니다. 아래 두고 갈테니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제 명함을 활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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