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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대호 변호사 Dec 02. 2024

민사 소송일지 다섯번째 페이지
: 종중건물명도소송

의류회사를 상대로 밀린 월세 1,000만 원과 손해배상, 퇴거까지 성공

"이렇게 월세를 주지 않는 회사는 또 처음본다 아입니까, 어째 13개월을 밀려뿌노!"


자신을 유려 깊은 가문의 종중 대표라고 소개하셨던 의뢰인은 심한 사투리로 월세를 밀린 세입자에게 대해 길길이 화를 내시더군요.


몇 개월을 밀린 경우는 저도 일반적인 명도소송을 진행하며 몇 번 본 기억이 있지만 13개월이나 밀렸다 하시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일단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월세를 지급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버티셨냐 물으니 이렇게 대답하시더군요.


"선비는 돈에 급급하면 안되는기라! 그래도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어련히 주겠지 이 생각으로 달라 안했지요."


언젠가는 주겠지 싶기도 했고 재촉하기에도 본인이 나름 명문가의 직계 후손인데 돈에 급급하는 것 같아 독촉하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티게 둘 수는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에게 찾아오셔서 해당 회사를 내쫓아주고 종중이 입은 손해금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사건을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의뢰인에게 종중건물명도소송을 통해서 회사는 퇴거시키고 밀린 월세와 손해배상금까지 받는 민사소송을 진행하자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진행되었지요.



먼저 명도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조건을 필요로 합니다.


해당 사안의 경우 상가였으므로 3기 이상의 월세 미납이 있으면 명도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요.


벌써 13개월이나 밀려있었기 때문에 이는 따져보지 않아도 해당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아래와 같이 진행했는데요.


1. 계약해지통보를 의류회사 대표에게 발송한 점


이미 13개월의 월세를 밀린 의류회사는 종중과 임대차 계약을 할 때 대표 A씨를 앞에 두고 계약했기 때문에 계약해지와 관련해서도 A씨에게 통보했습니다.


월세를 제때 납부하지 않은 세입자에게 임대인이 계약해지통보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이를 지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죠.


이미 구두로 여려번 '이럴거면 나가라'고 한 것을 들었음에도 퇴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문서와 문자로 퇴거할 것을 요구하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제 도움을 받아 계약해지통보를 전달하였기 때문에 절차 상 문제가 없는 것은 물론 전달 이후 대표 A씨가 의뢰인에게 전화하여 퇴거 요청 받았고 알겠다고 하였고 이를 추후 소송에 쓰기 위해 녹취해두었지요.


2. 종중의 명도소송 진행에는 하자가 없는 점


의류회사는 2년의 월세 계약을 맺은 뒤로 4개월만 월세를 제 날짜에 입금하고 그 이후부터는 지급하지 않았는데 그 기간이 13개월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종중건물명도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것이며 이에 대한 증거로 임대차계약 당시 작성했던 계약서와


월세가 입금되었다가 정지 된 종중의 통장 입출금내역서를 증거로 제출하였지요.


3. 적법한 계약해지통보 이후 회사 대표가 무단점유를 하고 있었던 점


계약해지통보를 전달한 상황에서 의류회사도 이를 알고 있었던 것이 녹취록을 통해 명확하게 확인되는데도 불구하고 회사의 대표는 계속 상가를 점유한 채로 퇴거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이미 명확하게 인지한 뒤에도 계속해서 점유한 시간이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월세를 받지 못해 재산적 피해를 입은 종중이 퇴거 요청 이후에도 나가지 않은 의류회사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서 제공하는 월세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재산적 손해가 추가로 발행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모든 증거와 상황을 듣고 이렇게 판결했습니다.


의류회사에게 밀린 월세 1,000만 원을 종중에게 지급하라. 그와 동시에 건물에서 퇴거하여 목적물을 인도하고 무단 점유 기간 동안 종중에게 발생한 재산적 손해에 대하여 일 단위로 나누어 퇴거하는 날까지의 월세를 계산해 그 손해액을 지급한다.


의뢰인은 재판장에서 박수를 치며 이렇게 말하시더군요. "아 그라제~! 이것이 옳게 된 판결이여!" 라고 말입니다.


의뢰인께서는 모든 판결이 종료되고 밀린 월세와 손해배상금까지 전부 받고 난 뒤에 저에게 전화가 하셨습니다.


덕분에 못받을 것 같았던 비용 모두 받게 되어 좋다며 언제 한 번 행사할 때 초대하시겠다며 말이지요.


유난히 호탕하셨던 종중 회장님의 모습이 떠올라 괜시리 저까지 호탕해지는 마음에 그러겠노라 약속까지 했지 뭡니까.


종중건물명도소송은 대리 관리인이 있기도 하고 여러 관계자들과 얽혀 있을 수 있어서 일반적인 경우보다 약간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좋지요. 특히 세입자가 개인이 아닌 법인일 경우에 더욱 까다로울 있으니 말입니다.


이 글이 종중건물명도소송을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만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소송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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