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 대해 두 번째 이야기이다. 오늘은 좀 쉬어 간다는 의미로 이 작품의 이런저런 변두리 같은 이야기를 할까 한다.
먼저 이 작품의 여주인공 사유리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과 같은 이름이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서의 여주인공은, 시종일관 혼자 나왔다가 아무런 말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이름에 대해서 알 수 없었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니까, 사실이다.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 나오는 주인공 고양이의 이름은 쵸비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 쵸비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와 초속 5센티미터에도 등장한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편에 나왔던 쵸비는 뭐랄까 아직 미완성 같은 느낌이 들지만,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 에미시 제작소에 사는 고양이로 나올 때는 그런대로 고양이다워졌다고나 할까...
바로 등을 보이고 있는 고양이가 쵸비이다. 다음으로 애니의 서론 부분에 사유리가 수업시간에 시를 낭독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을 타쿠야와 히로키가 열심히 듣고 있었다.
".. 너는 내게 간청했노라.. 은하와 태양, 대기로 불리던 세계의.. 하늘에서 내려온 눈의 마지막 한 그릇을... 갈라진 바위 그늘 위로 진눈깨비는 홀로 쌓이노라. 나는 그 위에 위태로이 올라서 눈과 물 새하얀 그 두 가지를 주워 모아.. 투명하고 차디찬 물방울로 가득 찬 이 맑은 노송가지로부터..."
이 시는 미야자와 겐지의 영결의 아침이라는 시이다. 일본 애니 문학소녀에도 자주 등장하는 미야자와 겐지는 아오모리현 아래쪽에 있는 이와테현 출신이다.
*미야자와 겐지 (宮沢賢治, 1896-1933)
이와테현 출신의 일본의 문인이자 교육자, 에스페란티스토이다. 향토애가 짙은 서정적인 필치의 작품을 다수 남겼으며, 작품 중에 다수 등장하는 이상향을 고향인 이와테의 에스페란토식 발음인 ihatovo라고 명명하였다. 지주들의 수탈로 가난에 허덕이던 농촌의 비참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을 썼다. 사후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점점 높아져 국민작가의 이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널리 읽히고 있다. 영결의 아침은 일본 근대 명작시의 하나로, 1923년 11월 27일 두 살 아래의 여동생이 죽던 날에 쓰인 시로 유명하다. 유일하게 겐지를 이해해 줬던 누이의 죽음에 바치는 시이다.
이야기가 옆으로 좀 샜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서, 히로키와 타쿠야가 만들어던 비행체 벨라실러, 하얀 날개라는 이 비행체의 이름을 애니에서는 히로키와 타쿠야가 함께 지은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판에서는 사유리가 벨라실러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사유리와 히로키가 만난 미나미요모기타역南蓬田駅이 처음에는 실제로 존재하는 역인 줄 알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배경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역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아오모리현 츠가루선의 어디쯤에 있지 않았을까 했지만 미나미요모기타역은 존재하지 않았다.
비슷한 이름인 요모기타 역은 실제 츠가루선의 한 역으로 나와 있다.
실제 JR요모기타 역의 모습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이름의 이 역이 배경으로 등장하지 않는 것은 너무 단출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JR 츠가루선은 빨간색으로 칠해진 부분이다. 츠가루 반도의 동쪽 지역을 관통하는 노선이다. 이 노선은 츠가루 해협선(츠가루 해협의 바닷속을 관통하는 노선)을 지나 JR 홋카이도와 연결되고 하코다테에 닿게 된다.
2025년 현재 츠가루 해협선을 통과하는 재래선 열차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고 2016년 3월에 개통된 홋카이도 신칸센이 운행을 하고 있다. 2022년 폭우 피해로, 카니타역蟹田駅에서 민마야역三厩駅 사이가 피해를 입었고, 2025년 현재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2027년에 폐선이 예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애니에 등장하는 역은 어디를 배경으로 한 걸까?
타쿠야와 히로키가 역 구내를 걸어가는 장면에서 나오는 역 표지판에는 미나미요모기타역이라고 쓰여 있다. 이미 설명한 대로 미나미요모기타라는 역은 실재하지 않고, 애니에서 등장하는 역 장면은 이마베츠역今別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음 장면을 보자.
두 주인공이 역 플랫폼에 에 기대 서 있는 장면인데, 실제 이마베츠역의 플랫폼은 다음 사진과 같다.
홈구조와 울타리는 새롭게 가미된 것이다.
사유리가 친구들과 나올 때 보이던 승차권 투입기.. 이 투입기의 실제 모습은 바로 이렇다..
애니에서의 역의 모습이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실제의 역은 가이타역으로 애니에서는 반대로 표현하고 있다.
타쿠야가 내려갔던 구름다리 출구의 모습... 아래는 실제의 모습이다.
역시 가니타역에 있는 구름다리에서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이왕 시작한 로케이션 장소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알아보자면 사유리가 내린 역은 본편 애니에서 나카오구니역이라고 나오지만 실제 그 장면에 나오는 역은 이마베츠역이다.
이 장면들이 사유리가 열차에서 내려서 철로 위를 걷는 장면인데 이 배경의 실제 모습이다.
애니와 실제의 장소이야기는 추후에 또 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애니에 등장하는 유니온에 대한 것이다.
애니에 등장하는 탑의 착공이 전쟁 직후 1974년이라고 되어 있지만 어떤 이유로 전쟁 후에 남북 분단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본편에서는 따로 설명이 없다. 다만 소설판에서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1945년 소련이 일소 중립조약을 파기하고 10월에 홋카이도를 제압, 일본이 주권을 회복한 1950년 이후에도 홋카이도, 현재 에조는 소련 점령하에 놓여 있다. 1956년 흐르시초프가 공산당 제20회 대회에서 러시아, 동유럽, 서 아시아의 모든 공산주의 국가를 통합하는 유니온권의 수립을 선언, 1960년대 후반 에조 안에서 내셔널리즘 운동의 기운이 높아졌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1975년 유니온은 일본과 국교를 단절, 일본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현재에 이른다..."
*실제 역사에서는 1945년 소련이 일소 중립 조약을 파기하고 만주와 사할린섬에 공격을 했지만 홋카이도는 침공하지 못했다.
이렇게 오늘은 작품의 사소한 것들을 알아보았다. 다음 편부터 다시 본격적인 애니해설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