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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작품 해설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세 번째 이야기

by 늘 담담하게

자, 본편 애니의 줄거리와 함께 곁가지에 해당되는 것들을 살펴보면서 진행할 것이다. 이 애니의 여주인공 사유리의 이름에 대해서 앞편에서 잠깐 언급했었다.


예전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의 인터뷰를 찾아보자.


질문자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때문인지 고양이 애호가라고 생각했다. 실제 보니 닮은 것도 같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지금은 죽었지만, 사유리라는 고양이를 길렀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 나온 여성 캐릭터 이름이기도 하다. 고양이의 매력은 그냥 내버려 두어도 혼자 잘 논다는 데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닮았다는 말은 기분 좋은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


그러니까 그가 기르던 고양이의 이름이 사유리였고,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의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며,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도 여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다.


고양이 이야기가 나와서인데, 앞서 쵸비라는 고양이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서 처음 등장해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도 잠깐 나왔고 후속작인 초속 5센티미터에도 나왔다는 것을 이야기했었다.


초속 5센티미터에 나오는 고양이 쵸비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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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키와 아카리가 하굣길에 마주친 고양이의 이름이 쵸비였다. 가까이 클로즈업된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미미는 어디 갔니?"라고 하는데 미미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미미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편에서 등장한 쵸비의 어린 여자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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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편에 등장했던 쵸비의 여자친구 미미이다.


그리고 앞편에서 애니 속에 나오는 장소와 실제의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애니상에 등장하는 배경을 실제의 장소를 취재해서 그리고 있다. 그러니까 그의 애니에 등장하는 배경들은 상상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고 있다.


초속 5센티미터가 개봉되던 때의 인터뷰를 보면 그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질문 -아름다운 경치의 디테일한 묘사가 놀랍다. 작품의 배경은 대부분 실제 장소에서 따온 걸로 알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캐릭터들을 위한 일상적인 풍경이 필요해서 로케이션을 떠난다. 이번에는 한 달 보름 정도 로케이션을 다녀왔다. 1부 배경은 시골인데 사진을 2만 장 정도 찍었다. 머리로 생각했던 시골의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달라서 작품의 배경을 다르게 묘사하기도 했다. 2부 배경을 위해서 가고시마 현에 있는 타네가시마 섬에 가서 촬영했는데, 스태프들이 다 함께 가는 로케이션은 언제나 즐겁다. 1천 컷 가운데 400개는 사진에서 힌트를 얻었고, 사실적인 그림은 직접 손으로 그린 것이다.


애니의 DVD의 부가 영상에서도, 취재를 떠난 내용이 나와 있다. 말이 나왔으니, 지나 회에 이어 본편에 등장하는 장소와 실제의 장소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살펴보자. 극 중에서 하나나 역전에서 히로키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이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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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의 실제 모습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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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전거 보관소는 애니에서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마베쓰역 앞에는 없고 츠가루선의 종점인 JR민마야역 앞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를 그대로 애니로 옮겨온 것이다.


그리고 애니에서 보이는 이토 식당은 JR이마베쓰역 오른쪽에 있는 건물로 이마베쓰역의 식당과 민마야역의 자전거 보관소를 합쳐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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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더 이야기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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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시 제작소로 가던 장면에 나오는 저 고가 높이 2.7M이라는 표지판이 쓰여 있는데 실제의 장소는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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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세헤지역 부근의 고가 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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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가 자전거를 타고 제작소로 가는 장면인데, 역시 실제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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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베쓰역 북쪽에 있는 이마베쓰강 하구의 아스나로다리 부근에서 국도 280호선의 옛길 방향에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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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세 사람이 내려서, 벨라실러를 만드는 비밀의 장소로 가던 장면인데 그때 등장하는 역의 플랫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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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등장하는 에미시 제작소는 JR 츠가루 하마나 역에 내려서 가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 장면에 등장하는 승강장은 JR민마야 역의 승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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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상에 등장하는 건널목은 실제 JR 카니타역 부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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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카니타역 남쪽의 건널목


히로키와 타쿠야, 그리고 사유리가 다니는 중학교는 실제 모델은 이야기의 배경이 된 아오모리현에 있는 게 아니라 나가노현 우에다시에 있는 구 니시시오다니 소학교이다. 참고로 우에다시는 일본 애니 서머워즈(2009년작)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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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애니를 보면서 늘 의문을 품었던 것은 히로키와 타쿠야 그리고 사유리. 이 세 사람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탑은 도대체 어떤 의미였을까?라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이 탑의 설명은 남북으로 분단된 후 유니온이 건설한 백색의 거대한 탑, 건설의 목적은 불분명하고 내부구조는 나노넷의 거대한 리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설계자는 사유리의 할아버지인 엑슨 츠키노에. 탑은 평행 우주의 정보를 수신하는 안테나시설, 양자타워로 건설되었다는 것 그리고 애니상에서는 사유리가 원인 불명의 수면 상태에 빠져드는 것은 탑의 평행 우주 정보가 사유리의 뇌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엑스 츠키노에

작중에서는 따로 설명이 없으나 아이누어에서 유래되었다. 츠키노에는 구나시리섬의 아이누족장의 이름이다. 구나시리섬은 쿠릴 열도에 있는 섬으로 태평양 전쟁 이후 러시아가 영유권을 갖고 있다. 이 섬은 일본이 반환을 요구하는 북방 4개 섬 중의 하나이다.


*평행우주

평행우주(平行宇宙, 영어: Parallel Universe) 또는 패러렐 월드(영어: Parallel World)는 평행 우주설에 의한 가상의 우주 모형으로, 같은 모습을 가지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수없이 많은 우주다. 어떤 우주(세계)에서 분기하여 그에 병행해 존재하는 또 다른 우주(세계)를 의미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평행선 상에 위치한 다른 세계이다. 즉, '내가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뜻하며, 넓은 의미로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는 다중 우주를 의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다중 우주는 여러 개의 우주가 있다는 이론이고, 평행우주는 동일한 차원의 우주만을 의미한다. 차원은 같지만 다른 세계이다.


사실 애니상에 탑은 별로 위협적이 아니었다. 히로키와 타쿠야에게 있어서는 이 탑은 동경의 대상이었을 뿐이었고 사유리와 함께 가고 싶어 했던 다소 낭만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사유리가 사라진 뒤부터 이 탑은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하고, 후반부에서는 이 탑은 세계를 파괴할 것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과연 탑은 어떤 존재인가? 그냥 애니상에 나오는 내용 그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타쿠야와 히로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에조와의 전쟁에 있어 기폭제가 된 에미시 제작소의 오카베의 이야기가 어쩌면 탑에 대해 정확한 설명이 될 수도 있겠다. 소설판에서 오카베는 유니온과의 전쟁 직전에 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미군은 에조 중앙에 선 유니언 양자탑을 병기라고 단정했다."


"요 25년 동안 저 탑은 일본인의 일상 풍경에 동화했다. 탑은 온갖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어. 국가의 상징, 전쟁의 상징, 민족의 상징.. 혹은 절망, 혹은 동경, 어떤 상징인지는 세대에 따라 다르고 입장에 따라서도 달라지지.. 그러나 공통된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누구나 저것을 손이 닿을 수 없는 것...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야... 탑이 있는 한 이 나라는 분단된 채로 남아 있을 테지, 분단된 가족은 분단된 채로 살아갈 테고...."


오카베의 말을 바탕으로 탑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기 전에 앞서 탑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한 에미시 공작소의 오카베와 월터 해방전선, 그리고 유니온에 대해서 알아보고 가자.


먼저 월터 해방전선이라는 단체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일본과 에조에서 활동하는 테러 그룹, 남북통일을 신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름의 유래는 사할린의 원주민인 월타족에서 유래되었다. 지도자는 오카베이며, 에미시 제작소도 윌타해방전선 소속이다. 후에 타쿠야도 활동에 참여한다. 윌타해방전선은 미군과 관계가 있고 "탑"을 파괴하기 위한 "PL 외각 폭탄"을 미군으로부터 입수한다.


그리고 오카베..

The.Place.Promised.In.Our.Early.Days%2C2004.CD2.avi_000572322.jpg?type=w2 부상을 입은 오카베


오카베는 극 초반부에는 히로키와 타쿠야가 비행체 제작을 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오카베의 에미시 공작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는 등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나온다. 하지만 중반 이후... 그가 남북통일을 이념으로 하는 월터해방전선의 리더로 나오며, 도쿄로 떠나버린 히로키가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애니에서는 오카베의 배경 혹은 그가 왜 월터 해방전선의 리더로서 활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에 대한 설명은 소설판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소설에서는 처음에는 이혼한 사람으로 나오지만, 중반부 이후, 타쿠야와 함께 밀항을 하다 부상을 입었을 때 사실은 이혼을 한 게 아니고 남북분단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헤어져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러니까, 오카베가 월터 해방전선으로 활동하는 것은 바로 남북분단으로 인해 헤어져 있던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 애니에서 오카베와 오랜 친구로 나오는 토미자와와 전화 통화할 때 등장하는 사진 속의 세 사람.. 그리고 비행기를 쫓아가는 여학생의 장면이 짧게 스쳐 지나가는데... 이 난데없는... 장면에 대한 설명은 소설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토미자와는 탑을 연구하는 연구소의 책임자로서 타쿠야의 상사이기도 한 인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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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바로 토미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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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자와의 연구실에 있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 왼쪽의 사람이 토미자와 그리고 여학생.. 오른쪽이 오카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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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아가는 비행체를 쫓아가는 여학생... 의문의 이 장면은... 토미자와와 오카베도... 과거에 하늘을 나는 비행체를 만들었고 그들도 히로키와 타쿠야.. 사유리와 같은 우정과 사랑을 나누었던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며, 아울러 한 걸음 더 나아가, 분단된 현실로 만날 수 없는 오카베의 아내가 바로 저 사진 속의 여학생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토미자와는 타쿠야가 연구 시설에 있던 사유리를 빼내가는 것을 용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탑으로 주제를 옮겨서 앞에서 오카베의 정의를 언급한 바 있다. 애니에서도 오카베가 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지만, 소설판이 더 자세한 것 같아.. 소설판을 인용했다.


"요 25년 동안 저 탑은 일본인의 일상 풍경에 동화했다. 탑은 온갖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어. 국가의 상징, 전쟁의 상징, 민족의 상징. 혹은 절망, 혹은 동경, 어떤 상징인지는 세대에 따라 다르고 입장에 따라서도 달라지지.. 그러나 공통된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누구나 저것을 손이 닿을 수 없는 것...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야... 탑이 있는 한 이 나라는 분단된 채로 남아 있을 테지, 분단된 가족은 분단된 채로 살아갈 테고...."


이런 오카베의 말은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정확하게 탑에 대해 정의한 것이다. 그러면 히로키와 타쿠야가 생각하는 탑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부터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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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가 바라보는 탑.


애니에서 히로키가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그 무렵 우리는 어떤 두 가지에 마음을 두었다. 마음을 둔 그 하나는 같은 반의 사와타리 사유리였고... 다른 하나는 츠가루해협을 사이에 둔 국경 반대편에 우뚝 솟은 저 거대한 탑..."이라고 말한다.


타쿠야 또한, 국경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탑에 대해 마음을 두었다.

The.Place.Promised.In.Our.Early.Days%2C2004.CD1.avi_000255463.jpg?type=w2 타쿠야가 바라보는 탑.


이 장면을 통해 타쿠야도 탑에 대한 동경과 열망이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소설판에서는 좀 더 자세하게 히로키가 탑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탑에 대해 말해보자. 나는 탑을 좋아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그것은 이미 에조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나는 그 탑을 매일 멀리서 올려다보며 자랐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 탑에.."


"탑이 나를 비롯한 숱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대체 무슨 목적으로 세워진 것인지 좀처럼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압도적인 것. 사람들은 혹은 나는 커다란 낭만을 품었다.................... 유니온은 뭔가 이유가 있어서 저것을 세운 것이다. 뭔가 있다. 그래 뭔가 엄청난 것이 상상도 못 할 만한 것이. 혹은 뭔가 멋진 것이 , 빛나는 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릴 듯 압도적인 것이...."


"어째서 탑인가 하고 당시의 나에게 물어보았더라면 아마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질문을 받더라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다. 그 동경, 그 초조감은 가까이에서 그것을 매일 보며 자라지 않았으면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십여 년 동안 그 탑을 보고 자란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탑은 나에게 직선이란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주었다."


이렇게 히로키는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란 탑에 대해 경외의 감정을 품고 있었으며 언제인가 이곳에 가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갖게 된 것이다. 타쿠야 또한 그런 열망을 지니고 있었고 그것을 알아본 히로키는 타쿠야와 함께 비행체를 만들어 탑으로 비행하기를 꿈꾼다.


그들에게 있어 탑은 동경과 그리움.. 혹은 열정의 대상이었을 뿐, 그 탑이 어떤 의도로 지어졌는지, 혹은 탑의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카베의 입장에서는 탑은 분명히 위협적인 존재였고 분단 상황을 고착시키는 존재로 여겨 그 탑을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오카베가 이야기한 대로 탑의 의미는 세대에 따라 다르고 입장에 따라 다른 것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히로키와 타쿠야에게 있어 탑은 그저 서 있는 존재이고 다소 낭만적인 존재였다고 하면 기성세대에 속하는 오카베와 같은 성인들에게 탑은 현실적이고 위험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두 개의 대립적인 시각은 이 작품에 있어 중요한 의미인데, 사춘기 소년들의 순수한 열정과 대립하는 꿈이 존재하지 않는 기성세대 즉 어른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탑의 존재. 그렇게 생각하고 자라났던 두 소년은... 탑의 파괴와 함께 그들이 공통으로 꿈꾸던 순수와 꿈의 세계는 사라지고 냉엄한 현실... 어른의 세계로 접어들어 가게 된 것이다.


그것은 오카베와 토미자와의 통화 내용에서 알 수 있다.


히로키가 탑을 파괴하러 간다는 것... 그래서 타쿠야가 사유리를 데려가는 것... 그것에 대해 토미자와가 어린아이들이라고 걱정할 때 오카베가 대답했다.


"돌아올 때쯤이면 그 놈들도 다 큰 어른이라고.."


탑의 파괴와 함께 그들은 더 이상 순수하기만 한 소년들이 아니었으며, 아름다웠던 동경과 열정의 세계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니 타쿠야가, 그토록 소중했던 우정을 나눴던 히로키에게 권총을 겨누며 사유리를 구할 테냐 세계를 구할 테냐라고 묻던 그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는 존재, 순수한 소년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탑은... 히로키와 타쿠야.. 그리고 사유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이상의 세계.. 혹은 열정과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그 탑을 그들 스스로가 파괴한 그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탑이 상징하는 첫 번째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 두 번째의 의미 혹은 상징은 무엇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히로키의 내레이션.


"그 무렵 우리는 어떤 두 가지에 마음을 두었다. 마음을 둔 그 하나는 같은 반의 사와타리 사유리였고... 다른 하나는 츠가루 해협을 사이에 둔 국경 반대편에 우뚝 솟은 저 거대한 탑.."


처음에는 히로키와 타쿠야가 마음을 두었다고 한 두 개의 존재, 즉 사와타리 사유리와 거대한 탑을 각기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품을 여러 번 보고 나서... 깨닫게 된 것은 이 두 개의 존재는 각기 다른 것이 아니었고 결국은 하나였다는 것이다.


즉, 사유리는 탑이었으며 탑은 사유리였던 것이다.


복잡하겠지만 오카베가 탑에 말한 내용을 다시 한번 보자..


"... 그러나 공통된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누구나 저것을 손이 닿을 수 없는 것...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야..."


그렇다.. 말 그대로 탑은 손이 닿을 수 없는 것이었고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

사춘기 소년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은 무엇인가? 대개는 손에 닿을 수 없는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그 대상은 성장해 가면서 사라지거나, 깨어지거나, 혹은 포기하게 된다. 히로키에게 있어 탑은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타쿠야와 사유리와 함께 그곳으로 가자는 약속은 결국 이룰 수 없는 일이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까이서 마주친 탑을 파괴하고야 만다. 첫사랑 또한 그러하다.. 온 마음이 다 빨려 들어가는 것이 첫사랑이지만 그것은 신기루와 같아서.. 대부분 사라지거나.. 잡을 수 없는 것이고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기억 속에서... 추억 속에서 변하지 않고 언제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탑은 손이 닿을 수 없고 변하지 않는 히로키의 첫사랑 사유리와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유니온.

전후 일본의 에조(홋카이도)를 점령하고 있는 나라로 설명되고 있다. 탑의 착공이 「전후 직후인 1974년」으로 되어 있지만, 현실의 역사와의 이동이나 어떠한 경위, 이유로 전후 남북 분단에 이르렀는지까지는 본편 중에 묘사가 없다. 소설판에 의하면, 전후에 독일과 같은 분할 통치에 의해 소련 정부의 점령하에 놓인 홋카이도가, 1956년에 유라시아 대륙의 전 공산국가를 통합하는 「유니온권」으로 통합되어, 1975년에 남쪽과의 국교를 단절했다 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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