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이번 편에서 본편 애니에 등장하는 두 명의 여성 조연 캐릭터에 대해 언급하고 가자.
첫 번째 조연은 타쿠야와 같은 연구실에 근무하는 카시하라 마키(笠原 真希)
같은 연구실에서 뇌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나오는데 어린 타쿠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본편 애니에서 타쿠야는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일이 끝나면 다시 마키 씨를 만나고 싶다고 말하며 사유리를 데리러 간다.
정황상으로 봐서는, 훗날 두 사람이 만날 것 같지만 소설판에서는 두 사람은 이 이후로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다음 두 번째 인물은 히로키가 도쿄에서 만난 동급생. 이름은 미즈노 리카 (水野 理佳)
본편 애니에서는 둘이 같이 걷는 장면에 단 한번 등장하지만 소설판에서는 도쿄에서의 히로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온다. 원래는 남자 친구가 있었지만 히로키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사유리와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방황하는 히로키의 마음은 그녀의 감정을 외면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초기 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지난 기억에 얽매여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조연 캐릭터들이 그런 상황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조연 캐릭터들은 별의 목소리에서도 잠깐 등장했고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는 제법 그 비중이 늘더니 초속 5센티미터에서는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게 된다.
여기서 본편 애니에 나오는 특정 장소와 실제 장소를 잠깐 보고 가자.
자, 이런 맛보기 이야기들은 앞으로 중간중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탑과 사유리는 같은 존재라고 했었다. 애니에서 사유리는 사라지기 전에 꿈 이야기를 했었고 실제로 탑의 꿈을 꾼다.
나중에는 탑의 정보가 사유리의 뇌로 흘러 들어가고 탑이 이상 변환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열쇠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유리였다.
이렇듯 타쿠야와 사유리에게서 벗어나려 멀리 도쿄로 갔지만 탑은 여전히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이것은 마음속에 깊이 드리워진 사유리의 기억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탑과 사유리는 같은 존재로서 히로키가 벗어나려 했지만 벗어날 수 없는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러니까 탑과 사유리는 정신적으로 연결된 상태였으며 결국 쌍둥이와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사유리가 사라지고 난 뒤 커다란 상실감으로 도쿄로 떠나온 히로키. 머나먼 도쿄로 도망치듯 왔지만 그곳에서도 탑이 보인다는 사실에 히로키는 경악한다. 도쿄에서의 히로키의 삶은 어떤가? 고향 아오모리를 떠나온 지 3년이 지나도록 고향을 가지 않은 채 깊은 고독과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또 하나 마지막 부분에서 폭탄으로 탑을 파괴하고 난 뒤의 장면을 보면 언뜻 해피엔딩일 것 같지만 탑이 파괴됨으로써 사유리는 깊은 꿈을 꾸는 기면증에 빠지기 전에 소중하게 간직했던 꿈과 사랑을 잃어버렸기에 무척 소중한 것을 잊고 말았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쏟아내게 된다.
탑과 사유리가 각기 다른 존재였다고 한다면, 아니 단순히 정신적으로만 연결된 존재라면 사유리가 수면에서 깨어난 뒤 뭔가를 잊어버린 상실감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 뒤 두 사람이 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애니에 등장하는 이 탑은 히로키와 타쿠야에게 있어 쉽게 변하지 않는 순수의 세계의 상징이었으며 동시에 영원히 잊지 못할 첫사랑 사유리였던 것이다. 탑이 파괴되는 순간 그들의 순수한 세계는 파괴되었으며, 아름다웠던 그들의 어린 시절은 끝나 버리고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와 함께 첫사랑도 산산조각이 난 채 흩어져 버렸다.
그 뒤의 삶. 그토록 어디론가 그리워했던 곳으로 가고 싶었던 그 열정의 마음은 사라지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삶이 이어졌고, 사유리 또한 잃어버린 3년의 시간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꿈에서 깨어난 뒤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는 메마른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히로키 곁에서 떠나버렸댜. 그리고 히로키와 더불어 꿈을 간직했던 타쿠야 또한 어디론가로 떠나버렸다.
그렇기에 소설 속의 히로키가 예전, 그들이 함께 했던 폐역에 가서 탑을 잃어버린 것은 내 탓이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히로키의 탓만은 아니었다.
그가 쓸쓸히 이야기했듯이... "하지만 그것은 내가 나이고, 그가 그이고, 그녀가 그녀인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들의 앞날은 갈아탈 수도, 목적지 변경도 할 수 없었다...."
분명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이것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세계관, 혹은 사랑과 이별에 대한 시각이 드러난 것이다. 이야기가 너무 철학적이고 복잡해진 것 같기도 하고 애니에서 보여준 갖가지 의미를 소설과 함께.. 퍼즐 맞추듯이 찾아보았는데 아직도 할 이야기들이 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