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소품집 1집
가끔씩 듣는 노래가 있다. 바로 이문세의 슬픈 사랑의 노래이다...
노래의 가사를 먼저 보면...
너를 스쳐 갈 수 있었다면 지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너를 모르고 살던 세상이 마음은 더 편했을 텐데
인연이 아닌 사람이었어 사랑할 수 없다 생각해지
우린 둘이 같이 서 있었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
새하얀 저 거리에서 쌓이던 첫눈 같은 사랑
너를 안고 숨을 쉬면 세상엔 너밖에 없는데
너는 내 곁에 있어야만 해 세상이 조금 더 아플지라도
너를 볼 수 있는 밤이 오면 슬픔은 다시없을 거야
인연이 아닌 사람이었어 사랑할 수 없다 생각했지
우린 둘이 같이 서 있어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
새하얀 저 거리에서 쌓이던 첫눈 같은 사랑
너를 안고 숨을 쉬며 세상에 너밖에 없는데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어 세상이 더 아플지라도
너를 볼 수 있는 밤이 오면 슬픔은 다신 없을 거야...
내가 흥얼거린 부분은.. 인연이 아닌 사람이었어...라는 부분과... 새하얀 저 거리에서 쌓이던 첫눈 같은 사랑이라는 부분이었다. 되새겨 볼수록 외로워지는 느낌이다. 이 노래 슬픈 사랑의 노래는 1999년에 발매된 이문세 13집 휴(休)에 들어 있는 곡이다. 이문세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고 이영훈 작곡가의 곡인데 이문세와 이소라가 듀엣으로 불렀다..
지금 들어도 두 사람의 조합은 정말 괜찮았다. 곡 자체가 남녀의 대화형식으로 작곡되었기 때문에 이문세의 저음과 이소라의 흐느끼는듯한 창법이 어우러져 정말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슬픈 사랑의 노래는 2006년 9월에 발매된 이영훈의 작품집 옛사랑 1에서는 김연우와 이소은이 듀엣곡으로 불러지기도 했는데 이 때는 이문세, 이소라 버전과는 달리.. 이소은이 먼저 부르고.. 김연우가 뒤를 이어 불렀다. 이 곡은 옛사랑과 더불어.. 이영훈이 무척이나 아낀 곡이었다. 옛사랑 1이 발매되었던 2006년. 그의 병이 깊어지던 그때, 그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연우와 이소은이 함께 부른 ‘슬픈 사랑의 노래’는 이영훈 스스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고 내 생에 다시 작곡하기 힘든 곡”이라고 여기는 노래다. 86년 시작해 6년 만에 멜로디를 완성했고, 96년에야 가사를 붙였다. 이영훈은 “곡의 모티브가 아름다운 반면 그 성격이 단순하고 강해 후렴부를 만들기 힘들었다”
사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시기에 대해서 인터뷰 내용과 실제 그의 소품집 사랑이 지나가면에서 밝힌 내용이 조금 차이가 있는데 그 소품집에서는 이렇게 노래의 배경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곡은 1987년에 주제 멜로디를 얻었으나 앞부분인 16마디를 작곡하였을 뿐 멜로디가 주는 영감이 강하여 후렴 부분을 작곡하지 못한 채 미완성으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5년 후인 1991년 겨울에 후렴 부분을 작곡하여 1992년에 지금의 연주곡으로 녹음을 하여 완성하였고 노래로서의 가사 또한 멜로디가 강하여 쓰지 못하다가 1997년에야 글을 쓰고 노래로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쓴 곡 중에 완성하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곡이었고 또한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라 말씀드릴 수도 있는 그런 연주곡입니다"
이 앨범이 위에 나오는 1993년에 발매된 이영훈의 첫 번째 소품집이다. 그가 말한 대로 1987년에 작곡을 시작해서 5년 만에 완성한 슬픈 사랑의 노래는 이 앨범에 실려 있었다. 당시 이 소품집을 테이프로 샀었는데, 이영훈의 애잔한 느낌이.. 그대로 들어 있던 소품집이었다. 이 앨범에 실려 있던 당시에는 아직은 가사를 붙이지 못한 채 관현악 스타일로 편곡되어 있었고 러시아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I2STORappQ
그 후 1997년에 이르러서야 가사를 붙였고 그 후 다시 3년이 지난 1999년에야 이문세의 노래로 발표되었으니 정말 긴 세월을 기다린 끝에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이문세와 이소라가 부른 노래를 들으면서 어디선가 이 노래를 들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을 하다가 한참뒤에서야 그의 소품집에 있었던 곡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그런 노래였다.
그가 대장암이라는 병으로 이 세상을 떠난 뒤 발간 된 광화문연가에 실린 그의 작곡 노트에서, 이 슬픈 사랑의 노래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전체적으로 사랑의 감미로움과 그 아름다운 슬픔에 대해 독백하듯 표현했으나, 후렴부에는 숭고한 사랑의 아픔과 영원할 수 없는 인간들의 만남을 종교적으로 승화시켜 절망하지만 운명에 순응하는 연인의 사랑의 대화를 묻고 답하듯이 표현했다.
가냘픈 여인의 독백 같은 바이올린 솔로에 이어 곡의 중반부에 나오는 첼로의 음률로 남자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 멜로디에 겹쳐 나오는 듀엣 느낌의 바이올린은 슬픈 운명을 부인하고 싶은 여인의 질문들이다. 영원할 듯 이어지는 여인의 슬픈 사랑의 질문에 묵묵히 답해 줄 수 없는 남자의 마음. 스스로 위로할 수 없는 질문과 대답에 서로 슬픔에 격해지며 곡이 끝난다. 사랑의 노래가 아닌 슬픈 사랑의 노래로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Q6wZGNQ1yw
이영훈이 사랑했던 곡 그리고 오늘 같이 쓸쓸함이 깊어지는 날에 들으면 괜찮은 곡, 그게 바로 슬픈 사랑의 노래이다. 마지막으로 가수 김현철은 이 노래에 대해 말하기를...
"편곡하면서 알았죠.. 마흔셋에도 이런 감성을 가질 수 있구나,,, 놀라고 또 놀란 곡"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그의 음악은 ‘음악이 아니다’=딱 한 권의 책, 잘 짜인 작품을 대하는 느낌. 멜로디만큼 가사에 대한 철학을 가졌던 그는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