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이야기
전편에 이어.. 애니에서 히로키와 사유리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된 타쿠야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이미 이야기했지만 히로키가 감정적이고, 답답한 모습이었다면 타쿠야는 좀 더 이성적이고 결단성 있는 캐릭터였다.
똑같이 어린 시절부터 탑을 동경했고 그 탑을 가기 위해 비행체를 만들어갔지만 사유리가 사라진 뒤의 행보는 정반대였다. 히로키는 사유리가 사라진 뒤, 그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고 도피하기에 바빴다.
고향 아오모리에서 벗어나고자, 도쿄의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지만 그는 그곳에서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도쿄에서도 보이는 탑, 다시 말해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도피했던 도쿄에서도 사유리와 타쿠야의 기억에 갇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스스로를 닫아 건채 고립된 삶을 살아가면서 그 누구와도 제대로 된 관계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이후 작품인 초속 5센티미터의 타카키의 모습에서도 반복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는 지나친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비겁하다고 할 수 있다.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타쿠야도 분명히 사유리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뜻밖에 타쿠야의 초대에 의해 사유리가 그들의 장소에 함께 했고.. 이때 그들은 사유리에게 탑에 함께 가자는 약속을 해버린다.
여기서 왜 타쿠야가 사유리를 그들의 아지트로 오라고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데 소설에서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소설에서 히로키의 시점에서 그것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건대 그는 사유리에게 끌리고 있었다. 제대로 된 녀석이 제대로 된 태도로 사유리를 생각하고 있다. 나처럼 말을 돌리거나, 생각에도 없는 말을 그 자리만 벗어나려고 지껄이지도 않고....."
그때까지만 해도 사유리에 대한 히로키의 감정은 그저 관심 있는 정도였지 그것을 사랑이라고 정의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히로키는 타쿠야와 관계를 더 중요시했고 사유리에 대해서는 약간은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로 다시 돌아가면..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때 약간 방해꾼처럼 느꼈다. 결코 무례하지는 않았지만 주저 없이 이것저것 물어오는 그녀에게 다소 위기감을 느꼈다. 정확히 말해서 나는 타쿠야와만 있는 것이 편했고 거기에 사유리가 끼어들게 되어 지금 여기에 있는 무언가가 부서져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와 타쿠야는 둘만으로 이미 완벽한 콤비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이질적인 것 즉 여자애가 섞어 들면 미묘한 균형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이렇듯이 히로키는 사유리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타쿠야와 관계도 신경이 쓰여 있어서 특별한 관계의 진전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사유리를 그들의 비밀 아지트로 초대한 것은 타쿠야였다...
"사유리는 예뻤고 본인은 그 사실에 자각이 없었다. 그 점이 동성의 반감을 샀는지도 모른다. 자각이 없는 매력은 동성의 반감을 살 때가 있다. 사유리는 꿈을 꾸면 줄곧 기억하는 타입으로 그녀는 그런 이야기를 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런 부류의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거북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아이들과 멀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상상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실제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중학교 2학년 때에는 늘 친구들과 통학 전철을 탔던 사유리는 중학교 3학년 여름 무렵에는 늘 혼자서 돌아가곤 했다. 내가 알아차렸을 정도이니까 설령 다른 반이라도 타쿠야 역시 당연히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가 사유리를 우리들의 비밀에 억지로 끌어들인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날의 사유리의 방문은 평온하기만 했던 이 세 사람의 삶에 있어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그들에게 있어 결코 잊지 못할 약속을 한 것이다. 그날 히로키와 타쿠야는 사유리에게 탑에 함께 가자는 약속을 함과 동시에 평범했던 히로키와 타쿠야의 삶에 사유리가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날 하루를 보낸 뒤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히로키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그 무렵에 평생 이대로 이 장소, 이 순간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 가고 싶어 하던 구름 저 편에 있는 그 탑은 내게 있어 소중한 약속의 장소가 되었다. 그 순간은 우린 두려울게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사실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세상과 역사가 움직이고 있었지만 하지만 그 무렵엔 기차 안에 감도는 밤 내음, 친구의 믿음, 공기를 감도는 사유리의 기척만이 세상 전부인 것만 같았다."
소설판에서는..
"사유리의 옛날이야기는 아니지만 저 폐역의 한적한 시간이나 이 전철의 부드러운 침묵이 언제까지고 이어질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일도, 모레도, 내년에도, 그 뒤에도. 그저 개인적으로 동경하기만 했던 저 구름 너머의 탑은 이 날을 경계로 내게 소중한 약속의 장소가 되었다."
"약속해 줘"
그렇게 말한 그녀에게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 그 순간 우리들에겐 겁날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사실은 바로 근처에서 세계와 역사는 움직이려 하고 있었지만 그때 나는 전철에 감도는 밤공기나 친구를 향한 신뢰 공기를 울리는 사유리의 기척만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아니 그것만이 세계의 모든 것이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랐던 것이다."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후... 세 사람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 잊기에는 너무 안타까웠던 순간들이 이어진다.
히로키가 쓸쓸하게 회고했듯이..
" 정말로 그 해 여름은 특별했다. 하지만 날 둘러싼 세상은 이후 몇 번이고 날 배신한다.. 그로부터 3년 그날을 마지막으로 난 사유리를 만나지 못했다."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애니에서 히로키와 타쿠야.. 그리고 사유리가 다니던 중학교 장면이다.
실제는 나가노현 우에다시의 니시오다니 소학교였다. 앞서 설명했던 대로 이 학교는 현재 폐교되었다. 애니상에서 표현되는 장면은 오후의 모습으로, 화면의 왼쪽에서 빛이 쏟아지고 있어 애니상의 카메라는 남쪽에서 찍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 카메라의 위치는 북쪽이다.
애니상에 잠깐 등장하는 체육관의 모습..
실제의 체육관 모습..
애니에서의 음악실에서 사유리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장면...
실제의 장소는 이런 모습인데 애니와 사진 속에 등장하는 저 나무는 벚나무이다.
애니에서 등장하는 음악실은 2층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의 장소는 1층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