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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센모본선 여행 (1) -센모본선은 어떤 노선일까?

동부 홋카이도의 풍경 속을 달리다.

by 늘 담담하게


당초에는 홋카이도의 철도 노선중 구시로와 네무로를 연결하는 하나사키선 여행기를 쓸 예정이지만 하나사키선은 네무로 본선 여행기와 함께 진행하기로 하고 동부 홋카이도의 구시로와 아바시리를 운행하는 센모본선 여행기를 먼저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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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센모본선은 어떤 노선일까


JR센모본선釧網本線 은 JR홋카이도 관할의 노선으로 홋카이도 아바시리역과 구시로의 히가시구시로역까지의 연장 166.2km, 노선의 역수는 24개(기종점역 및 임시 역까지 포함)이다. 노선 이름은 한자를 보면 쿠시로(釧路)와 아바시리(網走)를 잇는 노선이라는 뜻이다. 일본 철도요람에는 히가시구시로역이 기점이라고 나오나, 운행계통상으로는 아바시리에서 구시로역까지 가는 노선이다.(그래서 구시로에서 아바시리까지 운행하는 것은 상행이라고 하고, 아바시리에서 구시로로 운행하는 것을 하행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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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표기된 파란색 노선이 바로 센모본선이다.


이 노선은 태평양 연안의 구시로와 오호츠크해 연안의 아바시리를 연결하는 목적으로 건설된 것으로 당시 아바시리 감옥에서 형을 살고 있던 죄수들의 손으로 건설되었다. 처음에는 아바시리와 앗케시를 연결하는 계획이었지만 구시로의 발전이 두드러져 아바시리와 구시로 구간으로 변경되었다. 아바시리 측은 아바시리본선의 연장으로 1924년부터 29년까지 샷츠로札鶴(오늘날의 札弦)까지 완공했고 구시로 쪽에서는 센모선 釧網線으로 1927년에서 1930년까지 가와유역 (오늘날의 가와유온천川湯温泉)까지 완공했다.



이중 시베챠에서 데시카가 역은(오늘날의 마슈역) 1896년 8월 1일에 영업정지가 되었으나 나중에 폐선된 구시로 철도의 노반을 이용하여 1931년 9월 20일에 가와유 삿츠루역까지 노선이 개통됨에 따라 센모선에 아바시리 본선의 동쪽 노선이 편입한 형태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87년 국철 민영화 이후 오호츠크해의 유빙이나 고시미즈 원생화원, 시레토코 국립공원, 아칸 국립공원, 구시로 습원 국립공원 안에 있는 세계 자연유산 시레토코 반도, 아칸호수, 구시로 습원 등 노선 주변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배경으로 하는 관광노선이다. 1989년에 시베츠선이 폐지된 이후, 현존하는 지방교통선에서 일본 최동단에 해당된다.


이 센모본선은 낮은 여객 이용률 때문에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2016년 11월 18일 JR 홋카이도는 어려운 경영상황을 이유로 "자사 단독으로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노선 '으로 10 개 노선 13 구간을 발표했다. 이 노선들 중에 포함된 센모본선은 "자사 단독으로는 노후 토목 구조물의 업데이트를 포함한"안전한 철도 서비스 '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확보할 수 없는 구간」라고 여겨지고 앞으로는 경비 절감과 운임 인상 이용, 상하 분리 방식으로의 전환 등을 축으로 연선 지자체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에 향후 이 노선이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가 없다. 쉽게 설명하면 이 노선의 적자가 심하기 때문에 언제 없어질지 알 수 없는 철도 노선이라는 것이다. 이미 폐선이 되어도 진작 되었을 노선이지만 관광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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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구시로에서 출발하는 열차에 올라타서 센모 본선의 여행을 시작하자. 구시로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첫 번째로 도착하는 역은 히가시구시로역東釧路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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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에 개업한 것으로 나오지만 히가시구시로역이라는 이름으로 개업한 것은 1928년이다. 이 역은 한때 구시로 임항철도의 연결역으로 이용되기도 했었다. 1930년대에 구시로 부근에서 석탄을 채굴하던 태평양 석탄판매 운수회사가 이 노선을 이용하여 석탄을 실어 날랐다. 이 역은 무인역이고 특별히 여행자가 내릴만한 곳은 아니지만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잔타레로 유명한 가게 난만테이가 있다. 잔타레는 일본식 닭튀김에 양념을 한 요리로 구시로지역에서 지역 명물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한국인이 선호하는 양념 맛이 달라서 그렇게까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곳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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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센모 본선의 기점 표시 0km라고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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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 임항 철도 시절의 사진이다.


구시로 임항철도의 공식 명칭은 태평양 석탄 판매 운송임항선 太平洋石炭販売輸送臨港線으로 1925년 2월에 개업했고, 2019년 6월에 폐선이 되었다. 이 임항선(林港線)은 태평양 석탄 판매 수송(현재 신태평양 상사)이 운영하고 있던 홋카이도 구시로시의 시레토역知人駅과 하루토리역春採駅 을 연결하는 화물 전업 철도 노선이다. 한때는 전성기를 누렸으나, 석탄 채굴량이 감소하고, 석탄 산업이 쇠락하면서 이 임항선도 역사속으로 사라져 갔다.


히가시 구시로역 다음은 도야역이遠矢駅다. 1927년 일본 국유철도의 역으로 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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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표기는 틀리지만 영문으로 표기하는 같은 발음의 역이 도야호수로 유명한 도야역洞爺駅이 있다. 역 이름은 아이누어로 ト・ヤ(沼の岸), 늪의 가장자리에서 유래되었다.


이 도야역 다음이 여행자들이 많이 내리는 구시로시츠겐(釧路湿原駅구시로 습원) 역이다. 주변이 온통 습원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 구시로시츠겐역은 구시로 습지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주로 내리는데 철도를 이용한 구시로 습원 여행자에게는 구시로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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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에서 내리는 이유는 호소오카 전망대로 가기 위함이다. 호소오카 전망대細岡展望台 는 구시로시츠겐역에서 걸어서 20분쯤 걸린다. 구시로 습원을 볼 수 있는 전망대들 중에서 구시로습원 서쪽의 구시로 습원 전망대와 함께 호소오카 전망대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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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으로 난 길을 따라가다 전망대에 도착하는 순간, 그 드넓은 구시로 습원이 한눈에 들어오고 지평선 저 너머의 높은 산까지 막힘이 없는 그 풍경은 모든 것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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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위를 뱀처럼 굽이치며 흐르는 구시로강, 그리고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 있는 메아칸다케, 오아칸다케. 홋카이도를 가보기 전까지 이렇게 넓은 초원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던 나는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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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왼쪽의 산이 메아칸다케, 그리고 오른쪽에 우뚝 솟은 산이 오아칸다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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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오카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을 설명하는 그림이다. 위의 사진들과 비교해 보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그림 제일 왼쪽이 구시로시, 그리고 옆이 이와봇키 수문이고, 구시로습원 전망대, 가운데로 옮겨와서 우뚝 솟은 산이 메아칸다케雌阿寒岳, 그 오른쪽이 오아칸다케雄阿寒岳이다. 그림 맨 오른쪽이 시베츠이다.



아래에 강처럼 보이는 것이 구시로 강이고 그 위에 미야지마곶과 키라코탄곶이 보인다. 습원 한가운데 이렇게 곶이라는 지명이 있는 것은 6,0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이 바다였기 때문이다. 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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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오카 전망대 부근에는 호소오카 비지터스 라운지細岡ビジターズラウン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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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으며 호소오카 전망대 주변 및 구시로 습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메이션 센터도 겸하고 있다. 또한 아이스크림이나 가벼운 음식도 판매하고 있다.


2005년에 처음 구시로에 왔을 때는 한국인을 보기가 힘들던 시절이었다. 당시 아칸버스에서 운행하는 관광버스의 운전사와 안내원이 한국인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되물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때는 구시로 습원 전망대에서 습원을 보았다. 그때의 풍경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잊히지 않고 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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