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도 냉국이 있답니다
스페인의 쏘빠는 특이하게도 차갑게 먹는 수프들이 많은데요. 한국에도 냉면이나 냉국이 있듯이, 스페인도 남쪽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여름에 시원하게 차갑게 먹는 대표 쏘빠들이 3가지 있어요.
오늘 그 3가지를 한번 소개해 볼게요. 모두 안달루시아 지역의 쏘빠들입니다. 더운 지역이라 이런 차가운 쏘빠가 자연스럽게 발달한 것이죠.
스페인의 대표적인 차가운 수프 가스파초(Gazpacho), 살모레호(Salmorejo), 아호 블랑코(Ajo Blanco)는 더운 여름에 즐겨 먹는 요리로, 각각의 특징과 재료가 다릅니다.
더운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생겨난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스페인의 토마토 베이스 차가운 냉쏘빠입니다.
주요 재료는 위에 표에 보시는 바와 같이, 토마토 / 피망 / 오이 / 양파 / 마늘 / 등을 갈아서, 올리브 오일과, 식초, 소금, 후추로 간을 해서 먹는데요.
위에 얹는 고명은 가니쉬라고 하는데, 사각으로 썰은 야채나 우리가 흔히 보는 작은 식빵 조각인 크루통 고명을 얹기도 한다고 해요.
식감은 물이 많은 편이라 상큼하고 시원하며, 우리가 여름에 냉국을 즐기듯이, 더운 여름 갈증 해소에 즐겨 찾는 쏘빠라고 볼 수 있어요.
마늘과 토마토를 주재료로 하는 쏘빠로서, 빵과 올리브 오일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 가스파쵸보다는 걸쭉한 식감을 지닌다고 해요. 고명으로는 햄인 하몽, 삶은 계란, 빵고명인 크로통 등을 올려서 먹습니다.
역시 안달루시아의 코드로바(Córdoba) 지역의 음식인데요. 이 지역은 한여름엔 매우 덥고 건조하여 기온이 40°C를 넘는 경우도 많은, 스페인에서 가장 더운 도시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기후적인 배경이 냉쏘빠를 탄생시킨 것 같네요.
토마토 / 마늘 / 올리브 오일 / 빵 / 식초 & 소금, 고명으로 햄/삶은 계란/크루통 등을 가지고 조리합니다.
하얀색 가스파쵸라고 할 수 있는데요, 흰색의 냉쏘빠입니다. 이름 그대로 하면 "하얀 마늘"이라는 뜻인데요. 이름에 걸맞게 마늘과 아몬드를 주재료로 갈아서 조리합니다.
토마토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흰색을 띠죠. 이 역시 안달루시아의 말라가(Málaga)지역에서 생겨난 쏘빠로서, 가스파초보다 더 오래된 전통이 있고요.
말라가(Málaga)는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 "태양의 해안")에 위치한 도시로, 전형적인 지중해성 해양성기후로 크게 덥지는 않은데요. 온화한 기후에 맞게 담백한 쏘빠가 탄생한 게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이열치열이라는 원리에서 비껴 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더울수록 붉은 음식을 우리가 찾게 되듯이, 온화한 해안도시에서는 하얀색 쏘빠가 사랑받았던 것일까요?
마늘 / 아몬드 / 빵 / 올리브 오일 / 식초 & 소금으로 조리합니다. 토마토는 들어가지 않아요. 아몬드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맛이 매우 고소하고, 고명으로는 특이하게 포도나 멜론 같은 상큼한 과일조각이나 삶은 새우, 빵고명인 크루통을 얹어 먹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맛있을 거 같은 쏘빠에요. 담백한 맛과 상큼한 과일 고명, 너무 어울리는 맛이죠.
한여름, 한국의 밥상에도 오이냉국, 가지냉국, 미역냉국이 올라오는데요.
덥고 건조한 스페인 밥상에도, 이렇게 토마토, 마늘, 빵, 올리브유, 소금 등을 기본 재료로 갈아서 각각의 고유한 고명들 (야채, 햄, 새우, 과일, 빵조각 크루통 등)을 얹은 시원한 냉국들이 올라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 사는게 다 다른데, 또 다 똑같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 Crouton (크루통) : 우리가 흔히 고명에서 보게 되는 빵조각인데요. 이걸 말하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