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다롱 오피스텔링_회사생활 추억한다.
그녀는 이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스물두 살의 어린 여직원이었다.
아직 신참이라 주로 단순 은행업무, 세관업무 등을 전담했는데, 꼼꼼하고 성실해서 평판이 좋았다.
키가 작고 많이 뚱뚱했던 그녀는 여름이면 은행 한번 다녀와서도 비 오듯 땀을 흘리곤 했고, 그 당시 유니폼을 다 같이 입을 때, 그녀가 여직원들 중에서 제일 큰 사이즈를 맞췄다고 했다.
뚱뚱한 것은 본인에게는 어떤 불편함일지 모르겠지만, 타인에게야 함부로 말할 수도 터치할 수도 없는 민감한 문제이니 누구 하나 그녀에게 외모에 관한 얘기를 하는 이도 없었고, 뚱뚱하긴 했지만 귀엽고 성실했기에 모두가 그녀를 귀여워했다.
그 당시 회사 근처에는 빕스, TGIF,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이 유행이었다.
그런 자리에서 보면 식탐이 좀 있구나 하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제일 어린 여직원이었기에 그냥 귀엽기만 했던 것 같다. 아기곰 같았다고나 할까? 그런 뷔페 식당에 가면 늘 수북하게 음식을 담아왔다 (웃음).
그 당시, 우리 회사는 호주에 현지 한국인 에이전트 파트너를 두고 있었다. 우리가 호주와 거래를 워낙 많이 하니, 거래하면서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현지 회사와 협의를 하고, 클레임 등이 생기면 해결에 도움을 주는 그런 분이었다. 그분은 일 년에 한 두어 번씩 한국에 들어오셨고, 그때마다 우리 회사에 들러 직원들과 회식을 하셨는데, 그 자리에서 새로 입사한 그 귀염둥이 여직원을 처음 보셨고, 이후 여러 번 회식을 통해 잘 알게 되셨다. 그러던 어느 날, 그분은 정말 솔직한 충고를 하셨다.
OOO 씨, 내가 정말 우리 큰 딸 같아서 하는 말이에요. 우리 큰 딸도 호주 이민 와서 고도비만이 되어 고생했거든요. 단단히 마음먹고 살 빼세요. 지금보다 한 15kg는 빼야 건강에 문제가 안 생기고, 인생도 바뀝니다.
우리 딸 울면서 다이어트해서 20kg 넘게 뺐는데, 지금 정말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어요.
살 빼세요, 뚱뚱하면 인생이 무거워져요, 모든 일이 다 잘 안돼요. 힘들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부끄럽고 민망한 기색이 역력했고, 그 자리가 너무 힘들었는지 잠시 후 인사를 하고 먼저 집에 가버렸다. 마음이 단단히 상했구나 싶었지만, 그 에이전트 분은 자기가 한 말을 후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고도비만 딸을 가진 아빠의 진심 같은 거, 그런 거였다고 생각하셨을까?
그렇게 그분은 다음날 호주로 출국하시고, 그녀는 예상과는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 밝은 얼굴로 출근했다.
하지만, 그날부터 그녀는 야채위주의 도시락을 들고 출근하며 점심을 혼자 먹기 시작했고,
칼퇴근 후 매일 수영장에 가고, 차에서 일찍 내려 일부러 긴 거리를 걸어서 집에 간다고 했다.
그렇게 몇 주간의 여정, 그녀는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있었고, 우리는 매일 바뀌는 그녀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한 두어달 때쯤 지났을까? 그녀는 10kg를 감량했다고 했다.
워낙 많이 뚱뚱했기 때문에 10kg 감량 후에도 여전히 통통한 느낌은 있었지만, 허리둘레가 정말 많이 빠졌고, 이후 총 20kg를 감량하고 완전히 표준 체중으로 돌아 온 그녀.
건강을 되찾은 그녀가 가볍고 좋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를 빈다.
그 에이전트 할아버지의 말대로 말이다. 새롭게 바뀐 좋은 인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