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다롱 오피스텔링_회사생활 추억한다.
그는 아랍계 미국인이었다.
어릴 때 이민 가서 겉모습만 아랍인이었을 뿐 미국인이었다.
그는 미국 메이커들의 주문을 홍콩, 한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 바이어들에게 연결해 주고 중개 커미션을 받는 무역에이전트였는데, 미국 내 내수 주문도 많이 연결하여 꽤 돈 잘 버는 상인이었다.
그는 종종 한국 출장을 왔었는데, 늘 아내와 어린 딸을 대동했고, 우리 회사에 미팅을 올 때도 대동했다.
당시 귀여운 딸은 다섯 살쯤 된 전형적인 아랍 미모를 한 귀여운 아이였고, 미팅하는 동안 자기 엄마와 회의실에서 기다리곤 했는데, 종종 우리 여직원들이 함께 놀아주곤 했다. 송아지처럼 큰 눈망울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시리아 출신이라고 했던 것 같다. 미국에서 교육받고 대학을 다닌 그는 상사에 입사해 일하다가 무역 에이전트로 독립한 것이었다. 그는 늘 짙은 향수 냄새를 풍기며 활짝 웃는 얼굴, 친절한 영어를 하며 들어섰는데, 누구나 다 그를 좋아할 만큼 호감형 매너를 갖고 있어서, 우리는 그가 출장 오는 걸 즐거워했다.
그에게는 한 가지 철칙이 있다고 했다.
거래를 중개할 때, 반드시 대졸 바이어만 상대한다는 것.
서양사회에서는 명함에 자기 전공/학위를 적는 일이 흔하다. 그는 일단 명함에서 그걸 확인하고, 적혀있지 않은 경우에는 미팅 초반에 매끄럽게 물어서 확인하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로 아래와 같은 본인의 통계와 철학을 들었다 ;
1)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수록 돈/결제에 관하여 깔끔하고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
2)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수록 거래매너/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무리한 부탁이나 억지가 적다는 것.
3)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수록 개인적인 매너가 좋고, 취향의 정도도 맞아 좋은 파트너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
4) 특히나 거래에 있어서는, 백인을 선호한다는 짐짓 예민한 멘트도 끝에 달았다. 그에 의하면, 다른 건 몰라도 비즈니스만은 백인들과의 거래가 가장 매끄럽고 신사적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인데, 이는 파트너의 도덕성 (Morality)가 가장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었다. 백인들에게 가장 수치스러운 일 중의 하나는 '거짓말쟁이'라는 문화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약속을 잘 지키려는 습관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매우 좋은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의 철학이 나름 되게 재미있고 신념이 느껴져서 매우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덕분이었는지 그는 혼자서 1인 에이전트로 일하면서도 꽤 오랜 기간 생존했고, 상사에게 들은 바로는 그는 꽤 좋은 수입을 누리고 산다고 했다. 늘 그 특유의 깔끔하고 좋은 향수냄새, 환한 스마일 얼굴,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영어로 세계를 누비고 다녔으리라.
스티브 잡스도 Arab American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혼자 천재적인 제품을 창조해 내고 애플이라는 거대한 회사를 만들었다. 그가 스티브 잡스를 만났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재미있는 상상을 해봤다. 대학 중퇴라서 거래가 곤란하겠습니다! 하고 명함을 돌려줬을까? (웃음)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딸을 대동하고 세계를 출장 다니던 그.
다른 건 모르겠지만, "돈에 대한 매너가 그의 거의 모든 것이다"라는 자본주의 진리 하나는 일찌감치 꿰뚫어 본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그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 보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아마도, 그 진리에 "대졸"이라는 조건명제가 그의 마음속에 제일 많은 영향인자로 통계로 쌓여있었나 보다.
세상을 살아보니, 학벌이 주는 허망함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인생에서 인간이 하는 노력의 증거 중 하나임을 틀림없기도 하다.
학벌이 좋다는 것은, 그 시기에 그가 성실하게 노력한 사람이거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거나 둘 중의 하나이니 말이다. 둘 중 어떤 것도 모두 인생에 POSITIVE 불빛인 것은 분명하다.
지금은 70 노인이 되어 있을 그.
본인의 취향껏 좋은 교양과 매너가 누적된 멋진 노인이 되어 있기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