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oem2

사랑의 먼지떨이

by lee nam

새해맞이 대청소하는 날,

평소엔 눈에 보이는 곳만

쓱쓱 쓸고, 슬슬 닦고 살았다.


일 년 내내 쌓인 먼지들,

식탁 다리, 침대 밑,

옷장 서랍, 신발장 선반들,

지난해 사용한 먼지떨이로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살살 털어냈다.


너와 나 사이에 낀 먼지들,

마음 구석구석에 얼마나 쌓였을까?

나는 너를 볼 수 없고,

너도 나를 볼 수 없겠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랑은 먼지떨이라 했던가.

끈질긴 고집도,

다 털어낸다는

신비로운 먼지떨이.


새해엔 우리,

사랑의 먼지떨이 하나씩

마음 구석에 걸어두고 살자.

날마다 쌓이는 먼지,

탈탈 털어내며 살자.


너와 나,

마음껏 볼 수 있도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단풍의 서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