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을 구입하러 자주 다녔던 곳 근처에 공원이 있었는데 그 공원의 이름은 쉬라인 공원으로 필리핀의 영웅 라푸라푸 장군의 동상이 있는 곳으로 유명했다.
라푸라푸는 필리핀 막탄섬의 영주로 이슬람 부족장이였다.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세계 일주 항해 도중에 필리핀에 방문해 기독교로 개종하고 스페인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했다. 다른 부족장들은 굴복했지만 라푸라푸는 마젤란의 요구를 처음으로 거절한 부족장이였다. 이에 화가 난 마젤란은 라푸라푸를 토벌하기 위해서 1521년 막탄섬을 공격했다. 섬의 지리와 바다의 특성을 알고 있었던 라푸라푸는 마젤란부대를 무찌를 방법을 계획해서 그의 부대를 격파한 후 마젤란을 죽였다고 한다. 이 전투는 마젤란의 탐사를 중단시켰고 필리핀의 스페인 점령을 40년 이상 지연시켰다고 한다.(출처-나무위키에서 정리)
라푸라푸는 침략자에 대항한 최초의 동남아시아인으로 현재까지도 필리핀의 영웅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막탄섬의 주요 도시에는 라푸라푸시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필리핀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인기 어종인 참바리아과에 그를 기념하는 의미로 라푸라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출처-나무위키에서 정리)
나는 라푸라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순신 장군이 떠올랐다. 라푸라푸는 스페인 군사들의 정보를 수집한 후 섬의 지리와 조류를 이용해서 계획을 세워서 막탄섬의 얕은 해안가를 결전지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때문에 스페인 군대는 함포 사격을 할 수 없었고 라푸라푸의 군대와 직접 교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한 스페인 군대에 비해서 라푸라푸의 군대는 무장하지 않았지만 스페인 군대의 약점이 다리쪽이라는 것을 알고 다리를 주로 공격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이순신은 명량 해전에서 해남과 진도 사이에 위치한 울둘목의 물살을 이용해서 13척의 배로 많은 수의 왜군의 배를 무찔렀다. 둘 다 뛰어난 전략으로 약세에도 불구하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주변에 마땅히 산책할 곳이 없었던 나는 기념품 가게에 올때마다 시간이 되면 이 공원을 방문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 남학생이 앞에서 춤을 큰 소리로 알려주면 나머지 친구들은 거기에 맞춰서 연습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세부의 축제 '시눌룩'을 위해서 연습을 하는 것이였다. 나중에 필리핀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으니 필리핀에서는 학교에서 행사를 위해서 단체로 춤을 연습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때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주로 연습을 한다고 했다. 어릴때부터 지역 축제를 위해서 함께 연습하고 참여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있다니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입시만을 위해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야 하는 우리 아이들과 달리 지역 축제를 함께 준비하고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필리핀 사람들이 흥이 많고 끼가 많은 것도 어릴때부터 이렇게 춤연습을 해서 그런걸까?
주말 저녁에 찾은 공원은 낮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였다. 반짝 반짝 조명을 켜놔서 마치 동화 속의 장소 같았다. 가족들끼리 공원을 방문해서 산책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이들끼리 자유롭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나는 이 곳 세부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