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볼일이 있어서 대전역에 들렀다. 대전역에 있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손에 같은 것을 들고 있다. 바로 성심당 쇼핑백이다. 예전에 지인이 대전에 갔다가 사다줬던 성심당의 빵이 생각나서 나도 한 번 들러보았다.
평소 성심당은 줄서서 빵을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행히 오늘은 줄이 길지 않았다. 난 사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줄서서 먹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성심당 빵이 먹고 싶어졌다. 사실 빵의 맛보다는 어떤 요소때문에 사람들이 성심당을 이렇게 좋아할까 궁금했기 때문이였다. 빵을 고를 수 있는 쟁반과 집게를 한 손에 들고 줄을 서야지 빵을 고를 수 있다. 요즘 빵 값이 비싼 곳들이 많은데 성심당은 유명세에 비해서 빵값이 비싸지 않았다. 소금빵의 가격도 1500원이고 성심당의 메인 빵인 튀김소보로, 부추빵도 모두 1700원으로 저렴한 편이였다. 빵을 고르는 줄을 따라서 먹고 싶은 빵들을 고르고 나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다. 그래도 계산대가 많아서 생각보다는 빨리 줄이 줄어들었다.
성심당은 대전(大田)의 문화(文化)입니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된 성심당은,
대전 시민의 자부심과 사랑으로
대한민국 제과업계를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우리는 가톨릭정신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가치있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또한 '맛있는 빵, 경이로운 빵, 생명의 빵'을 만들어 이웃과 함께
'사랑의 문화'를 이루어 가고자 합니다.
성심당 소개문
사실 성심당 빵을 줄서서 먹고 나면 이런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한다.
'깜짝 놀랄 정도의 맛은 아닌데...'
그렇다고 맛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심당 빵은 맛있다. 하지만 유명세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실망을 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성심당의 성장이 반가웠다.
성심당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창업주 임길순씨가 1956년 10월 15일 대전역 앞에서 찐빵집을 차리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상호의 성심(聖心)은 거룩한 사랑의 마음이라는 뜻으로 예수 성심과 성모 성심을 지칭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당일 생산한 빵은 당일 모두 소진한다"라는 원칙이 있어서 팔다가 남은 빵이 있으면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빵 기부는 현재도 성심당의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남은 빵이 없을때는 기부를 하기 위해서 빵을 추가적으로 더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당일 생산, 당일 판매가 대부분의 빵집에서 지켜지고 있지만 10-20년전만해도 대부분의 빵집들에서 당일 생산, 당일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한 경우 며칠씩 빵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1987년 6월 항쟁때는 시위로 인해서 팔지 못한 빵을 시위대와 전의경들에게 나눠주었다가 시위대 동조 세력으로 몰려서 폐업 직전까지 갔었다고 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현재 대표의 동생이 성심당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꿈꾸면서 여기저기 공장과 체인점을 냈었다고 한다. 하필 이 시기 1997년 외환 위기도 있었고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성장하면서 성심당은 부도가 날 뻔 했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다른 사업체는 모두 접고 본점 중심의 사업을 이어갔다고 한다.
2005년에는 밤 사이 화재가 발생해서 1-3층이 불에 타는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성심당 대표와 직원들은 협심해서 불에 탄 가게를 청소하고 페인트칠을 하고 중고 오븐을 구입해서 1주일만에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관광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대전지차제의 도움으로 성심당은 급격한 발전을 하게 된다. 부추빵, 튀김소보로 외에도 보문산 메아리, 명란바게트 등 새로운 빵들을 만들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발달과 빵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성심당은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다.
얼마전 뉴스에서는 성심당의 25년 매출이 1900억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을 2년 연속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대전에 위치한 성심당 매장에서 SPC그룹의 파리크라상과 CJ푸드빌(빕스,더플레이스,제일제면소 등)보다 영업이익이 더 높다고 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6386
만약 성심당이 성공한 이후에 프랜차이즈화에 관심을 가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그저 그런 빵집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의 경우 빵집마다 빵 맛이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 만약 성심당도 프랜차이즈를 했다면 각 매장마다 빵을 다르게 만들게 되었을테고 지금처럼 균질한 맛을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대전의 명물'이라는 명성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성심당의 역사를 알고 나니 튀김소보로와 부추빵의 맛이 다르게 다가왔다. 많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빵, 경이로운 빵, 생명의 빵'을 만들려는 노력이 오늘날의 성심당이 있게 한 것은 아닐까. 성심당이 계속해서 '대전의 명물'로 지금처럼 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기업이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성심당의 역사는 나무위키 부분을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