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by 병혁

약 2년 동안 글을 써왔던 블로그에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 장까지 일기를 다 써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한 권 꼬박 정성스럽게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기는 잘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고. 그리고 책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있는 일기장은 언젠가 버려진다는 것 또한 알 것이다. 나는 꽤나 두꺼운 공책에 긴 시간 동안 일기를 써왔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새로운 공책을, 그것도 아주 마음에 드는 공책에 가장 좋아하는 펜으로 일기를 쓰는 기분이 든다. 스프링에 손이 걸리지 않으면서도, 잉크가 금방 말라 손에 묻지도 않는 그런 부드러운 질감의 종이에 글을 쓰는 행복함이 느껴진다. 그러한 감각도 익숙해지면 의식하지 않게 되겠지만.


지난 며칠, 아니 몇 개월은 정말 방황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원인을 명확하게 분간할 수 없지만 나는 홀로 있는 것에 극도로 적응을 하지 못했다. 3년간의 시간 동안, 인간이라는 외딴섬에서 서로를 향해 단단한 다리를 놓는 작업을 서로가 노력했기에. 덕분에 양극성 장애의 울증기를 겪지 않을 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나는 꽤 오랫동안 안정적인 상태로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와 헤어지게 되면서부터 나는 울렁이는 호르몬과 전례 없는 방황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별을 하게 된 것 또한 모두 나의 책임인지라 비난의 화살은 외려 나에게 꽂히는 것이 정당할 것이다. 나는 미처 놓지 못했던 로스쿨 입시의 꿈을 다시금 좇겠다고 했고, 그녀는 원하던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서로가 바빠져 연락의 빈도가 줄어들고, 슬금슬금 다가온 울증의 그림자는 결국 그녀와 멀어지게 만들었다. 사실 나도 그녀와 어떠한 이유로 헤어지게 되었는지 스스로도 잘 이해할 수 없다. 이별을 고한 것은 나이지만, 무언가 명확한 이유도 느낌도 느끼지 못한 채 헤어짐을 고했기에, 뒤늦게 붙잡아보려고 노력해 보아도 부서진 다리를 재건하기엔 상처가 너무도 컸던 것이다.


술과 담배에 절어 지내는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며, 우연찮게 새로운 사람들을 조금씩 만났고, 다행스럽게도 짧게나마 직장을 다니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났기에 그나마 죽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때는 영혼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과 멀어졌기에, 다시는 그러한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은 괴로웠다.


그래서일까. 새로운 공책을 마주하고 난 뒤로부터 나는 많이도 자유로워졌다.

keyword
이전 03화예술가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