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콜렉터

발견과 진행

by 나뭇결


※개인적인 경험이 다소 많이 들어있는 내용으로,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이전에 소개했듯이 정신병 치료는 약물 치료와 상담(혹은 개인적인 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약물 치료의 과정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부작용을 위주로 다루긴 하지만 절대로 겁을 주려는 건 아니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정신과 약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과 편견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이다. 이 정도의 부작용이 과연 그 정도로 공포스러운 수준인지를 중점으로 봐주길 바란다.


절대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오래, 다양한 약을 먹었고 수많은 부작용을 거쳐 마침내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아냈다. 맞는 약이라고는 하지만 이것도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다른 약에 비하면 선녀 수준이라서 선택한 것뿐이다. 스스로 ‘이 정도면 부작용 콜렉터라고 해도 될 정도가 아닐까’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으니 말은 다 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일단 처음으로 겪었던 제일 황당한 부작용은 유즙이다. 유방의 유(乳)자가 맞다. 임신은 무슨 관계한 적도 없는데 가슴이 눌리면 분비물이 나오는 것이다. 정말 크게 당황했는데, 산부인과를 방문해도 비타민D 주사만 처방해 줘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알고 보니 우울증약을 포함한 정신과 약제를 복용하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라는데, 의사 선생님도 드물게 보는 부작용이었는지 당황해서는 산부인과를 먼저 방문했었는지를 물었었다. 결국 약을 바꾸긴 했는데 사실 여태까지 겪은 부작용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긴 하다. 진짜 가슴 초음파 검사 수준으로 잡아당기거나 누르지 않으면 잘 나오지도 않는데 괜히 약을 바꿨나 싶었다.

이번엔 현재까지도 제일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부작용으로, 체중 증가다. 처음 우울증 진단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밥을 안 먹어서 그런지 45kg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7년간 25kg가량이나 쪘다. 사실 급격하게 찐 게 아니라서 약의 부작용이 맞나 싶긴 한데, 식단과 운동량을 조절해도 체중이 꾸준히 우상향한 걸 보면 약의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겉모습에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지만, 주변인이 보기에는 제일 크게 느껴지는 변화일 것이다.

제일 아찔했던 부작용은 기절이다. 정말 드물고, 나 역시 상황이 여러 가지로 겹치다 보니 발생한 사건이긴 하지만 그 후로 절대로 그 약은 처방받지 않았다. 그때의 상황을 간단히 말해보자면 이렇다:

첫째, 휴학 후 몇 달간 한 달에 거의 100시간 이상을 아르바이트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 그날도 며칠을 연속으로 밤 11시에 퇴근을 했었다.

둘째, 열심히 하던 게임의 주말 PC방 접속 시간 이벤트. 퇴근하자마자 PC방으로 직행해서 아침까지 밤샘을 달리던 상황이었다.

셋째,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항우울제.

정말 쓰러진 기억도 없는데 눈을 떠보니 응급차 안이라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잠깐 졸았나?’ 했는데 당시 PC방 알바생이 거품을 물며 쓰러진 나를 보고 신고를 했단다. 다행히 몸에는 별 이상이 없었고, 급하게 잡은 예약 진료 날에 병원에 가서 잔소리를 들었다. 약을 바꾸긴 할 텐데, 그 정도로 막 살지는(…) 말라고(실제로 이런 워딩을 쓰진 않았지만 내가 들은 말의 뉘앙스는 이랬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것은 그나마 견딜만해서 감안하고 살게 된 부작용이다. 물론 체중증가도 달고 살고 있긴 하지만 그건 심각하게 느껴질 법한 부작용이기도 하고 약의 부작용이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아 굳이 다시 언급하지 않겠다.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말 그대로 ‘견딜만한’ 부작용이다.

첫 번째는 땀이다. 땀샘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쉽게 땀이 나는 것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어도 실내에 들어서서 조금이라도 후끈함을 느끼는 순간 땀이 맺히기 때문에 빠르게 겉옷을 벗어야 한다. 평생 땀이 나본 적이 없던 부위에서도 땀이 나는데, 그냥 전신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어쨌든 씻고 시원하게 있으면 쾌적하기도 하고 땀에 젖은 옷이야 빨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닌 부작용이다.

두 번째는 수전증이다. 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고 음료를 따라줄 때 잔을 들고 있어야 한다거나, 손을 공중에 들고 있으면 약간의 떨림이 있는 정도다. 술자리가 아니면 크게 티가 나지 않아서 그냥 다른 사람에게 받아 달라고 부탁하거나 알아서 따라 마시는 것으로 넘어가고는 한다. 사실 나도 본가에서 어머니가 지적하기 전까지는 손이 떨린다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로 미미한 부작용이다.


이렇게 내가 실제로 겪은 부작용을 나열해 보았다. 물론 사람마다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의 종류는 다르지만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부작용이 발생해도,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의사와 상담을 통해 용법과 용량을 조절하는 과정은 필수다. 그래도 듣기만 해도 공포스러운 정신과 약에 대한 루머에 압도되기보다는 현실에서 뭐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내 경험이 그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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