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과 진행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이미 치료받고 있는 환자라면 잘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치료 과정이 궁금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서 내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다만 내가 개인적으로 만든 루틴이고, 사람마다 다른 치료 방법을 사용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참고만 할 것을 거듭 부탁한다.
처음 약을 먹기 시작하면 어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고, 이 약의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는지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한 줄 요약하자면 ‘이 약이 나랑 맞나?’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첫 두세 달 정도는 1주나 2주에 한 번 정도 간격으로 꾸준히 병원을 방문하며 나에게 나타난 변화를 의사에게 자세히 설명한다. 전공자가 아니니 약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설명이 어렵고, 환자 시점에서 대략 설명하면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기분이 별로 바뀌지 않았어요.”라고 대답하면 항우울제를 증량해 본다.
“손이 좀 떨리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면 증량을 멈추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칠 정도라면 약 교체를 고려한다.
“좀 덜 우울해진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면 일단 그대로 유지한다.
이렇게 일상 유지가 가능한 용량과 조합을 찾으면 그때는 3주, 혹은 한 달 정도 원하는 간격으로 병원을 가는 주기를 조절한다. 그리고 추가적인 치료 방법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상담 치료다. 나는 1주일에 1회, 50분 정도의 상담 치료를 진행했고, 그와 동일한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진료 초반에야 문진해야 할 사항이 있고 테스트도 받아야 해서 진료 시간이 길어지지만(특히 초진의 경우) 나중에는 5분에서 10분 정도만 간단하게 진료를 받은 뒤 상담실로 갔다.
물론 중간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으면 약을 증량 받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조합을 바꾸기도 하지만 일단 대체로 이렇게 진행된다. 상담사와 라포 형성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환자 스스로의 노력으로 상담이 대체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약만 먹으면 다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약이 든든히 뒤를 받쳐주는 상황에서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훈련을 통해 회복력, 더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회복탄력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물론 훈련이라고 특별한 것은 아니다. ‘고작 이거?’라고 생각될 법한 것부터 시작해서 제법 어려운 단계까지 환자의 수준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다만 나는 당시 자기 돌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밥을 제때 먹고 매일 씻는 것부터 출발해야 했다.
그러면 치료비용은 어느 정도나 될까?
먼저 당부하자면 내가 경험한 치료비용은 2017년의 시세라는 점이다. 병원마다 달랐지만 나는 초진 비용으로 약 5만 원에서 7만 원을 지불했고, 이후 진료비와 약 처방은 매번 보험 처리를 받았지만 2만 원 아래 선이었다. 상담 치료는 1회당 7만 원인데 4회씩 결제했기 때문에 한 달에 28만 원을 낸 셈이다. 결국 한 달 내내 부지런히 약을 먹고 상담치료를 받으며 결제한 금액은 총 36만원. 나중에는 특정 병원에서 약 조제가 불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어서 더 많이 지출이 발생한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상담 치료는 중단했고 병원도 진료비가 더 싼 곳으로 옮겨야 했다.
총비용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그래도 상담을 1년은 받았으니 그 비용만 336만원이며, 약을 복용한 기간은 대충 계산해도 7년이 된다. 병원을 방문한 주기가 워낙 고무줄이라 계산이 어렵지만 진료비와 약값으로만 1년에 30만원은 지출한 것 같고, 이 정도로 약을 오래 먹으면 종종 피검사도 권유받기 때문에 추가 병원비도 나온다. 간단한 계산으로만 벌써 500만원이 넘는 치료금액이다.
그래도 다른 큰 병에 비하면 자잘한 지출에 해당하는 편이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치료 기간이다. 제일 중요한 시간이라는 자원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서 이 지출이 그래도 견딜 만한지, 무가치한지 결정되니까. 그리고 환자가 치료를 위해 꾸준히 약을 먹고 상담을 받으며 노력하고 있다면 그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은 주변인의 도움이다. 치료받기로 한 당사자가 병원의 도움을 받고, 스스로 극복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지지해 준다면 그만한 응원이 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추후 내우기에서는 주변인이 어떤 도움을 줬으면 하는지 우울증 환자의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서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