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반사신경

오늘도 스파이더맘...!

by 닭강정

오늘의 시

《기적의 반사신경》

등 뒤에서
물 쏟는 소리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
컵을 받아냈다

지금 난
거의
스파이더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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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저도 제 몸이 놀라울 때가 있어요.

오늘도 저는 컵 하나를 지켜냈습니다.

물론 그냥 평범한 컵이긴 하지만, 그 순간은 달랐어요.


아이 옆에 물컵을 두고 잠깐 등을 돌렸는데,

등 뒤에서 ‘찰박’ 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거의 반사적으로, 컵을 낚아챘죠.


스스로도 놀랄 만큼 빠른 손놀림이었고,

그 장면을 본 남편이 한마디 했어요.

“방금 너 스파이더맨인 줄.”


그 말을 듣고 생각했죠.

나는 이제 ‘스파이더맘’이구나.


육아를 하다 보면 어느새 몸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해요.

밥을 먹다 말고 바닥에 떨어질 뻔한 숟가락을 받아내고,

장난감을 밟기 직전에 슬쩍 피하고,

울음을 터뜨릴 타이밍을 미리 감지해 분유를 준비하고…


별것 아닌 일 같지만,

이런 작고 빠른 대응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됩니다.


그러고도 밤이 되면 “왜 이렇게 피곤하지?”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피곤한 게 당연한 거였어요.

우린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반응하고, 대응하고, 보호하느라

진짜 ‘슈퍼히어로’처럼 움직이고 있었던 거예요.


엄마가 된다는 건,

새로운 능력치를 얻게 되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눈치 +5

반사신경 +10

집중력 -3

기억력 -2

참을성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



체력이 딸려도, 잠이 모자라도

아이를 향한 센서와 반응 속도만큼은

나날이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아요.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오늘도 우리는 컵 하나, 젖병 하나, 휴지 한 장을

기적처럼 구해내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래서 오늘 시는, 작지만 소중한 그 순간을 담고 싶었어요.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움직이는

그 놀라운 엄마들의 하루를요.


혹시 오늘도 반사신경으로 무언가를 구해내셨다면,

당신은 충분히 멋진 ‘스파이더맘’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해 주세요.

오늘도 내가, 아이를 위해 작지만 놀라운 기적 하나는 해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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