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의 큰고모님 내외분은 일찍 돌아가셔서 나에겐 어릴 적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고모부께서는 중년의 나이에 풍을 맞으셔서 거동이 불편한 반신불수의 앉은뱅이 생활을 하셨고, 말도 못 하셔서 그저 "어버버. 도디 도디"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내셨다.
하지만 고모님께서는 신기하게도 "응. 배고프다고요." "소변 마렵다고요." 하면서 다 알아들으셨다.
중증 장애인의 알아듣기 힘든 언어를 비장애인의 정상적인 소통방식으로는 결코 이해하기 힘들다.
오래도록 애정과 끈기를 가지고 장애인의 처지를 공감하려는 노력을 해야지만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개는 장애인이나 치매 노인들에게 말이 안 통해 답답하다고 아이들 대하듯 반말을 찍찍하며 함부로 대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의 처지와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성도 느끼기 싫은 거다.
말 못 하는 짐승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외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이 동물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일 뿐 동물들끼리는 서로 통하는 언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수중 고래는 초음파로 수십 킬로 떨어진 동료들과 교신을 한다지 않은가.
애정과 관심이 있으면 주인과 애완견 사이에도 소통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한 노력과 인내로 끈끈한 유대가 형성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내 아들은 자폐성 발달장애인이지만 제 엄마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남들은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호전되었다.
그래도 한 번씩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소리를 할 때면 장애인임을 알면서도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속상하고 분통 터지는 때가 있다.
나의 경우도 이럴진대 괴성을 지르고 행동 조절이 안 되는 중증 장애인이나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겠는가.
더욱이 시설에서 이들을 돌보는 봉사자나 사회복지사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생판 남인데 어떻게 견디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울산의 모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20여 명의 종사자(생활지도원)들이 장애인들을 억압하고 폭행하는 반인권적인 행동이 cctv로 확인되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이들의 상습적인 인권유린 행위는 시설 폐쇄를 무기로 가족들을 협박해 문제 제기를 묵살하고 은폐해 왔다.
시설은 70년대 수준으로 낙후했고 적은 수의 인원이 여러 명의 수용자들을 관리해야만 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치매 노인들이 침대에서 떨어져 골절이 일어나면 그 길로 자리보전하다 사망에 이를 수 있고, 행동조절이 안 되는 중증장애인들이 자해를 하거나 발작을 일으키면 위험하니까 과거엔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침대에 묶어 속박하거나 물리적으로 강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집단 수용시설에서 벌어지는 구조적인 인권 침해 문제는 용서받을 수 없다.
그러다 화재가 나서 탈출을 못해 많은 희생을 겪었던 참변을 기억하고 있다.
답답하고 힘들겠지만 장애인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손쉽게 폭행과 강제적 물리력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 때문에 숭고한 뜻으로 사랑을 실천하시는 대다수의 많은 사회복지사분들과 봉사자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20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가톨릭 치과의사회 소속의 일부 뜻있는 원장님들이 울산장애인 복지관에서 무료 치과진료 봉사를 해 오고 있다.
오랜 희생과 열정에 대한 보답으로 시를 비롯해 여러 기관으로부터 감사패와 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하지만 정작 상을 받아야 할 분들은 우리가 아니라 장애인 복지관에 근무하시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다.
순번에 따라 가끔씩 진료봉사하는 우리도 이리 힘든데 매일 장애인들을 대하는 이분들이야말로 천사들을 돌보는 또 다른 천사들인 것이다.
당시 울산 장애인 복지관의 운영을 책임지셨던 관장 신부님께서는 몸을 돌보지 않는 열정으로 과로하신 나머지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기까지 하셨다.
물론 직업이긴 하지만 이분들이야말로 사랑과 희생을 몸소 실천하시는 분들이다.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진심이 느껴진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 않고 재촉하거나 반말을 하지도 않는다.
휠체어에서 치과 진료 의자로 환자를 옮길 때는 몸으로 힘을 쓰기도 한다.
행동 조절이 안 될 때는 열불이 터질 법도 하건만 항상 웃는 얼굴로 달래고 어르고 칭찬하고 기다려준다.
나는 내 아이라도 과연 저렇게 대할 수가 있을지 자신이 없다.
나는 울산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을 역임할 당시에 치과 진료실 책임을 맡은 담당 복지사 선생님과 이곳에 치과 용품과 약품을 무상 지원해 주신 업체 사장님께 대표로 감사패를 드려서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노인성 치매나 중증장애인의 문제처럼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일들은 우리 사회의 관심과 정부에서 돌봐주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시설이나 요양병원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전문적인 지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정성을 다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가족들도 감당 안 되는 힘든 일을 생판 남인 복지사나 요양보호사들이 가족의 마음으로 인내하며 정성을 다할 거라고 믿고 또 의당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불가피하게 시설에 수용했더라도 가능한 자주 찾아서 가족의 직접적인 따스한 손길과 관심을 주어야 한다.
돈 주고 시설에 맡겼으니 큰 짐을 훌훌 벗어 떠 넘기고 나 몰라라 내팽개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그러니 노인들은 말년에 요양병원에 들어가는 걸 당장 죽으러 가는 것인 양 질색을 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실상은 요양병원에서 전문적인 의료 케어를 받아 혼자 외로이 지내실 때보다 건강하게 더 오래 사시는 분도 많은데 말이다.
정부와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돌보고 배려해야 하지만 자기 가족은 일차적으로 우선 내가 먼저 책임을 지고 돌보되 국가와 사회에서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시설 종사자들도 희생과 정성으로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학대하고 폭행하는 등 반인권적인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설사 다소 사무적인 태도로 대한다고 해서 나도 못한 그 이상의 정성이 부족하다고 거칠게 항의하고 요구해서는 안 되지 않겠나.
울산 장애인 복지관 선생님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드리고, 고 인상현 안드레아 신부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