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는 이모씨는 실손보험만 믿고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청구하였지만 보험사는 이모씨에게 현장조사를 진행하여 보험금 지급의 타당성을 따져보겠다고 통보 받았다.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까 불안해하던 이모씨는 직접 무료 손해사정사를 선임하였고 백내장 수술을 위해 입원이 필수적이었다는 점을 입증하여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었다.
이모씨 사례처럼 보험사와 분쟁이 생기면 손해사정사를 무료로 선임할 수 있는 제도가 2019년부터 시행되었지만 이런 제도가 있는 줄 모르는 고객이 대다수이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가 고객이 청구한 보험금이 적절한지 조사하는 업무를 뜻하며 보험사는 고객의 보험금 청구가 과하다고 판단하면 손해사정사에게 위탁해 현장조사를 진행하여 고객이 제출한 서류와 치료방법 등을 자세히 조사해 과잉치료, 치료의 적절성 등을 살펴보는 업무를 진행하여 보험금을 결정한다. 문제는 현장조사에 투입되는 손해사정사 대부분이 보험사의 자회사이거나 보험사와 계약관계로 이루어진 업체 소속이라 보험사 의뢰를 받아 현장조사에 나서게 되면 보험사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결국 보험사에 유리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업법을 개정하였고 개정된 보험업법에 ‘보험 가입자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려고 할 때 동의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보험사는 선임에 동의해야 한다’라는 강행규정을 신설하여, 2024년 8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동의기준은 손해사정사가 금융위에 등록되어 있는지 여부 등으로 합법적인 손해사정사만 고용한다면 보험사가 선임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실손보험 청구 건만 소비자가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었지만 법 개정 이후 실제 손해액을 계산해야하는 보험 청구 건으로 확대되었고 실손보험과 화재보험, 배상책임보험, 재산보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진단비와 입원 일당 등 정액을 지급하는 담보는 손해액 계산할 필요가 없어 제외되며 자동차보험의 치료비는 지불보증이 되기 때문에 손해액 계산이 필요하지 않아 제외 위자료, 휴업손해도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상 보험금 산출식이 정해져 있어 손해사정 대상 업무가 아니다.
고객은 보험사가 발송하는 안내 문자에 손해사정사 선임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는지 확인해야하고 보험사 역시 손해사정사 선임이 가능한 보험금 청구인 경우 반드시 전화, 문자 등을 통해 고객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하도록 되어 있다. 보험사로부터 손해사정사 선임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면 3영업일 내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한 뒤 이 사실을 보험사에 통보하면 되고, 3영업일 내 손해사정사를 찾지 못할 경우 보험사에 선임 기한을 연장하겠다고 신청한 경우에 한해 10영업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시점도 중요한데 보험사가 손해사정 업무를 시작하기 전 다른 손해사정사를 선임한 경우의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는 반면 이미 보험사가 손해사정 업무를 마친 상황에서 이에 불복하기 위해 다른 손해사정사를 선임한다면 그 비용은 보험 가입자가 부담해야한다.
보험사가 현장조사 등의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룬다면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빌미로 약정된 보험금을 면책 또는 삭감지급을 하는데 보험을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는 보험사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권 제도를 활용하여 보험사 의견이 맞는지 확인하여 불필요한 보험금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