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2) _ 홍콩에서 브리즈번으로
에 꺼낸 서른셋의 일기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가 제빙 작업으로 인하여 한시간이나 늦게 도착을 했다.
씨댕…
그 때문에 12시 30분에 브리즈번으로 떠나야하는 비행기는 1시까지 우리를 기다려(?) 1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하였다.
'기다려준 거겠지? 그렇지 않으면 그 많은 transit passenger를 어떻게 보상할까?'
원래 한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화장실도, 흡연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마지막 탑승구 앞에서 직원한테 흡연실이 어딨냐고 물었더니, 시간 없다고 그냥 타란다... 짜증...
결국 9시간 동안 담배와 이별한 채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다시 비행기로 오기까지 총 세번의 심사가 있었다.
Boarding Pass 검사, 탑승 물품 검사, 마지막 비행기 전에 가방 검사.
사실 인천공항에서는 가방검사까지는 따로 하지 않았는데, 홍콩에서는 탑승검사가 더 철저한 듯 했다. 뭔가 이유가 있을까?
암튼 옆에 지나가던 아가씨는 또 검사한다고 툴툴거릴 정도였으니 심한 건 모르지만, 불편하기는 했다. 뭐 그래도 이렇게 상세히 심사하고 있으니, 비행기 납치범이나 테러범은 없겠지.
비행기에 올라탔다.
항상 느끼는 생각이지만, 장거리 여행을 혼자 하게될 때면 내 옆에 이쁜 아가씨가 앉기를 바랬던 거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공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운 좋아야 또래의 남자? 아님 할머니, 술냄새 나는 홀애비 같은 아저씨, 시끄러운 아줌마... 사실 인천에서 홍콩을 갈 때는 그나마도 없었다.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던 비행기.
43C
점점 내 자리가 다가와 온다. 내가 복도 자리이니까, 창가쪽 자리에 과연 누가 앉아있을까? 손님이 많은 걸 보니 혼자 탑승할 일은 없을 거 같은데...
‘헉, 여자다.’
내가 생각한 베스트는 젊은 한국 아가씨가 앉아있는 거 였는데, 세가지 조건 중 젊은 아가씨인 것은 맞는데, 한국이 아니었다.
‘아 차라리 못생겨도 한국사람이 좋은데. 이건 말도 안 통하니 뭐.”
머 그래도 34년간의 여행 중 가장 좋은 결과이니 그나마 만족으로 하면서. ^^
항공사 직원이 헤드폰과 함께 먼가를 건네어 주었다.
(뭐지?)
칫솔도 있는 거 같고, 샤워캡도 있는 것 같은데.
왠지 선물로 그냥 주는 거 같기는 한데 보다 확실히 해야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옆에 아가씨한테 물어봤다. 이거 뭐냐고.(영어로 어떻게 물어봤는지는 생각하지 말자)
그랬더니 아주 착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나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It’s yours.”
정말 친절한 한마디였다. 그래도 여행을 떠나서 처음으로 외국인과 대화했던 건데…
아, 아니다. 그러고보니 인천공항에서 순환전차인가? 그거 탈 때 스위스사람이라고 했던 중년의 아저씨와 몇마디를 나누었었다. 그 아저씨 영어는 너무 잘하는데, 난 도통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어쨌든 지금 비행기가 뜬지 30분이 다되어 간다.
옆에 앉아있는 아가씨와는 “It’s yours”를 끝으로 아직 한마디도 못했다. 아니, 그 아가씨는 이불덮고 잔다. ㅡ..ㅡ
그러고 보니 두번째 타는 비행기도 Cathay Pacific 항공인데, 처음 탔던 것보다는 새거인 듯 하다. 시설도 훨씬 깨끗하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스튜어디스는... 사실 잘 모르겠다. 어쨌든 외국인 여성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이쁜 거 같다.
그리고 한가지, 비행기는 관리를 잘한건지, 아님 제작이 얼마안된 건지 모르지만, 개인용 안내 LCD는 왠만하면 더 좋은 걸로 해도 좋지 않을까? 요즘 네비게이션도 화질이 얼마나 좋은데, 비행기에도 화소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8시간 가까이 비행기 자리에 앉아있어야할 것이다.
곰곰히 생각을 좀 해보아야겠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인가에 대하여...
8시간째..
6954km. 홍콩에서 브리즈번까지의 거리란다. 길다. 과거 서울에서 출발해서 땅끝, 부산을 거쳐 우리나라를 일주할 때 1600km를 달리고서 정말 땅덩어리 넓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이쿠, 근 7000km미터라니. 감히 숫자로밖에 떠올리지 못할 거리인듯 하다.
근 8시간을 달려 드디어 1시간 1분 후에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 비행기에서만 벌써 두끼의 식사를 했다. (역시 음식은 국내항공이 제일 잘 맞는다. 물론 뱅기 음식 다 맛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8시간 단 두번 일어서봤을 뿐이고... 왼쪽 무릎 시릴 뿐이고...
한시간 후에 도착한다니 그 때부터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하여 잘 대처해야할 듯 하다.
12시 넘어서 공항 빠져나올텐데, 아마 택시밖에 없으리라...
Challenge 1. 택시를 탈거라면 같이 타고 가자.
브리즈번까지 택시비가 30불정도 나온다고 한다. 어차피 일반 교통이 없다면 함께 타고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 더불어 난 100불짜리 밖에 없어서 걱정되는 것도 있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