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_ 인천에서 홍콩으로
쉰에 꺼낸 서른셋의 일기
두시간 남짓한 수면 이후에 휴대폰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3월 3일 새벽 5시.
드디어 호주로 떠나는 날이 왔다.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자 선택했던 그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 시작된 것이다.
서둘러 씻고 옷을 갈아입고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서 나섰다.
1층 복도를 통해 건물 현관으로 이동하면서 바깥 날씨가 어제와 다름이 느껴졌다. 복도를 거의 지날수록 그 느낌을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비였다.
순간 어제 짐가방에 챙겨놓은 우산이 떠올랐다.
‘우산을 챙기기를 정말 잘한거야’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일부 지역 주민들이 고생했던 것이 떠오르며, 곧 시작될 농번기에 그나마 조금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늘 비가 왠지 나에게도 새로운 변화를 위한 기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을 향하면서 비는 점점 눈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3월에 눈이라... 하기야 4월에도 눈이 내린다고 하니 무슨 대수이겠어...’
출국 수속을 마치고 인천공항 123번 Gate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눈발은 점점 거세어 지고 있었다. 오늘 비와 눈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하지는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래서 였을까. 눈 때문에 한시간 가량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기는 했지만, 지금 비행기는 홍콩을 향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 아니구나. 열심히 날고 있다.
참, 비행기가 밤새 Gate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는지, 비행기 동체와 날개 위에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 이륙전에 한시간이 지체 된 것도 그 눈을 해빙하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름을 무엇이라고 불러야할까? 일반 트럭위에 세워진 타워크레인 운전적 위로 소방사다리차 같은 것이 달려있어 물(?)을 뿌리고 쌓인 눈을 땅위로 떨구어내고 있었다.
그냥 물일까? 아님 염화칼슘을 섞은 소금물? (뭐.. 무엇이든 간에..)
그걸 보면서 얼마전 TV에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본 것이 떠올랐다. 목숨을 걸고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사람들. 오늘 보았던 제빙설비는 사람이 타워크레인 조종석에서 조종하면서 물을 뿌리는 것이었다.
'굳이 사람이 소방호수를 들고 사다리차에 올라타지 않아도 물을 뿌릴 수 있게끔, 우리나라 소방서의 소방설비에도 저런 조종장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화재 내부 진압은 아닐지라도 외부진압용으로는 충분히 소방관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텐데.'
여하튼, 나는 지금 홍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근데 한시간 늦게 출발하면서 비행기가 12시 24분쯤 도착할 거 같다고 한다.. 홍콩에서 호주(브리즈번)으로 가는 비행기는 12시 10분까지 탑승을 완료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되는걸까? 귀를 쫑긋 세워야겠다. 안내방송으로 뭐라고 하는지 확실하게 들어야 대처를 할 수 있겠지… 설마 홍콩공항에서 미아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니 그런 생각조차 말아야지. 난 잘 될거니까.. ㅋㅋ
암튼 홍콩공항을 떠나서 또다시 얘기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