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_ Brisbane
#1. 기상
어제밤 지하에서 울리는 시끄러운 음악과 충격파(?) 덕분에 잠을 설치고 말았다. 그 와중에 잠이 들었는지 잠꼬대하는 나를 느끼고 두번이나 깨버리고 말았다는. 옆에서 자고 있던 아가씨들이 듣고 깨지는 않았을까? 상당히 또박또박 말을 하면서 잠꼬대를 한 거 같은데... (아무래도 꿈에서 진욱이형이 나왔던 거 같다)
아침 8시에 맞춰놓은 알람에도 불구하고, 결국 9시 30분에 눈을 떠서 10시를 조금 넘겨 시내로 나왔다.
(아, 뜨겁다. 반바지 입고 나올걸.)
빨래감을 줄여야한다는 생각에 어제 입던 청바지를 그대로 입고 나왔는데, 후회가 막심하다. 일단 오늘은 대충 때우고 내일부터는 반바지로 올인해야지... 잠깐 걸었을 뿐인데, 벌써 덥다... 땀은 왜 이렇게 나는지...
하기야, 난 어제까지만 해다 Winter에 있었는데...
#2. 안작스퀘어
지도를 보니까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한 블록 정도? 지도를 보니 건너편에 있는 것 같아, 횡단보도를 찾아서 걸어가는데, 사진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것이 눈에 보였다?
(설마 이거야?)
해외 여행을 갈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여행 책자에는 항상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모습을 담아주고 있는 거 같다...
안작스퀘어에 담긴 의미는 알고 있지만, 저걸 무슨 관광상품이라고 커다랗게 소개하고 있는지...
(아.. 어쩜 내가 너무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을 추구하는 거 아닌가? 호주를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호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것이 호주관광인데, 내가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구나.)
갑자기 내 자신에게 부끄러운 맘이 생기는구나. 이제는 나의 입장과 함께 호주인의 입장에서 그 문화와 역사를 동시에 느껴보아야 할 듯 하다.
여하튼 호주와 뉴질랜드 군이 합작하여 터키에 군을 파견한 것을 기념하며 호주 각 곳에 안작스퀘어가 마련되어 있고, 그 안에는 1년 내내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고 한다.
아래 쪽에서 올라가는 길에 두번의 계단이 있는데 19개와 18개가 있어 1918년을 기념하고 있다고 한다.
안작스퀘어 아래쪽에는 길 좌우로 작은 공원을 조성해 놓고 있어 주위 시민들에게 매우 편안한 공간을 주고 있었다. 또한 바로 그 아래에는 퀸즈랜드의 영웅(?)이라는 분들을 기리기 위한 동상이 서있었는데, ......
나~안, 그냥 대충보고 지나쳤을 뿐이고.
#3. Queen Street Mall
(쇼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즐겁게 보냈을텐데…)
우리나라 명동 골목길 같은 길을 좌우로 3~4층 높이의 (물론 더 큰 건물도 있다.) 쇼핑몰들이 줄 지어 늘어져있다. 백화점이라기 보다는 말그래도 상점들의 집합이다. Mall. 안에 들어가보니 여기저기 Sale, Sale, Sale… 여름이 가는지 신발, 의류 등에서 많이 할인을 해주고 있는 거 같았다. 하하하 내가 좋아하는 할인, 5$, 10$라고 마구 써놓았는데 난 왜 그 단어가 그리도 좋은걸까... 'Sale'
(어쩜 선진국이란 것은 이런걸까?)
상점들이 밀집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는 상거래만이 존재하고 있지는 않았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 안으로 잘 조성해 놓은 수목과 함께, 편히 쉬었다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마련해 놓은 크고 작은 벤치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공공의 적(?) 비둘기까지 함께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곳에, 더불어 사고팔고 한창 바쁜 그러한 곳에서도 여유라는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도 난 한국사람을 15명은 본 거 같다. 정말 많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말들. 다음번에 만나면 인사라도 건네봐야지.
점심을 먹기위해서 몰 안의 푸드코트로 들어섰다. 이것저것들 먹을 것들은 많은데 도대체 뭐가 뭔줄 알아야지. 입이 짧은 나에게는 새로운 음식을 먹는다는 도전정신(?) 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단 자극적이지 않고 내 입맛에 맞기를 바라니까.
결국 여기저기 해메이다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먹었다. 치즈버거와 콜라 M사이즈 하나. 그 맛은 한국이나 호주나 별반 차이가 없네. 역시 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라 품질관리를 잘 하는 것일까?
참, 무선인터넷을 쓰기 위해서 스타벅스에 들어갔었는데, 거기서는 돈을 내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곳 쇼핑몰에서는 맥도널드에서 제공하는 Wifi가 있다. 지금도 무선 인터넷을 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고. ^^
#4. 장터?
Queen Street Mall을 지나 빅토리아 다리로 향하면서, 솔직히 뭐하는 곳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의 육감(?)을 살려보았을 때, 그곳은 나름대로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은 곳이었던 거 같다. 버섯, 야채, 고기, 과일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는데, Farmer란 말이 있는 것도 보아하니,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이 열리는 시장이 아니었을까?
이것저것 팔기는 하는데, 나한테 별 필요는 없을 거 같아서. 하지만 그 장터를 안내하는 분이었을까? 예쁘게 꽃단장하고 서계시던 할머니의 인상이 떠오른다.
#5. 콘래드 트레저리 카지노
겉으로 보기에는 저게 무엇일까란 생각이 든다.
반세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옛스런 건물 속에는 겜블러들이 활약을 펼치는 심야의 활주극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한번 가볼까 했지만, 여행 하루만에 여행을 접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포기하고 빅토리아 다리를 향해 건너간다.
#6. 국제전화카드 사기
집에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카드를 사려고 한인마트에 갔다. 데이콤 국제전화카드 20불짜리 밖에 없다길래 그걸 사왔는데, 아무래도 마지막 남은 길에 한국 학생들에게 주고 오지 않을까 싶다. 뭐 국제전화카드야 한인마트였으니 충분히 설명을 듣고 잘 샀는데, 문제는 국내카드였다. 한인마트에서는 전화를 안판다고 하여 신문판매대에서 10불을 주고 하나를 샀는데, 헉 이게 제대로 안되는 게 아닌가. 그래서 판매원에게 다시 물어봤더니 50센트 동전을 넣어야만 한다는데... 50센트 동전을 넣어서 전화를 했으나 쉽사리 되지 않고 애꿎은 50센트 동전만 날리고 말았다. 결국 그 카드를 들고 한인마트에 가서 물어보았으나 그 학생들 역시 잘 모른다고 하고...
결국 이래저래 고생한 끝에 50센트를 넣고 번호를 누른 후에야 통화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우씨... 차라리 그냥 동전넣고 전화를 할 걸, 내가 왜 이걸 만원이나 주고 샀을까. 아마도 시외전화 전용 카드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남은 기간 숙소 예약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용하게 써야하겠다. 그래도 통화할 때마다 50센트면 500원인데, 이건 너무 비싼 거 아닌가...
#7. Townhall
시청이라 불리우는 곳. 멀리서 보이는 시계탑을 보고 그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청시계탑은 올라갈 수 없다고 하고 1층에 있는 박물관을 잠시 둘러보면서 박물관이란 것을 느꼈다. 쩝. 왜 난 이렇게 감상과 사고가 메말라 있는 것일까.
다시금 시청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8. 빅토리아 다리
브리즈번 박물관을 향하는 길. 브리즈번강을 가로지는 다리를 하나 건너야했다.
햇살이 따가와 걷기는 힘들었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에 강을 건널 수 있음이 행복했고, 강을 끼고 있는 도시는 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잠시 가져보았다.
그 와중에 자동차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이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위험한 짓을 왜...)
하지만, 내가 잘못 보았던 것. 그 자동차 도로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1미터 폭으로 나있었던 것이다. 자동차 도로 옆 자전거 도로. 자전거 생활자를 위한 배려일 줄 모르겠지만, 그 매연과 위험성은 감히 포기하지 못할 거 같은데...
#9. 박물관
빅토리아 다리를 건너서 박물관에 이르렀다. 브리즈번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 동물과 사회를 함께 보여주는 곳이었다. 호주 초창기의 자동차 비행기의 모습은 물론, 외국과 원주민의 역사적 유물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더불어 호주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물과 식물들의 모습도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었다. 그다지 큰 감동은 없었으나, 새로운 과거를 알수 있는 계기는 되었던 듯 싶다.
하지만, 외국의 역사적 유물을 당신의 박물관에 보존하고 있는 것은 과연 그 유물의 존재감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어느 여행책자에서는 그 곳에서 과거 신라, 고려의 도자기들이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 주인을 찾아간 것이라 믿으며 박물관을 등지고 다시금 사우스 뱅크로 발걸음을 향했다.
#10. South Bank
강변 공원이란 말이 가장 어울릴 듯 싶다. 한국 사람들이 외국을 가면서 그들이 누리고 사는 여유를 배우고 싶다고 하는 말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 안에는 인공으로 만들어놓은 모래사장을 낀 수영장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 썬탠을 즐기는 사람,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 춤을 추는 학생, 운동하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울 시내 공원은 주말마다 가득한 인파로 여유보다는 고단함을 남겨주는데(물론 평일은 그다지 가본적이 없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여유를 절로 느끼게 해주는 장소이었다.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엄마의 모습은 아직도 인상에 남는다. (6개월된 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사진하나 찍어도 되냐고 물었는데, 아쉽게도 No, thank you란다. 쩝...)
#11. 퀸즈랜드 공과대학 및 시티 보태닉 가든
향하는 길목에서 오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짐을 느꼈다. 대학 근처에 다 왔다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미 대학입구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었다. 5시경쯤 되었을려나. 학교에서 빠져나오는 학생도 다시금 들어가는 학생의 인파들이 매우 많아 보였다. 역시 그 도시의 젊음을 본다는 것은 대학만한 곳도 없는 것 같다. 그 안에서 공부하는 모습, 연애하는 모습, 운동하는 모습 등 다양한 젊음의 향연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더불어 대학 옆에 붙어서 함께 운치를 더하는 보태닉 가든은 대학의 캠퍼스를 두배로 넓혀놓은 인상을 주었다.
학생들의 열기를 잠시 식혀주는 곳이랄까? 넓은 잔디밭에서는 공부하는 모습과 여유를 즐기는 모습, 간간히 마련된 테이블에서는 한가히 책을 보고, 리포트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6시가 다되어 공원 밖을 나오면서 다시금 한무리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싸이클, 러닝, 보드. 그렇다. 운동하는 사람들이었다. 젊은 사람과 함께 중년의 사람까지 다양한 모습의 그들.
(퇴근한 것일까?)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일들을... 어쩜 한국인들이 외국을 부러워하는 것도 다 이러한 삶의 여유가 부러워서가 아닐까...
#11. 숙소에서 만난 친구
숙소에 들어갔더니 낯선 남자가 홀로 방을 지키고 있었다. 쑥쓰러워서 말도 건네지 못하다 ‘하이’하고 물어보면서 어디서 왔냐고 물었더니, '코리아'라고 대답한다.
오늘 브리즈번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묵는데, 어제의 나의 모습 같다.
고대려 생물공학 박사과정 4년을 마치고 휴학 중이며 유학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인간 생활 모두가 이유없는 삶은 없는 것 같다. 다들 왜 그렇게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결혼생활, 학교생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의 미래... 그 역시 그 답을 찾기위해 호주에 왔다고 한다. 다만 나와 다른 것은 나는 뭔가를 끝내기 위해, 그는 뭔가를 새롭게 찾기 위해 이곳에 있다는 것. 하지만 그 역시 모든 것이 새로운 우리의 인생을 위한 것이 아닐까...
더불어 오늘 하루도 이미 과거의 일부로 남아있다. 어떤 차원, 어떤 세상에서 오늘이 다시 현실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일을 살게하는 작은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하루밤을 청하고자 한다.
'병주야, 힘들지? 이게 인생일지도 몰라. 그리고 이겨내야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책임일거야. 힘내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