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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2)_in Gold Coast

쉰에 꺼낸 서른셋의 일기

by 초록창가 Mar 25. 2025

버스에서 한시간 남짓 걸려서 서퍼스 파라다이스 앞에 도착했다. (시간표에서는 1시간 20분 걸린다고 했었는데, 헤깔릴 뻔 했다. 규정속도를 위반한거야... 제길...)


트랜짓 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숙소 덕분에 무거운 가방을 그다지 오래 메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후 2시가 되어야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하기에 우선 짐만 라커에 보관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겨우 10시인데... 함께한 친구의 도움으로 3불을 지불하지 않고 짐을 공짜로 보관했다. 그냥 내가 먼저 낼 것을... 나란 인간이 왜이리 작게 느껴지는지 모르는 순간이었다. 부끄러운 인간...


그렇게 짐을 보관하고 본격적으로 Main Beach로 향했다. 해변으로 향하는 작은 길에서 왠지 경포대 바다를 앞두고 설레였던 마음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호주의 해변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설레이는 마음...

작은 길이 끝나고 저 멀리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길을 마지막으로 찍는 순간 내 앞에 펼쳐지는 것은 딱 세가지 뿐이었다.

'하늘, 바다, 모래사장'

작은 섬 하나 보이지 않고 수평선을 아름답게 드리는 그 풍경 속에는 위로는 푸른 하늘에 구름마저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하늘과 짙은 푸른빛을 감도는 넒은 바다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바다를 마중하듯 길게 드리워진 모래사장이 있었다.

해변을 향해 난 작은 계단에 이르러 샌들을 벗고 조용히 모래위에 발을 얹었다. 와... 마치 밀가루 위를 걷는 듯한 기분? 모래의 입자가 얼마나 작고 부드러운지,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오는 모래들마저 부드러움을 건네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구름마저 부끄러운 듯 존재를 작게 만든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태양의 열기는 모래를 프라이팬에 올려놓은 듯 만들어 놓고 있었다. 더불어 그 뜨거운 열기를 피할 곳조차 없는 해변이었기에, 나의 마음은 그늘 밑으로 일단 베이스 캠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사실 지난 경포대 해수욕장을 떠올리면서 해변가에 줄지어 서있는 파라솔을 기대했건만, 그 해변에는 오로지 태양과 모래와 바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결국 해변가에서 떨어져 길가에 가까운 곳에 만들어진 작은 그늘에서 둘만의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사실 일행했던 분의 도움이 너무 컸다. 난 돗자리조차 없었는데...)


이윽고 카메라를 들고 해변에 나아가 연신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하였다.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부채를 활짝 펼쳐놓은 듯 하나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는 그 모습에 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묵직한 무게함과 차가움이 허벅지를 덮쳐왔다. 깜짝 놀라는 순간 파도가 덮친 것을 알았다. 위험지역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파도는 경포대의 파도보다 훨씬 강함을 보이고 있었다.

< Gold Coast >< Gold Coast >


그리고 또한가지 강렬한 인상. 그것을 서핑이었다. 영화에서 바라보던 키를 훨씬 넘는 커다란 파도는 아니었지만, 그 파도 안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해변을 향해 달려오는 파도 위에서 작은 보드에 올라 파도를 타는 사람들.. 파도를 탄다는 것.. 그건 파도를 이겨낸다는 것이다. 사실 파도가 얼마나 강한지, 인간의 힘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파도를 이기고 그 파도의 위에서 파도를 호령하는 모습.. 자연을 향한 인간의 노력과 외침이 아니었을까…

뜨거운 태양과 함께한 시원한 그늘 속에는 또한 바람이 있었다. 그늘 아래서 눈을 감고 누웠을 때, 발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전달되어 오는 바람의 느낌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요 며칠간 불면증으로 시달리면서 과연 잠을 잘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정말 말 그대로 걱정이었다. 그 느낌은 콘크리트 건물속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고마운 선물일 것이다.

< Gold Coast with Surfing >< Gold Coast with Surfing >


더불어 골드코스트는 브리즈번과 달리 고층건물이 매우 많았다. 사실 오피스 건물이 아니라 관광 숙박을 위한 곳이 대부분인 듯 했다. 연중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관계로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는 곳인 만큼, 그들을 수용하기 위한 크고 작은 숙소들이 계속 생기고 있었다.


밤이 되자 해변가에는 개인 창작품을 중심으로 노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시내에는 낮에 보이지 않던 작은 네온사인들이 불을 밝히며 해변의 밤을 맥주와 함께 시원하게 만들고 있었다.

젊음? 아니다. 젊은이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가족들의 모습, 노부부의 모습들이 함께 하는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영원히 즐거움만을 추구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자신의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고 다시 새로운 열정과 다짐으로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이 아름다운 해변은 건네어 주고 있는 듯 했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뜨거운 해변을 다시금 걸으면 넒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싶다.


(그런데 민소매 옷을 입고 나선 관계로 발갛게 익어버린 내 뒷목과 어깨, 팔은 과연 어떻게 될까? 시원한 바람속에도 어깨 안에서는 화덕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선크림을 발랐어야 하는데, 다행이 얼굴이나마 조금 익은게 다행이지...)


< 저무는 해를 마주보는 골드코스트 >< 저무는 해를 마주보는 골드코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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