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_ New Castle
오늘은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던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어제 샌들을 너무 오래 신고 다녀서였는지 골반과 다리가 아파 많이 걷기를 포기하고 천천히 시내를 돌아다녔다.
참, 아침에 여행책자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어제 Visitor Center에 두고 온 듯 싶어 그곳으로 다시 갔더니, 어제 앉았던 장소에 책자가 그대로 있었다. 다행이다. 벌써 두번째이다. 카메라, 그리고 책자.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비록 값어치가 없는 한국책자였지만 남의 물건에 손을 안대는 호주인이 참 고마웠다. (어쩜 남들에게 전혀 신경을 안 쓰는지도.)
시내에는 100여년 가까이 되는 건축물들이 아직도 유지되는 것이 인상이 깊었다. 호주 초기 정착이 시작되었던 그 당시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건물도 잘 지었지만 역사 속의 유산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기저기 건물을 보수하는 장면도 많이 목격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국보1호를 잃어버린 우리나라를 생각할 때 아직 많은 유산을 잘 간직하고 있는 이곳의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지금 시각 14:26
오후에는 처음으로 해변가를 가 볼 생각이다. 어제 만난 친구와 함께 가기로 했는데, 호주의 바다를 만날 기회가 생겨서 너무도 기쁘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햇살이 강하지 않다. 하늘에 구름도 옅게 깔려있고. 바다에 들어가면 추울려나? 그래도 짧은 시간이겠지만, 깊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면서...
3시가 넘어서 방을 함께 쓰는 평교씨와 바닷가로 갔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변가에서 물놀이를 해볼까 하는 생각에 주저없이 바닷가를 향했다. 바람과 구름이 다소 있는 날씨여서 였는지 파도가 어제보다 더 강한 듯 했다. 3월말이면 newcastle에서 서퍼축제가 벌어진다고 하던데, 그에 어울리는 커다란 파도가 펼쳐지는 광경이었다. 썰물이었는지 물이 빠진 모래사장을 건너 바닷물이 발목에 다가왔을 때의 그 차가움에 다소 놀란 마음이었지만, 이내 파도와 함께 어울리면서 함께 놀았다. 동해안과는 달리 수심이 그리 깊지가 않았다. 한참을 바다를 향해 걸어들어갔음에도 물이 허리 높이까지도 안오는 것이 아닌가. 잠시 파도를 타고 놀다가 뒤를 도는 순간 정말 내키를 훠얼씬 넘는 집채만한 파도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순간 균형을 잃고 떼굴떼굴 몇바퀴를 굴렀다. 파도의 무서움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다. 한번은 파도에 떠밀려 바다로 다가갔는데 갑자기 밑이 안보일만큼 파랗게 보이는 파도에 두려움을 느껴서 해안을 향해서 헤엄을 쳐보기도 했다. 정말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죽을 힘을 다해서(?) 헤엄을 쳤다. 사실 그 순간의 바다의 깊이가 얼마나됐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어쩜 무릎 높이의 물에서 사람들이 죽는 이유를 알 거 같은 순간이었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두려움이란..... 어쩜 인간의 이성을 뛰어넘는, 인간의 이성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리라.
5시경 빨래를 한 후 (7불이 들었다. 빨래 4불, 건조는 3불, 건조는 1불에 7분이라는데 청바지가 아닌 면류는 20여분이면 충분한 듯 했다.) 저녁에는 호스텔 주인의 소개로 YHA 투숙객들과 함께 인근 호텔 pub에 가서 Bingo 게임을 했다. 삼십여명의 사람들과 어울려 맥주도 한잔 하고 식빵에 시지를 먹으면서 한시간여를 즐겼다. 참, 게임이 진행되던 중 마지막에 Full Bingo를 맞추는 게임이 있었는데, 왠일인가~!!! 내가 게임에서 우승을 했다. 어릴 때 보물찾기도 못하던 내가 호주에 와서 이런 게임에서 승리하다니. 인천과 바이런 베이의 비 덕분인지 나에게 행운이 남겨지고 있는 거 같다. 기분 좋은 걸, 후후.
저녁 후에는 평교씨와 호스텔 로비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겼다. 우리나라에는 매우 유명한 게임이지만, 외국인들은 그저 들어보기만 했을 뿐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방안에 쳐박혀 하는 게임보다는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즐기는 문화에 더욱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게임에서 벌어지는 작은 승부욕과 머리싸움이 한국인을 자극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든 싶기도 하고…
내일은 시드니로 떠난다.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간다. 과연 내가 뭔가 변했을까? 그저 눈앞에 보여지는 것만을 보기만 할 뿐, 그를 통하여 나에게 전해지는 변화의 기운을 겪지 못하고 있는지는 아닌지.
사실 의도하는 변화와 의도하지 않은 삶 속에서의 변화가 있겠지만, 과연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음... 조금더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변화를 꼭 얻어가고 싶은데. 어쩜 내가 느끼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른 이들이 느끼는 변화를 가져갈 수 있을지를 기대하고 싶다.
나를 믿으며 인생의 목적을 위해서 흔들리지 않고 노력할 수 있는 자신감, 용기와 믿음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