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_ Byron Bay
“Cheekey Monkey”
어제는 새로운 경험이 있었던 날이다. 방에서 일기와 이것저것 정리하고 컴퓨터를 충전중이었는데, 앞침대를 사용하던 에밀리아(그냥 밀리라고 부르더라)가 다가오더니 (사실 그 때까지는 이름도 몰랐지만) 혼자서 지루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냥 I’m OK라고 대답했는데, 지루할 거 같다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기에, 또 외국인들과의 술자리가 언어 문제로 불편할까봐 자신이 없었는데, 권해주는 마음이 고맙고, 또 이런 기회가 언제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기꺼이 그 자리에 참석했다.
Nomas 식당 밖으로 펼쳐있는 야외 발코니에서는 이미 각국의 젊은 친구들의 파티가 한창이었다. 클럽에 온 듯 울려대는 큰 소리와 서양인들만이 우글대는 그 곳에서 순간 움츠러드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도 큰맘 먹고 나온 장소인데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사실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기가 쪽팔려서) 밀리가 안내해주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캐나다인들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대여섯명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걱정과는 반대로 그들 모두가 나를 편하게 맞아주었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까 남쪽인지 북쪽인지를 먼저 묻고 있었다. (북쪽이라고 하면 핵문제 때문에 죽이려고 했던 것일까?) 당근 남쪽이라고 말했더니, 다들 한국 좋다고 난리를 치더라. 왜 그런지... 맥주를 한병 건네어 주고 그 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호주에 얼마나 있었는지, 왜 왔는지, 그 전에 무엇을 했는지, 한국여자와 외국 남자 이야기, ..... 등. (캐나다 동쪽 도시를 가면 아시아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 ㅋㅋㅋ 언젠가 가볼까? ^^) 그리고 the ONE 0.5를 나누어 피웠는데, 이게 무슨 담배냐길래 난 그냥 건강에 좋은 거라고 했다. ㅋㅋ
(갑자기 밀리가 새로 만난 친구가 맘에 들었는지 둘이 키스를 하네? 슬며시 고개를 돌려 못본척 했는데...)
한시간여 그 자리에서 파티를 벌인 후 갑자기 친구들이 Cheekey Monkey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게 뭐냐고, 난 모르겠다고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그의 설명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단지 클럽과 같은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 그들이 클럽에 간다고 함께 가자고 했다. 순간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모처럼 외국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인데 피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클럽이란 곳에서 술을 마시며 춤을 춘다는 것이 왠지 자신이 없었다. 양보하고 양보해서 숙소로 돌아왔는데, 왠지 모를 허전함과 아쉬움이 남고 있었다. 그 때 에슐라가 들어오더니 클럽 갈건데 같이 가자고 했다. 그 때 나도 모르게 응낙을 했고, 함께 길을 나섰다.
5분여를 걸어서 클럽에 다다랐다. 그 때서야 비로소 Cheekey Monkey가 무엇인지 알거 같았다. 그 곳에는Cheekey Monkey's Restorant & Bar라고 써있었다. (아, 춤을 좋아하고 술마시는 사람들을 Cheekey Monkey라고 부르는 건가...) 줄이 길었던 관계로 한참을 기다려 입장을 하는데, 나안~~ 신분증이 없을 뿐이고... 신분증이 없으면 못들어 간단다. 아마도 나이 검사를 하는건가보다? 아님 외국인만 받던지... 암튼 나는 다시금 숙소로 돌아와 여권을 챙겨들고 다시금 그 클럽으로 향했다. 그냥 가지 말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약속인데 하는 생각에...
클럽에 가서 기도(?)를 보던 떡대 좋은 아저씨한테 말하고 먼저 들어갔다. 클럽 안에서는 이미 음악과 춤과 술과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 안에서 캐나다 친구들을 찾는데...
(아... 왜 안보이지? 얼굴을 좀 잘 기억해둘걸 그랬나?)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캐나다 친구들을 볼 수가 없었다. 나름대로 음악과 춤이 있었기에 맥주라도마시고 가려고 바 앞에 갔는데, 맥주와 음료는 별도로 지불을 하는가보다. 그냥 돌아서서 숙소로 돌아오는데... 숙소앞에서 밀리와 에슐라를 만났다. 들어갔다가 찾을 수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고 했는데, 자기들도 마찬가지라고... ㅋㅋㅋ 다시금 일행을 만나서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을 피곤하고 아침 일찍 할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Cheekey Monkey”
한국에서도 클럽에 가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좋은 경험을 해본 듯한 생각에 나쁘지는 않았다.
(캐나다 나쁜 놈. 내가 7년동안 일했다니까 나 믿고 술 먹자는 말을 지들끼리 하는데, 나도 그 정도는 들었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챙겨먹고, 체크아웃을 한 후에 님빈으로 가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님빈에 갈 수가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왜냐고? 지금 10시밖에 안됐는데? 그랬더니 늙은 주인장이 시계를 가르키며 이미 버스가 출발했다는 것이 아닌가? 시계는 1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버스가 10:30에 떠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내 시계는 분명 10시를 가르키고 있는데...
내가 몰랐던, 아니 망각했던 사실이 있었다. 골드코스트에서 바이런 베이로 넘어오면서, 주(states)가 바뀌었고, south wales에서는 3월까지 summer time제를 적용하여 한시간이 더 빠른 것이었다.
'Oops!!'
님빈으로 가는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No!'
결국 오늘 뭘할까를 고민하면서 오후 반나절은 해변가 공원에서 잠도 자고, 음악도 듣고, 시드니 공부도 하고, 바닷가를 거닐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거기서 이틀밤 째 해변가에서 잠을 잘 계획을 지닌 독일청년을 만났다. 30여분을 이야기 나누다가 돌아왔는데, 세상은 정말 내가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 Starry Night에서 잠을 청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ummer time을 몰랐던 관계로 님빈을 가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쉽지만,
평온한 오후와 저녁을 보낼 수 있던 것에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그 행복한 느낌이 영원히 맘 속에 남아서 굳이 이곳이 아닌 서울에서도 그 여유와 평온을 평생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도 같이...
이제 3시간 후면 뉴캐슬로 떠난다.
해변의 밤바람이 점점 쌀쌀해진다. 숙소에 가서 짐을 찾고 맥주 한잔 마시면서, 버스를 기다려야겠다.
참, 호주가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좋은가보다. 일반 식품들도 한국보다 훨씬 비쌌다. 코카콜라 600ml가 2.99인데... 한국보다 두배는 비싸네?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라서 일반 물가가 더 비싼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