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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야만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리라

3월 7일 _ Byron Bay

by 초록창가 Mar 26. 2025

10시 20분에 Byron Bay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었다. 

8시경 눈을 떠 샤워를 한 후 어제 준비한 식빵에 잼을 발라 간단히 아침을 대신했다. 어떻게든 아껴보자는 생각에 빵을 선택하기는 했으나 과연 식사도 제대로 안하면서 여행을 하는 것에 대하여 잠깐 회의가 들기도 하는 순간이었다.

시간 여유가 많은지라 담배도 피우고 음악을 들으면서 숙소에서의 아침을 보냈다.


Byron Bay로 가는 바스를 타고는 느긋한 잠을 청했다. 2시간 25분이 걸린다고 했는데…

(그레이 하운드는 정말 여유있는 시간표를 운영하는가보다.)

오늘도 도착 예정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도착을 했다. 처음에는 이곳이 그곳인가 의아해하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것을 보고 맞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곳에는 브리즈번이나 골드코스트와는 달리 도로에 표지판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작은 도시였다. 숙소를 찾아서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숙소 찾는데 많이 헤깔렸다.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숙소였기에 찾는데 다소 고생을 했다.)


부엌을 찾아서 또다시 어제 샀던 식빵으로 다시금 점심을 대신 했다. 

점심을 먹는 사람이 적어서였는지 부엌에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직은 내가 자신감이 부족한가 보다. 남들 앞에서 새로운 뭔가를 하는 것에 대하여 아직 긴장하고 남들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많은 듯 하다)

몇 명 없는 사람들 앞에서 그냥 스토브에 빵을 굽고, 잼을 발라 먹을 뿐인데, 그 와중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뭐가 그리 부끄럽고 떳떡하지 못한 것이냐?)

내 자신에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고자해서 이곳에 온건데... 그래, 이제 시작일뿐인데 점점 좋아지리라... 뻔뻔해지고 얼굴에 철가면조차 거부하지 않는 인간이기를...

사실 저녁에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더워서 였는지 아님 긴장해서였는지 땀을 흘리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음식하는 사람이 많아서 뜨거운 열기가 많아서 였으리라)


그렇게 점심 이후에 Main beach와 Cape Byron bay를 보기 위해서 밖을 나왔다. 

(뜨거운 햇살에 어제 익었던 팔뚝이 아려옴을 느낀다. 젠장...)

Main Beach에 이르렀을 때, Gold Coast와는 또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Gold Coast가 도시 옆의 해변이라면, Byron bay는 자연속의 해변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어쩜 Gold부터 이어졌을지도 모르는 해변이 내가 바라볼 수 있는 끝까지 펼쳐져 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펼쳐지는 파도의 향연은 파란색과 하얀색이 그리고 잘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Current 역시 Gold보다 훨씬 강했고, Surfing의 묘미를 더할 수 있듯이 보였다. 더불어 해안가에 위치한 푸른 초목과 바위들은 자연이 주는 해변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다. 그 위에서 강한 햇볕 아래서 물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아무런 걱정을 느끼지 못하는 행복한 모습들 뿐이었다.

(혼자라서 물에 안들어갔는데, 혼자라도 물에 가서 놀 수 있다면 그게 나에게 용기가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내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 Byron Bay, 멀리 보이는 등대 >


해변을 바라보며, 다시금 내려와 Cape Byron Bay로 발길을 옮겼다. Main Beach에서 저 멀리 산꼭대기위에 서있는 등대의 모습이 보였다. 

(만일 서울이었다면 ‘아, 저기까지 언제 올라가지?’라는 고민을 했을텐데, 정말 거기까지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에 대하여 단 한 번 고민을 하지 않았었구나...)

(그래, 어쩜 인생도 같은 것이 아닐까? 다가오지 않은 어려움에 대하여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 그저 묵묵히 미래의 기쁨만을 생각하면서 지나다보면 언젠가는 도달해있겠지? 가다가 힘들다면 잠시 쉬어가면 되는거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가야하는건데...)


< 등대를 향한 걸음 앞에서 >


등대를 향하여 걸어가는 동안 공원도 지나고, 숲길도 지나고, 아스팔트 길도 지나고, 나무계단도 지나고, 그렇게 그렇게 나는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등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그 길이 나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Main Beach 뒷편 해변에는 파도가 더욱 아름다운 해변이 있었다. 등대에 오르지 않고서는 결코 바라볼 수 없는 그런...

새하얀 파도가 마치 파동을 일으키듯이 해변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자연의 한 장면일 수 밖에 없었다. 


< 호주의 가장 동쪽에 있는 등대 >


그리고 마저 등대를 찾았을 때...

(저 바다처럼 넓고 싶다)

맑은 하늘아래 한가닥 실처럼 펼쳐진 바다는 과연 끝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줄 만큼 넓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늘 아래 내가 있고, 바다 위에 내가 있다.)

그 수평선과 나란히 서서 그 바다와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동쪽 가장 끝자락에 서서 난 그 하늘과 바다를 맞이하고 있었다.

묵묵히 그 자리에서 넓은 마음과 모습을 지니고 있기에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만드는 것이리라... 나 역시 넓다면 다른 이들을 맞이할 수 있겠지. 저 바다처럼...


< 호주에서 가장 가까운 동쪽 바다 >


넓어야만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리라...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넓은 마음을 배워보리라...


< The Most Easterly  Poi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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