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_ Sydney
지도에 나와있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만들어 보고 싶었
12시 30분경 시드니에 도착했다.
두리하우스라는 한인이 운영하는 호스텔에 묵기 위하여 전화를 했으나 사장님이 병원에 간다는 이유로 Pick-up이 불가능하다고 하시면서 전철을 타고오면 5$을 Discount해주시겠다고 하신다. 그 돈을 아끼기 위해서 걸어갈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짧은 순간에도 금새 무거워지는 어깨를 위하여 전철을 타보기로 결심을 했다.
시드니 Central 역은 총 25개의 전철노선이 운행하는 듯 했다. (25번까지 있었으니까) 24번 노선에서 one way 티켓을 사서 3정거장 후에 Kings Cross 지역에서 내렸다. 서울의 지하철과는 달리 2층으로 운영되는 전철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전철의 낡은 내부와 어둡고 쾌쾌함은 시드니 전철의 역사가 오래됨을 보여주는 듯 했다.
전철을 내려서 두리하우스에 도착하여 방을 잡았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한국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었더니 그냥 힐끔 보면서 지나가는데 한국인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식사를 한끼로 못한 덕분에 2시경 늦은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동안 외국인들과 경험하면서 낯설더라도 인사하며 말을 걸었던 Know-how(?)를 살려 말을 걸었는데, 외국인과 달리 모든 이들이 환대해주는 모습은 다소 적었다. 그 중 곱슬머리를 한 대구 친구가 말을 걸어주는데 어찌나 그 친구가 고맙던지. 야채를 볶아서 밥을 먹으려하다가 그 친구들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나의 야채볶음이 별로 맛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당당함이 자신감으로 보여지는 멋진 친구였다.
식사후에는 킹스크로스 지역과 옥스포드 거리를 둘러보았다. 3시간여 걸어 다녔는데 그 동안의 피로가 조금씩 몰려오는 듯 했다. 그래도 양껏 먹은 밥의 힘을 빌려 힘껏 돌아다녔다.
시드니 시티 중심가와는 달리 100여년 전의 건물을 아직도 잘 보존하면서 활용하고 있었다. 마치 뉴캐슬의 그것처럼. 특히 옥스포드 거리의 건물은 현대의 건물이 아닌 오래된 건물로서 현재 속의 과거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애써 지도에 나와있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여기저기 골목을 헤짚고 다녔는데, 우연이 Elezabeth Bay House, Barracks를 발견했다. 그다지 인상이 깊은 곳은 아니었지만, 우연한 나만의 여행길에서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참, 킹스 크로스 지역에서 주택가를 돌아다니면서 부동산 가게로 보이는 곳에 집을 팔고 사겠다는 전단이 붙여진 것을 봤는데, 서울보다 집값이 훨씬 비싼 듯 했다. 주변의 주택 한칸에 4~5억 정도가 기본적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듯 했다. 기껏해야 방 3개라는데, 잘사는 나라인가? 아니면 여기서 주택 가격에 거품이 있는 것인가.
다시금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도 일부러 지도를 보지 않고 길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길을 잃고 말았다. 지나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버스를 알려주길래 그냥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약간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어쨌든 한참을 돌아서 숙소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Ferrari 매장을 발견했다. 유명한 페라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사실 차에 대하여 큰 관심은 없지만 그 앞에서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드는 나를 바라보면서, 나도 역시 남들의 관심사에서 나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는 듯함을 느꼈다.
숙소에 돌아온 후 점심을 같이 먹었던 친구들과 저녁식사와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약간은 뻔뻔하게 숟가락 하나만 더 올려달라고 부탁하면서 저녁을 먹고, (저녁에는 내가 아끼던 소주를 하나 꺼내었다. 아깝지 않은 소주. 이제 두개 남았는데 언제 먹을까? ^^ 그 때는 꼭 나를 위한 선물로 마시고 싶다.) 새벽 2시까지 맥주를 마셨다. 처음에는 그다지 생각이 없었는데,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맥주를 사오는 것을 보면서 함께 맥주를 마셨다. 26~28살 밖에 안된 친구들이지만 그 나이의 나보다는 훨씬 많은 경험을 하고 있고, 더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우물 안에서 고여 사는 인간보다 다양한 세상과 문화 속에서 경험을 하는 것이 인간과 개인으로서의 성장을 돕고 있는 듯 하다. 나중에 자식 나면 절대 우물안 개구리처럼 키우지 말아야지. 내일이나 모레는 내가 맥주 한 잔 선물해야할 듯 하다.
내일은 남은 시드니를 다 돌아볼 생각이다. 한 6~8시간쯤 걸릴 듯 한데, 시드니 야경까지 건지고 오고 싶다.
그럼 내일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