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는 아이를 어떻게 국제학교에 적응시킬까?
우리가 싱가포르 입성 전까지 마쳐야 할 미션은 1. 아이 학교 준비, 2. 이민가방 싸기, 3. 집 구하기였다.
이 중 1,2번은 한국에서 마칠 수 있는 미션들이지만 3번은 그렇지 못했다. 대신 'propertyguru'라는 앱을 통해서 미리 적당한 집을 보고 Agent직원과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아이 학교는 2월에 정해졌기 때문에 아이학교 주변으로 동선이 좁혀져서 집 구하기는 좀 더 수월해졌다. 아빠 직장이나 다른 변수로 아이학교와 먼 곳에 집을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내보니 아이 학교에 가까운 곳이 가장 좋은 듯하다.
출국 직전 마무리해야 할 것은 한국 집 정리와 이민가방 싸기였다.
다행히 한국집은 비우지 않고 양쪽 부모님들께서 오며 가며 살펴봐 주시기로 하셨다. 그래서 일을 조금 덜 수 있었다. 대신 해외이사업체를 이용하지 않아 우리는 이민가방 7개와 캐리어 4개에 필요한 짐을 다 가져가야 했다. 필요한 것들은 많은데 허락되는 양이 한정적이라 고르는 것도 일이었다.
해외 짐을 쌀 때 목록을 아래처럼 만들어 리스트를 작성했고 준비한 것들은 지워나갔다.
음식류(싱가포르에서 구하기 힘든 멸치류, 한살림 양념들, 바로 가서 먹을 간단한 반찬, 김치찜, 인스턴트 음식 등)
의약품(아이 알레르기 관련 응급약, 가족 상비약(안약 포함), 홍삼 등 영양제, 가족들이 잘 걸리는 질환 처방받은 약 등)
의류, 신발(여름옷 위주, 수영복, 빨리 마르는 옷들, 긴팔, 긴바지 몇 벌, 모자, 운동화, 샌들)
생활용품(화장품, 목욕용품, 청소용품 등)
학용품(아이 학교에서 필요한 문구류, 친구 선물 등)
이렇게 목록을 만들고 리스트를 작성한 후 한 두 달은 필요한 브랜드 쇼핑 핫딜 알람을 켜놓고 싼값에 물건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특히 영양제나 화장품류는 핫딜로 쟁여놓았고 아이의 학용품과 생활용품은 다이소에 가서 대량구입했다. 식품류는 코스트코에 가서 대량으로 장을 보거나 인터넷 장을 핫딜이 뜰 때마다 역시 쟁여놓았다. 이렇게 하다 보니 짐을 두 달은 싸는 기분이었다.
두 가지 의미의 후회이다. '더 가져올걸!!' 하고 후회되는 아이템과 '가져오지 말걸!!' 하고 후회되는 아이템이다.
더 가져올 걸 하고 후회되는 아이템: 의약품(인후염, 코감기 약 등), 화장품, 학용품
싱가포르가 여름나라이긴 하지만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고 있는 곳이라 에어컨에 의한 감기가 걸릴 수 있다. 이곳의 실내 에어컨 온도는 19도쯤 되는 것 같다. 워낙 밖이 더워 실내에 들어왔을 때 열기를 식히려는 의도도 있지만 히잡 등 종교적 이유로 긴팔을 입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아이학교 교실 온도도 19도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교복은 긴팔 후디까지 포함이 되어 있어서 항상 싸서 보낸다.
그래서 아이들이 인후염 또는 편도선염 등의 감기가 많다. 약을 넉넉히 준비해 오는 것이 좋다. 또한 수영을 많이 하는 곳이라 안약을 처방받아 오는 것이 좋다. 아이는 드림렌즈를 해서 눈에 상처가 잘 나는 편이라 처방약을 받아왔는데 그때 안질환에 관한 약을 더 처방받아 왔었다.
또한 물가가 비싼 싱가포르에서 유난히 비싼 건 화장품 및 학용품이다. 물론 가디언이나 왓슨에도 한국화장품이 있지만 올리브영에서 싸게 쟁일 수 있는 물건들이 이곳에 오면 가격이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학용품도 만만치 않다. 여기 문방구가 종류가 많지 않아 주로 Popular에서 사게 되는데 공책이 3-4천 원씩하고 크리스마스 카드 하나에 5000원씩 한다. 어차피 중국에서 수입해 오지 않나....라고 생각하면 그 돈을 주고 사기가 억울해진다. 나는 다이소에 가서 아이 문구류와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미리 준비해 왔었다. 하지만 캐리어가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입성 후 한국에서 해외배송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니 걱정 없다!!!
가지고 오지 말걸... 하고 후회되는 아이템: 한국 식품류, 옷, 가죽 종류 물건
사실 다 쟁여오면 쓰긴 하지만 그래도 한정된 짐 속에 괜히 넣어왔다 싶은 아이템들이 있다. 싱가포르에서 한식이 인기가 많아 한국마트뿐 아니라 일반 슈퍼마켓 어딜 가도 한국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마트보다 사실 로컬 슈퍼마켓에 갔을 때 한국식품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물론 수출용 제품이지만) 이민가방 하나에 코스트코에서 산 식품류들은 여기서 잘 먹긴 했지만 살짝 비싸거나 심지어는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어서 차라리 이민가방 남은 자리에 친정엄마표 김치나 반찬, 양념들을 더 들고 올 걸 하고 후회가 남는다.
싱가포르는 더운 나라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옷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1년 내내 여름옷차림이라 운동복 입고 다니는 여자들도 많고 잘 마르는 소재의 원단을 즐겨 입는다. 그래서 '여기 의류사업은 잘 안 되겠구나.'하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긴팔은 꽤 입을 일이 있다. 11-2월 사이 우기 때는 21-2도까지 떨어지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에어컨이 너무 세서 긴 팔이 필요하다.
이곳에 우기가 시작되면 비가 정말 계속 온다. 한국의 장마와는 좀 다른 부분이 한 번 비가 오면 쏟아붓는 스콜이 내리는데 예전에는 스콜 사이에 햇빛도 나고 빨래 마를 시간이 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기후변화 때문인지 하루 종일 비가 올 때가 있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 정말 집안이 축축해진다. 다른 아이템들은 빨고 건조기로 말리고 선풍기나 실링팬을 계속 돌리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옷장 속의 가죽 아이템은 곰팡이가 쉽게 쓴다. 가죽가방을 안 가져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가죽파우치가 있었다. 가죽 사이사이 촘촘하게 곰팡이가 피어서 버렸던 기억이 난다. 대신 다른 작은 가죽가방을 소중히 더스트에 모셔놨었는데 그 아이템은 괜찮았었다. 가죽아이템을 가져오더라도 제습장치를 잘해놓아야 한다.
이제 정말 가야 할 출발할 시간이 왔다. 2년의 시간이지만 자리를 비워야 하는 입장이니 가족들 경조사는 미리 챙기고 인사를 드릴 지인분들에게는 먼저 연락드려야 맞는 것 같았다.
다행히 가기 직전에 칠순을 맞은 친정엄마의 생신파티를 잘 치러드리고 갈 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 칠순을 챙겨드리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감동하셔서 눈물을 보이시는 엄마를 보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Farewell파티와 함께 손 편지를 전해주며 마음을 전했고 친척어른들께도 일일이 전화를 드려 인사를 드렸다. 또 감사한 은사님, 한동안 못 뵐 모임 회원들에게도 작별의 인사를 했다.
마지막 1-2주는 인사드리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잘 다녀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신 분들께 지금도 감사드린다.
출발 당일 이민가방 7개 포함 11개 짐을 실으려고 예약한 밴 기사님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다행히 그분이 늦으셔서 군말 없이 실어주셨다. 감사합니다!!
이것도 꽉꽉 발로 눌러 담은 거고 심지어는 안 갖고 온 것도 너무 많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삼복더위 이 짐을 이고 지고 싸느라 살이 쭉쭉 빠졌는데 비행기 타러 가는 길이 어찌나 편안한 던 지.. 인천공항에 내려서도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내내 비행기 탈 때까지 탄게 아니라며 정신줄을 꼭 붙들고 있었던 우리!!!
그 와중에 수하물에서 전화 와서 짐 하나 확인해 달라고 해서 후다닥 달려가봤더니
그것은.....
바로......
다목적 세정제...
스프레이 입구가 총기처럼 보이셨나요? 황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고분고분하라는 대로 잘하던 우리였다.
우리는 무사히 이륙해서 착륙했고 Immigration도 무사히 통과했다. 한국인에게는 관광비자가 90일이 주어진다. 다른 나라에 비해 3배는 많은 혜택이었다.
여기에도 감사하며... 하지만 짐 검사할 때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는다.
왜 가지고 온 거야? 하면! 무어라 설명할 지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우리의 첫 보금자리는 남편 대학원 게스트하우스 자녀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였다.
이곳은 다른 숙소보다 조금 커서 감사하게도 우리 짐을 다 소화할 수 있었다. 대학교 캠퍼스라 학생식당의 음식들도 괜찮고 저렴해서 우리가 임시로 기거하기 좋았다. 이곳에서 아이 학교 주변에 살 집을 구하러 다녔다. 앞에 소개한 싱가포르 부동산 앱에서 사전 약속을 잡은 터라 빡빡한 스케줄로 다닐 수가 있었다.
우리는 며칠 동안 집을 못 구하고 여기저기 전전하기 시작한다!!!
아이 학교 주변 집의 알아보기 위해 간 지역의 쇼핑몰을 그동안 내 집 드나들듯 다녔는데 이곳에는 공립도서관이 있었다. 잠깐 구경간 이곳에서 집에서 가끔 봤던 Flat stanley시리즈를 만났다. 인기 있는 시리즈들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아이는 독서를 시작한다.
집을 구하러 다니며 콘도 단지 안에 생오렌지 착즙 자판기를 애정하게 되어 더우면 한잔씩 마시는 것이 오아시스 같았다. 단돈 2천 원이면 4개의 오렌지를 착즙으로 짜주는데 이 기계가 싱가포르 곳곳에 있다. 아이가 다니게 되는 학교 복도에도 설치가 되어 있다. 콜라맛에 길들기 시작했던 아이를 오렌지 주스로 계속 달랬다!!
아이 학교 교복을 Orchard로 사러 갔는데 그곳은 럭셔리 쇼핑의 천국이라 눈 돌아가는 아이템들이 반짝반짝했다. 데드풀 울버린 시리즈 포토존이 있어서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울아들은 자기는 사진 찍기 싫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재밌었다. 그때는 마냥 싱가포르에 호기심이 생겼고 뭐든지 재미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몰랐다!...
우리가 집을 구하는데 고전을 하게 될지!!
물론 마음을 내려놓으니 선택지가 꽤 생겨 좋은 집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때는 '좋은 집이 구해지기만 하면 본격적인 싱가포르 라이프 시작이다!!' 하고 잔뜩 벼뤘었다!!
다음 편에서는 싱가포르 초기 적응기 편을 소개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