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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입성 전의 아이 공부2(학령기 자녀)

초등교사는 아이를 어떻게 국제학교에 적응시킬까?

by 트랄라샘

저번 연재에서 7세까지 아이와 영어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소개한 바 있다. 7세까지 나의 엄마표 영어 키워드는 영어에 대한 흥미와 영어독서였다. 그때는 천천히 아이의 템포에 맞추어 영어를 좋아하는 선에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영어공부를 함께 했다면 싱가포르 파견이 결정되고 나서는 학원에 보내고 화상영어를 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영어공부를 하게 했다. 이유인즉슨 싱가포르의 국제학교에서 아이를 적응시켜보니 일단 영어에 유창한 아이일수록 적응이 빠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며 영어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4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국제학교 입학 전 영어준비는 최대한 한국에서 하는 것이 좋다.


국제학교 입학 전 시험과 인터뷰를 3월쯤 보았는데 그때 학교에서 아이의 레벨을 판단하고 ESAL (English as a Second or Additional Language) 수업여부를 결정한다. 학령이 높을수록 ESAL을 피해 가기 어려운 이유는 국제학교의 영어수업은 3학년만 되어도 Writing을 중점적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어휘량과 독해 및 작문실력을 요구한다.


나는 아이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ESAL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국제학교의 ESAL수업이 생각보다 체계적이지 않을 수 있다(특히 한국엄마들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ESAL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또 학원에 가는 경우가 있고 특히 한국 아이들은 여기서도 학원에 다니게 된다. 하지만 아침부터 하교까지(국제학교는 3-4시까지 수업이 있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영어로 수업을 듣고 친구들끼리도 영어를 사용하는 상황이 아이에게는 갑작스럽고 버거울 수 있다.


우리 아이는 하교 후 학원은 고사하고 학교 숙제 외에는 한동안 집에만 있으려고 했다. 그 좋아하는 태권도 학원도 싫다! 수영수업도 싫다! 심지어는 샤워 후에는 나가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입학 후 3개월까지는 이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남편이 수학, 내가 영어를 각각 맡아 아이가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잘 달래서 보충공부를 했었다.


그리고 EASL 수업은 한 학기에 200만 원 이상 따로 부담해야 한다. 이 수업은 방과 후에 이루어지지 않고 정규 수업교과에서 빠지는 수업이다. 주 2-3회 수업을 하는데 가끔 아이가 좋아하는 수업을 빼기라도 하면 아이는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EASL수업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수업이고 아이가 적응하는 데 꼭 필요하다.


아이를 적응시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현지에서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시켜오는 것이 가성비가 훨씬 좋다고들 한다! 혹시 해외로 아이와 나올 계획이 있다면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어느 정도 시켜서 나오는 것이 효율적이다.


2. 초등 1학년은 학교 적응에 집중한다.


물론 아이가 7세 때 처음 영유 오후반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그때는 아이의 영어학습이 아닌 원어민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었다. 초1에도 학원을 보내기에는 학교 입학적응이라는 가장 중요한 일이 당면해 있었다. 초1에는 학교적응 및 기본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한데 하교 후 시간을 학원으로만 채우면 가정에서 학습습관을 잡기가 힘들어진다. 이 시기에 하교 후 가방정리- 숙제하기-다음날 학교갈 준비하기 등의 루틴을 잘 만들어야 한다. 아이의 학교 적응기간에는 방과 후 수업 후 집에 와서 숙제 및 독서에만 집중했었다.


대신 영어노출은 끊임없이 유지하고 있었으며 아이가 차츰 적응해 갈 때쯤 노부영 사이트 워드로 어휘를 다잡으며 본격적으로 리더스북을 읽히기 시작했다.


노부영 사이트워드 학습자료


그동안 ORT를 꾸준히 읽어왔기 때문에 영어독서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으나 한글책 중 자신의 흥미에 맞는 책을 읽어오던 차라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리더스북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이때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종류의 책을 미리 도서관에서 훑어보고 리더스 시리즈의 1,2권만 빌려왔었다. 이 책들을 아이에게 갖다 주면 아이는 쓱 훑어보고 구미가 당기는 책이 무엇인지 말한다. 그럼 주말을 이용해 동네 도서관을 다 뒤져서 아이가 읽을 수 있도록 세팅해 주었다. 구하기 힘든 책은 미리 예약해 두거나 중고 영어서점 등을 이용했다.


남자아이라 좋아하는 책은 한정적이었지만 분명히 아이들 각자 선호하는 책은 있기 마련이다. 부모님의 역할은 이를 캐치해서 빨리 아이들이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초급자 용으로 I can read의 Disney시리즈를 추천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디즈니 영화를 리더스북으로 짧게 만들어 놓은 책이라서 아이들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 할 것 없이 선호하는 책은 그래픽 노블이다. 이에 대해 찬반여론이 많은데 내가 경험한 바로는 아이가 일단 영어책을 손에 들고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니 좋아하면 읽히길 추천한다. 일단 글밥이 많이 없더라도 책을 보며 오랫동안 집중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 아이가 많이 보았던 리더스북과 그래픽 노블을 정리해 보았다.



초등 입학으로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사이트워드로 어휘를 점검하며 꾸준히 영어독서를 다잡는 시간을 가졌다.

3. 엄마표영어와 화상영어를 병행하다.

나는 워킹맘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아이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다. 남편도 출장 및 야근이 많아 퇴근 후에 오롯이 아이에게만 집중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가정에서도 루틴을 잡아주고 아이가 스스로 챙길 수 있도록 하였다.

어느 정도 아이가 초등입학에 적응했을 무렵 영어독서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논픽션을 많이 다루는 영자신문을 구독했다. 영자신문은 다양한 논픽션 기사들이 예쁜 컬러신문으로 인쇄되어 시각적인 동기유발이 될 뿐만 아니라 낱말풀이, 게임, 퀴즈, 낱말 쓰기 등 재미있고 다양한 학습활동도 제공한다. 더욱 좋았던 것은 영자신문사에서 화상영어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레벨테스트 후 구독하는 영자신문으로 원어민교사와 화상영어 수업을 할 수 있었다. 화상영어를 하면 영자신문을 따로 구독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교재를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이 신문을 구독하고 아이가 미리 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많이 밀리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한 화상영어수업에서 영자신문을 통해 리딩도 잡고 원어민 교사와의 수업으로 스피킹도 잡았다. 다행히 아이가 7세 때 다닌 영유 오후반 수업으로 원어민교사와의 소통은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미리 영자신문을 예습하는 것은 아이가 힘들어하였으나 꼭 예습을 하지 않아도 원어민선생님이 잘 이끌어주어 즐겁게 수업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누가 영어학습법을 물어오면 꼭 영자신문 구독하고 화상영어도 함께 하라고 추천한다. 우리 아들은 남자아이라 스크랩북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특히 여자아이들은 영자신문을 오려서 영자신문사에서 제공하는 스크랩북 꾸미는 것도 좋아한다. 이렇게 되면 영어로 NIE수업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이 과정을 즐겨주기만 한다면 너무 좋은 학습법이다.

아이가 오래 구독했던 곳은 타임스코어인데 학교 수업시간에 활용해 본 영자신문들도 좋은 사이트가 많아 함께 추천하고자 한다.


4. 영어 읽듣기로 영어실력을 일취월장시켜주는 온라인 영어도서관

요즘 초등학교에서도 온라인 영어도서관을 구독하여 학생들에게 아이디를 부여하는 곳이 많다. 내가 영어놀이터를 운영할 때도 많은 예산 중 일부를 온라인 영어도서관 운영에 쓰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에 온라인 영어도서관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가정마다 많은 아이들이 온라인 영어도서관으로 원서를 보며 영어학습을 하게 되었다. 3화에서 소개했던 엄마표 영어 참고도서 중 서울교대 노경희 교수님이 집필하신 [영어책 읽듣기의 기적]에서도 영어를 읽으며 동시에 듣는 것이 더욱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엄마표 영어에서 많이 하는 '집중 듣기'와 같은 방식이다.

온라인 영어도서관은 영어놀이터 운영시절 학교에서 온라인 영어도서관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위원회를 열고 사전조사를 하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다양한 업체의 온라인도서관을 체험해 보고 장단점을 분석하여 학교 위원회 참석자들께 소개했었다. 그때 알게 되었던 업체들 및 입소문으로 검증된 온라인 영어도서관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큰 학교에서는 주로 리딩게이트를 많이 이용하고 외국에서 많이 대중화되어 있는 것은 라즈키즈이다. 리틀팍스는 영어동화책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해서 영유아부터 선호하는 업체이고 리딩 앤은 ORT 및 빅캣이라는 영어 히트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EBS펀리딩은 영어수업할 때 많이 활용한 사이트인데 일단 무료라는 장점이 있고 EBS강좌 중 펀리딩의 영어원서로 수업을 하는 곳도 있어 다방면으로 활용도가 좋다.

우리 아이는 리딩게이트, 리딩앤 모두 활용해 보았는데 워낙 ORT와 친숙한 아이라 리딩앤을 오래 구독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 받은 숙제가 영어독서 30분이었는데 아이는 그동안 구독했던 리딩앤의 ORT를 읽으며 쉽게 숙제를 마쳤다. 싱가포르 적응 동안 리딩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아이가 적응을 빨리 하면서 이곳에서 직접 빌린 원서로 책을 보게 되었다. 온라인 영어도서관이 영어독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알파벳 책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도 활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 발령을 받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 다시 학원의 도움을 받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화상영어로 스피킹을 잡고 온라인 영어도서관으로 영어독서를 놓지 않았다. 아이가 싱가포르 처음 적응 2-3개월은 Literacy 수업을 특히 힘들어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해온 영어독서와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놓지 않아 적응이 빨랐던 것 같다.


지난 11월에 있었던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아이의 성장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듣고 엄마표 영어를 꾸준히 해온 우리 부부와 아이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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