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무엇이 문제인가?

생명의 존엄성

한 여성이 병원 복도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손에 쥔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 불안정한 경제 상황, 그리고 막막한 미래.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동시에 산부인과 초음파실에서는 8주 된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직 세상 밖을 모르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작은 생명. 이 생명은 누가 지켜줄까요?


낙태 문제는 이처럼 단순한 찬반으로 나눌 수 없는, 깊고 복잡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이는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여성,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한 미혼모, 건강의 위험에 직면한 산모...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할까요? 대립된 두 관점을 균형 있게 살펴보고,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이며, 언제 시작되는가?


PART 1. 두 가지 상반된 관점


1. 낙태 반대 입장: 태아의 생명권을 중심으로


낙태 반대 입장은 태아를 모태에서부터 인격체로 여기는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


성경은 태아의 생명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 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시편 139편 13-16절)


이 구절은 하나님께서 모태 안에 있는 존재를 직접 만드시고, 그들의 모든 날을 정하셨음을 보여줍니다. 즉, 태아는 이미 하나님의 인식과 계획 안에 있는 인격적인 존재입니다.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성별하였고 너를 여러 나라의 선지자로 세웠노라 하시기로"(예레미야 1장 5절)


하나님이 태아를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알고 부르셨다는 것은 태아에게 이미 영적인 가치와 목적이 부여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생명 존중의 원칙


십계명의 여섯 번째 계명은 명확합니다.

"살인하지 말라."(출애굽기 20장 13절)


보수적 입장에서는 태아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생명체이므로, 낙태는 이 계명을 어기는 행위이며 무고한 생명을 해치는 살인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사람이 서로 싸우다가 임신한 여인을 쳐서 낙태하게 하였으나 다른 해가 없으면 그 남편의 청구대로 반드시 벌금을 내되 재판장의 판결을 따라 낼 것이니라. 그러나 다른 해가 있으면 갚되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덴 것은 덴 것으로, 상하게 한 것은 상함으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지니라." (출애굽기 21: 22~25)


이 구절은 싸움 중에 임신한 여인을 쳐서 낙태하게 했을 때의 벌칙을 규정하는데, 태아를 손상시킨 것에 대한 배상을 요구합니다. 태아를 상해 입힌 것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 대상으로 여겼음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2. 낙태 허용 입장: 여성의 권리와 현실적 상황 고려


진보적 입장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성경이 낙태 자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춥니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정의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의복과 식물을 주시고"(신명기 10장 18절)


성경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자들을 돌보라고 명령합니다. 진보적 입장에서는 임신 중단을 고민하는 여성 역시 교회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한 약자이므로, 그녀의 고통을 외면하고 무조건적인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성경이 말하는 정의와 사랑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율법의 엄격한 적용보다 자비와 긍휼을 우선하셨던 태도(예: 간음한 여인)를 들어, 고통받는 여성에게 정죄 대신 용서와 연민을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생명의 시작에 대한 유보적 관점


창세기 2장 7절에서 하나님이 사람에게 "생기(숨)"를 불어넣으심으로써 "생령"이 되었다는 기록에 근거하여, 태아의 생명이 "독립적인 생령(인격체)"이 되는 시점에 대한 신학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부는 태아가 모태 밖으로 나와 호흡하는 시점 또는 태동이 느껴지는 시점을 인격체로 간주하는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는 유보적인 견해를 제시합니다.


출애굽기 21장 22-25절의 경우에도 진보적인 관점에서는 본문이 낙태 시술 자체를 금지하는 직접적인 법률이 아니라, 상해에 대한 재산적 혹은 신체적 보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PART 3. 결론


결국 보수적인 입장이 하나님의 창조 섭리와 태아의 인격성을 강조하며 낙태를 금지하는 반면, 진보적인 입장은 여성의 인권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긍휼을 강조하며 현실적인 조건에서의 허용 가능성을 열어두려고 합니다.


1. 과연 인간의 생명은 언제 시작되는가


두 입장의 핵심적인 차이는 결국 '생명의 시작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질문은 법적, 의학적, 윤리적 차원에서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독일과 미국의 양상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모태에 착상한 후부터 태아의 생명이 시작된다고 보았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Roe v. Wade, 1973)에서 임신 6개월 이후의 태아에 대해서만 생존능력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임신 6개월 이후부터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도브스 대 잭슨 여성 건강 기구 판결(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2022)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공식적으로 폐기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


헌법재판소는 2019. 4. 11. 선고 2017헌바127 결정에서 "임신 제1삼분기(임신 초기)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그가 자신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터 잡아 형성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하여 숙고한 뒤 낙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의사낙태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임신 24주일 이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한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로 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제출되었으나, 임신 허용 기간과 사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정자는 난자와 결합하여 수정이 된 후 약 6~10일 후 착상이 되고, 수정 후 약 14일 후 원시선이 형성됩니다.

원시선은 수정 후 약 14일경에 배아에 형성되는 선 모양의 구조물로, 원시선이 형성되면 개체성이 확립되어 쌍둥이로 분리될 가능성이 사라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태아보다 앞선 단계인 “배아”는 수정란이 분열을 시작하여 태아로 발달하기 전 단계에 있는 초기 생명체를 일컫는 생물학적 용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보존기간이 지난 잔여배아에 대해서도 발생학적으로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난임 치료법 개발이나 희귀·난치병 치료 등 제한적인 연구 목적으로 이용하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2. 몇 가지 사례


초음파 영상이 바꾼 생명관


미국에서 낙태 합법화를 주도했던 핵심 인물이. 초음파 영상을 통해 낙태 기구가 접근할 때 태아가 방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 뒤 낙태 반대론자로 돌아섰다는 버나드 나타선(Bernard Nathanson) 박사의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낙태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조용한 절규(The Silent Scream)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필자의 경험


필자는 사법시험 공부 때문에 36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하였습니다.

별다른 이상이 없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았는데 필자가 40살 때 아내가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근처에 병원을 정해 정기적으로 산전검사를 받으면서 기쁘게 병원을 다녔고, 임신 개월 수에 따라 어느덧 염색체 검사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염색체 이상 징후가 있으니 양수검사를 받도록 하시죠"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저희 부부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양수검사 결과 염색체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희 부부는 다른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심사수고 끝에 결국 양수검사를 받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누가 태아의 미래를 단정할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삶은 불행할 것이라고, 혹은 사회에 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과 반대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시각 장애를 안고 태어난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의 경우, 그의 어머니가 맹장염으로 의심되는 증상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임신 당시 의료진은 아기가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며 낙태를 권유하였습니다.

팔과 다리가 없이 태어난 닉 부이치치는 의학적 소견서만 본다면 그는 절망적인 신체를 가진 존재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전 세계 수천만 명에게 '한계 없는 삶'의 희망을 전하는 기적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템플 그랜딘 박사의 자폐적 특성은 결함이 아니었습니다. 비장애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그녀만의 특별한 시각은 동물학계의 혁신을 가져왔으며 미국의 많은 축산시설이 그녀의 설계를 따르고 있습니다.


3. 누가 진정한 사회적 약자인가


생명의 시기는 가장 보수적으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과거에 '배아 연구에 대한 기본권 충돌 문제'라는 기고문을 작성하면서 인간 생명의 시기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인간 생명의 시기는 수정 시부터이고, 수정 이후의 단계는 성장의 과정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맺었습니다.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으며, 오직 타인의 선택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태아입니다.

일차적인 보호의무가 있는 부모가 태아의 생명을 단절시킨다는 것은 아무리 부득이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태아로서는 회복할 수 없는 너무나 큰 피해를 입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회적 약자는 태아가 아닐까요?


[점검하기]

1) 생명은 언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까?

2) 임산부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상충될 때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요?

3) 주변에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일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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