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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근 Nov 30. 2024

최우선변제금의 함정

소액임차인은 모두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을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의 함정은 아무리 쉽게 설명하더라도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막상 전세사기를 당했음에도 최소한의 종자돈이라 할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조차 못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 고통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1.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이라는 규정이 있다. 전세금이 보통 소액임차인의 최후의 종자돈이라는 전제하에 사회정책적인 목적으로 법률에서 우선변제권을 확보하지 못한 후순위 소액임차인에 대해서는 우선순위 여부를 불문하고, 최우선변제금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① 다른 채권자가 경매신청 등기를 하기 전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주택인도 + 주민등록)을 구비해야 하고, ② 경매법원에 배당 요구를 해야 하며, ③ 최우선변제금 합계가 주택 매각 대금의 50%를 초과할 수는 없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2.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 범위와 기준     


다만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은 1984년부터 시행되었는데,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하여 아래 표와 같이 순차적으로 증액되어 왔다.                     


3. 소액임차인과 최우선변제금 범위에 대한 판단 기준     


이와 관련하여 세월이 지남에 따라 물가 인상 요인을 반영하여 소액임차인과 최우선변제금의 범위가 증액되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는 아래와 같이 경과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임차주택에 대해 선순위 담보물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개정규정이 아닌,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 판례에 따르면, 선순위 담보물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선순위 담보물권이 설정된 시기를 기준으로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대구지방법원 2004. 3. 31. 선고, 2003가단134010 판결 참조).                     


4. 미추홀구 3번째 희생자 사례     


1) 다만 위와 같은 규정과 판례만으로는 법률가들과 지식인들조차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에 전세사기 3번째 희생자 사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인천시 미추홀구 세입자 A는 2017년 7월 선순위담보권 1억 2,000만 원이 설정된 빌라(시가 2억 원)2019년 9월 전세금 7,200만 원으로 계약한 후, 2021년 9월 전세금 9,000만 원으로 증액하였는데A는 소액임차인에 해당할까? 해당 빌라의 등기부는 아래와 같다.                                                                             

[부동산등기사항전부증명서]


2) 보통 법률가들조차, 2021년 9월 기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인천시 미추홀구)에서는 소액임차인을 1억 3,000만 원 이하의 범위에서 최우선변제금 4,300만 원을 보장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위 사례의 세입자는 2021년 9월에 전세금 9,000만 원으로 증액하였지만, 최우선변제금 4,300만 원을 문제없이 배당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쉽다.      


3) 그러나 위 임차주택에 대한 부동산등기사항을 보면, 위 임차주택에 대해서는 이미 2017년 7월 11일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부칙에 따르면, 위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시기를 기준으로 소액임차인을 판단하게 되며, 이에 따르면 위 임차주택의 소액임차인은 2017년 7월 기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인천시 미추홀구기준 8,000만 원 이하의 범위에서 최우선변제금 2,700만 원을 배당받게 되는 것이다.      


4) 이에 따라 위 사례의 세입자는 2017년 7월 선순위담보권 1억 2,000만 원이 설정된 빌라(시가 2억 원), 2019년 9월 전세금 7,200만 원으로 계약할 당시에는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였지만, 2021년 9월 전세금 9,000만 원으로 증액하면서,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세입자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위 사례의 세입자는 최초 4,300만 원을 배당받는 것으로 알았다가, 나중에 한푼도 배당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였다고 한다.      


5) 이와 관련하여 최초 선순위 근저당권자는 법률에 따라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이 본인의 1순위보다 앞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 당시의 최우선변제금인 2,700만 원을 먼저 세입자에게 배당하더라도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소액임차인이 현행법령의 소액임차인 기준 내에서 전세금을 증액하였다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최우선변제금을 모두 배당받아 가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매우 의문이다. 인천시청에서 2023년 5월 실태조사 결과 이러한 피해자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2,500여세대 중 900여세대에 이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최우선변제금조차 수령하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전체 피해자의 30%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2만 5천세대라면, 7천여세대가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한다는 상황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종잣돈을 모두 날리게 되기 때문에, 전세사기피해가족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게 되는 치명적인 문제이다.      


6)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소액임차인이 현행법령의 소액임차인 기준 내에서 전세금을 증액하였다면현행 법령을 기준으로 소액임차인 여부를 판단하되선순위 근저당권 설정시를 기준으로 최우선변제금을 배당하면선순위근저당권자와 소액임차인을 모두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위 세입자의 경우, 2021년 증액한 전세금 9,000만 원은 2021년 기준 소액임차인의 기준인 1억 3,000만 원 이하인 이상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는 것이고, 다만 2017년 기준으로 최우선변제금 2,700만 원을 수령하면 족한 것이다.      


5. 전세사기특별법상 대책 – 현행 최우선변제금액에 대한 10년 무이자 전세금 대출     


다만 현재 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시를 기준으로 소액임차인과 최우선변제금으로 판단하고 있어, 위와 같은 소액임차인 사례를 구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사기특별법은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전세사기피해자에 대해서는 현행 법령상 최우선변제금액에 10년 무이자 전세 대출 방안을 도입하였다. 위 세입자 사례의 경우에는 현행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최우선변제금인 4,800만 원까지 10년 무이자 전세금 대출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가 다시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계약을 체결하려 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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