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제작가구와 부가가치세의 역습 (1/2)

나, 아내, 고양이, 그리고 묘화당(猫花堂)

by 소한

첫 미팅을 마치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제작가구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메일을 열고, 첨부된 견적서 파일을 클릭했다. 신발장, 현관창고, 주방, 팬트리, 세면대, 드레스룸, 다락수납장 등, 우리 집에 필요한 빌트인 가구의 사양과 가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천천히 견적서를 넘기다가 주방 부분에서 잠깐 시선을 멈추었다. 안경 너머 내 눈이 동그랗고 크게 떠졌다.


'2,260만 원?! 주방가구만? 정말?'


느긋하게 마우스를 움직이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견적서가 다음 장으로 휙휙 넘어가고, 금방 견적서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했다.


- 가구합계금액: 4,675만 원

- 시공비 & 물류비: 590만 원

- 총합계금액: 5,265만 원 (VAT 별도)


가구합계 금액도 놀라웠지만, 시공비와 물류비는 예산에 들어있지 않은 항목이었다. 590만 원, 생각지도 못한 가격이었다. 총합계금액 옆에 쓰인 'VAT 별도'라는 표시가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머리는 자동적으로 부가가치세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VAT는 10%니까... 526만 원. 더 하면, 총액 5,791만 원!'


잠시 실의에 빠져서 허공 어딘가를 헤매던 정신을 부여잡고, 아내를 찾아 거실로 나갔다. 함께 대책을 생각할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제작가구는 너무 비쌌다
furniture.png 주방 조감도 - 스케치업과 제미나이를 이용해서 생성

(첫 견적 받기 일주일 전)


처음 만난 제작가구 업체는 내가 고른 곳이었다. 이전에 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작업한 집이 마음에 들었고, 분당에 위치해서 우리 집과도 가까웠다. 미팅 약속을 잡기 위해 업체의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축사사무소 이름을 대니, 응대하는 목소리에 한층 더 반가움이 섞여 나왔다. 건축가와 잘 알고 있는지, 미팅에 필요한 자료도 그쪽에서 받는다고 했다.


약속한 날짜에 제작가구 업체의 사무실에 방문했다. 쾌활하고 친절한 분이어서 이야기를 나누기 편했다. 가구 비용을 걱정한 아내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필름 재질로 마감하기를 원했지만, 업체에서는 조심스럽게 무늬목을 추천했다. 모든 가구에 무늬목 마감을 쓰자는 것은 아니었다. 집의 중심이 되는 주방과 손님이 사용할 수도 있는 세면대 정도만 권유했다.


업체에서 필름과 무늬목 샘플을 가져와서 보여 주었다. 가구를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무늬목 마감이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아내도 내심 무늬목 마감에 끌리는 듯싶었다. 짧게 고민하다가 업체의 추천대로 주방을 비롯한 일부 가구는 무늬목 마감을 사용하기로 했다. 결혼하고 나서 10년 넘게 전셋집을 전전한 아내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주방 상판도 고급 재료인 세라믹을 골랐다. 이 부분은 아내와 미리 상의해 두었기에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


한 시간 정도의 미팅을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업체의 견적서를 기다렸다. 이때만 하더라도 6,000만 원에 가까운 견적서가 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했다. 예전에 상담을 받았던 건축사사무소에서 50평 집의 빌트인 가구는 3,000만 원 정도면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제작가구 업체와 건축사사무소, 누구의 말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었다. 인테리어 가격이 마감 재질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처럼 가구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아내와 논의 끝에 다른 제작가구 업체도 만나서 견적을 받아보기로 했다. 적어도 우리가 받은 견적이 적절한지 여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결정은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제작가구의 가격은 천차만별

Tip 1. 제작가구 업체 미팅에 필요한 자료


제작가구 업체는 미팅 전에 필요한 문서와 정보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 '가구 견적용 평면도'와, '가구 제작범위'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준비해 준다. 이외에 원하는 가구의 재질, 레퍼런스 이미지, 시공 예상일 등을 묻기도 한다.


- 가구 견적용 평면도: 상세 치수가 기입되어 가구 견적을 낼 수 있는 수준의 도면

- 가구 제작범위: 평면도에 제작가구 위치 표시



Tip 2. 가구의 마감 재질


제작가구의 재질은 크게 원목, 무늬목, 필름, 도장으로 나눠진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서 무엇이 꼭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가격은 원목 > 무늬목 > 필름, 도장 순이다.


- 원목: 나무 그대로를 가공하여 결이 아름답다는 점이 장점. 가격이 비싸고 뒤틀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

- 무늬목: 판재에 얇게 켠 천연 나무를 붙인 것. 원목의 느낌을 주면서도 원목 대비 저렴하고, 뒤틀림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 상대적으로 필름 대비 찍힘에 약함.

- 필름: PVC 소재의 시트지를 열처리하여 판재에 붙인 것. 다양한 패턴을 구현할 수 있고, 무늬목 대비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 원목, 무늬목 대비 질감과 외관이 인위적이고, 좋은 필름 재질일수록 비싼 것이 단점.

- 도장: 판재 표면에 색상 도료를 입힌 것. 다양한 도료만큼 다양한 표현 가능하고, 모던한 인테리어에는 가장 잘 맞는다는 장점. 시간이 지나면 도료가 벗겨질 수 있고, 나무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단점.



keyword
이전 25화24. 설계가 끝난 후, 건축주의 할 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