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집의 재료를 결정할 시간입니다

나, 아내, 고양이, 그리고 묘화당(猫花堂)

by 소한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설계를 시작한 지 여섯 달 정도가 지났다. 처음 설계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정말 설계에 여섯 달이나 걸릴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실제 미팅을 하고 설계가 진행되는 것을 보니 여섯 달도 부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섯 달 전만 해도 정해진 것은 집 지을 토지 밖에 없었다. 3주마다 미팅을 하면서 집의 모양, 외관, 내부 평면, 창호, 문 등 정말 많은 것을 우리 집에 더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는 콘센트의 위치, 조명의 위치, 집 내외부 수전의 위치 등도 고민해야 했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 일곱 번째 미팅만 남겨둔 상태였다. 우리가 할 일은 전체적으로 집의 재료를 정하는 것이었다.


이제 마지막! 집의 재료를 정하자.

마지막 미팅에서 우리가 정해야 할 것이 정말 많았다. 다행히도 시공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변경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고르기 전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첫 번째로 우리가 골라야 하는 것은 '지붕재'였다. 지붕재는 정말 많다. 가장 저렴하게는 '아스팔트 슁글', 가장 많이 쓰이는 '리얼 징크', 바닷가처럼 부식 위험이 높은 곳에 쓰이는 '알루미늄 징크' 등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우리는 '알루미늄 징크'를 골랐다.


두 번째는 외장재였다. 설계 시에 우리 집의 모양이 정해져 있어서인지 선택의 폭은 크지 않았다. 우리 집 중간을 구성하는 띠는 STO를 사용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우리가 흔히 스타코라고 얘기하는 외장재 중에 가장 고급에 속하는 자재였다. 띠에 세로로 무늬를 만들어야 했는데, 이게 가능한 재료가 많지 않은 듯했다.


그 외의 벽에는 벽돌이나 세라믹 타일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아내는 하얀색 롱브릭 타일을 하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결국 건축사사무소에서 추천하는 일본제 세라믹 타일을 선택했다. 우리 집의 곡선 벽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세라믹 타일이 내구성도 좋고, 오염에도 강해서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세 번째는 주차장의 자재를 골라야 했다. 주차장은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당황했다. 막연히 콘크리트로 마감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건축사사무소에서 보여주는 예시 사진에서 콘크리트 주차장은 너무 예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석재 블록에 자갈 포설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외장재만 다섯 가지를 추가로 골라야 했다. 옥상 테라스의 바닥재, 옥상 테라스의 난간, 현관문, 창호 인방처리 등 말이다. 그러고 나서도 내장재를 여덟 가지 더 골라야 했다.


짧은 시간에 선택에 선택을 거듭하다 보니 제대로 고르는지 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미리 고민해 놓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우리와 작업하는 건축사사무소는 미팅이 끝나면, 미팅 자료를 정리해서 보내 주었다. 이번 메일에는 변경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알려달라는 말이 들어 있었다.


많은 선택에 지친 상태로 아내와 이런저런 고민을 시작했다. 우선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지붕재였다.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지붕재는 '리얼 징크'이고, 아내와 나도 미팅 전에는 '리얼 징크'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건축사사무소에서 보여주는 자료에 '알루미늄 징크'의 수명이 더 길다는 내용이 있었다.


가격은 알루미늄 징크가 리얼 징크의 1.2배 정도인데, 수명은 1.5배 더 길었다. 건축가가 특별히 권유한 것도 아니었는데, 뭔가에 홀린 듯 알루미늄 징크를 골랐다. 사실, 우리 집은 바닷가와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라서 알루미늄 징크가 필요 없었다. 아내와 고민하다가 다시 리얼 징크로 변경했다.


집을 짓는 것도 세상 사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좋은 선택에는 대부분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 집의 재료를 정하면 수십 년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시간에 쫓기듯 너무 빠르게 결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선택에는 숙고의 시간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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