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 - 바닷가에 세워진 마야 유적지 Tulum

세노테에서 수영을 즐기다

by 남쪽나라

우리가 머문 메리다민박집이 부킹닷컴(Booking.com)에서 왜 평점 9.6( Exceptional)의 최고 점수를 받았는지를 실감하면서 눈물이 글썽한 엘리사 할머니와 아쉬운 작별을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할 때면 가급적 민박집을 찾는 편인데 이 집만큼 편하고 좋은 집은 흔치 않았다. 정말 특별했던(Exceptional) 민박집이다. 나는 평점 10을 다 주고 싶다.


툴룸 시가지

아데오(ADO)버스로 4시간 만에 툴룸(Tulum)에 도착하니 여기도 역시 덥기는 마찬가지이다.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 도심은 관광지 냄새를 풀풀 풍기지만 그래도 조금은 시골티가 나는 한적한 분위기다. 지금서부터는 카리브해를 팔아먹고사는 본격적인 관광 지대로 들어온 셈이다. 비싸기만 하고 영 시원찮은 S호텔에 짐을 부리고 약간은 시골 분위기의 멕시칸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은 후 택시를 타고 우리는 툴룸의 해변가(Playa)로 향한다. Playa, Por favor!

해질 무렵의 툴룸 해변가

해가 기우는 6시경인데도 툴룸(Tulum) 해변가는 가족 나드리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물속에 노는 사람보다는 비치에서 공놀이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아 보인다. 툴룸 해변은 세계적으로 꽤나 유명하던데 해변의 대부분은 사유지로 호텔이나 음식점들이 차지하고 있고 막상 공용 해변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저녁때라서 그런지 해조류들이 밀려온 해변은 별로 깨끗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아 보인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젊은이들이 해변가 술집에서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며 흥을 내고 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우리 같은 동양 노인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약간 멀리까지 모래 위를 신발을 벗고 걸은 후 사람이 거의 없는 해변가 통나무에 걸터앉아 한동안 멍하니 사라져 가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는다. 그곳에는 불타는 노을도 없고 깃털 같은 구름 뒤에 살짝 숨은 태양도 없다. 저 밋밋한 하늘 끝에 걸려 있던 태양은 어어!하는 순간에 수면 아래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인생의 황혼도 저런 거겠지? 화려함도 불꽃도 피어 보지 못하고 밋밋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인생.

Sentimental Journey! 이거 옛날 어느 영화 제목인데!


툴룸 유적이 해변가에 있지 않았어도 지금처럼 유명했을까?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아침 일찍 ADO버스 터미널 앞에서 콜렉티보버스를 탄다. 아침에 호텔문을 나서는데 호텔직원이 우리더러 이렇게 조언한다. 운전기사에게 영어로 Ruins(유적지)하면 못 알아들으니 반드시 스페인어로 루이나스(Ruinas) 간다하라고. 버스를 타면서 Ruinas를 몇 번 외쳤더니 운전기사는 10분쯤 가더니 우리를 큰 도로 한 모퉁이에 내려준다. 유적지 입구까지는 10여분을 걸어야 한다. 걷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코끼리 열차 같은 것도 다니는데 굳이 돈 주고 탈 필요가 있을까?


툴룸 유적지

입구를 들어서자 보이는 마야유적들은 여태 본 유적들에 비하면 빈약하고 그저 그렇다. 그다지 넓지 않은 언덕바지에 올망졸망 세워져 있는 유적들은 그저 평범해 보이는데 그래도 사원도 성채(Castillo)도 있을 것은 다 있다. 규모만 작을 뿐이지. 하기야 겨우 600명이 거주하던 소도시였으니 이 정도도 큰 편이었겠지.


툴룸 유적지의 해변가

몇 갈래의 좁은 길을 걷다 보면 결국 언덕 바지 끝자락에 다다르는데 그곳은 12m의 절벽이 자리한다.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가파른 절벽아래로 우윳빛 모래와 에메랄드빛 카리브해가 눈앞에 펼쳐 저 있다. 어제저녁에 보던 카리브바다와는 전혀 딴 판이다. 5월의 강렬한 태양과 에메랄드색 바다와 700년 세월의 마야유적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툴룸 해변가의 피서객들

성급한 사람들은 절벽아래로 내려가 카리브해에 몸을 담고, 너나없이 절벽 주위에서 사람들은 사진 담기에 여념이 없다. 대부분의 먀야유적들이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열대 우림 속에 깊이 숨어 있는데 이 툴룸유적은 하필 왜 여기 해변가 언덕에 자리했을까? 마야 후기인 13세기 후반에 세워졌다는 이 유적은 해변가에 세워진 유일한 마야유적이다. 이 툴룸유적은 타 지역과 터키옥(玉)과 비치 등을 교역하기 위한 항구로 건설되었단다. 3면을 석회석 두꺼운 성벽으로 둘러싸고 12m 절벽 위에 성채를 지어 견고한 해상 방어망을 구축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당시 사람들은 단순한 교역항으로 이 도시를 세웠겠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칸쿤 관광지구안의 뛰어난 명승지로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조상들이 선견지명이 있은 건가? 700년 후인 1974년 허허벌판 외진 유카탄반도 바닷가에 세계 최대의 휴양지 칸쿤이 들어 설 줄은 그 당시 신관들이 알았을까?


나도 절벽계단을 따라 해변가까지 내려가 보지만 차마 옷 벗고 물에 뛰어 들 용기까지는 생기지 않는다. 주변에 탈의실도 없고 날씬한(?) 몸매를 내보일 자신도 없다. 아내와 나는 관광객 무리들에 섞여 들뜬 기분으로 절벽 주위를 오가는데 벌써 점심시간이다. 유적 입구로 내려오니 식당도 기념품점도 관광지스럽다. 잠시 더위를 식히며 점심도 먹고 손자 선물도 산다.


그런데 이곳까지 와서 세노테(cenote) 구경을 안 할 수야 없지. 아침에 챙겨 온 수영복과 수경을 들고 택시를 잡아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그란데 세노테(Grande Cenote)로 향한다. 유카탄 반도에만 1000여 개의 세노테가 있다는데 실제 파악된 곳만 500여 개 정도이다. 무엇이 세노테를 이렇게 유명하게 했을까?


그란데 세노테 입구

세노테(Cenote)란 낮은 평평한 석회암 암반이 함몰되어 지하수가 드러난 천연샘을 말하는데 크기와 모양이 천태만상이다. 우리가 찾은 세노테는 그란데(grande)란 말 때문에 꽤 큰 줄 알았는데 실제로 물에 들어가 보니 그렇게 큰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세노테에서 수영하는 모습

어쨌든 우리는 멕시코에 와서 처음으로 물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헤엄을 쳐 본다. 좁은 세노테 안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첨병 거려 정말 물이 깨끗한지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새파란 물속엔 물고기도 보이고 이끼도 그대로 보여 기분은 상쾌하다. 어떤 곳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는지 전문 스쿠바다이버들이 잠수하여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오랜만에 오후시간을 한가롭게 보내다가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 칸쿤으로 향한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휴양지 칸쿤은 어떤 모습일까? 사람이 만든 세계 최고의 인공 낙원? 아니면 그저 그런 속물들의 휴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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