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김의 시간 – 나도 몰랐던 나와의 전쟁

by 지엔

시간을 돌려보면, 이상한 장면들이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늘 "주의가 산만함. 교사의 말을 집중하나 놓치는 부분이 있음"

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어디 가다가 늘 딴길로 새고, 가방이나 우산 혹은 공책을 잃어버리고, 숙제를 제때 못 내고, 선생님이 설명하는 동안 창밖의 비둘기를 따라가곤 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그것이 문제인 줄 몰랐다.


“집중 좀 해라.”
“왜 그렇게 덤벙대?”
“넌 참 기본이 안 돼 있다.”

"분명 니가 스스로 알겠다고 대답했잖아. 근데 왜 안해? 또 거짓말하니?"


이 말들은 나를 향한 잔소리이자, 동시에 나를 정의해버린 낙인이었다.

실수는 습관이 되었고, 혼나는 건 일상이 되었다. 그러자 나는 하나의 생존 전략을 배웠다.
‘먼저 사과하고 조용히 넘어가자.’
그게 문제를 줄이는 방법이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잃었다.


나는 나를 믿지 못했고, 누군가 나를 믿어준 기억도 많지 않았다.
‘나는 뭔가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문장이 조용히 내 안에 자리 잡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사람들은 나를 밝고 사회성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웃으며 대화를 잘했고, 사람들과 금방 친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방어막이었다.


밝음은 가면일 때가 많다.
문제가 생기면 혼나지 않기 위해 먼저 웃었다. 미움받지 않기 위해 기대에 맞춰 반응했다.

나의 혼란과 불안을 들키지 않기 위해 늘 괜찮은 척해야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분명 열심히 살고 있는데, 결과는 늘 기대 이하였다.

머릿속에서는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계획은 끝도 없이 펼쳐지는데,

실행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늘 내 별명은 '양은냄비'였다.


그러자 나는 스스로를 합리화하거나, 반대로 비난하는 양극단을 오갔다.

“그래,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보다.”
“아니야, 정신 차려. 진짜 제대로 살아봐.”
“도대체 너 왜 이러는 거야? 똑바로 좀 해.”

나와의 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전쟁은 지루한 전투가 아니었다. 거의 매일 벌어지는 잔혹한 심리전이었다.
눈앞의 작은 일 하나에도 에너지가 다 빠졌고, 꾸준함은 불가능했다. 실패의 경험이 쌓일수록 나는 믿음을 잃었다. 결국 나중엔 이런 생각까지 했다.


“나는 뭔가 근본적으로 고장 난 사람인가?”

그 질문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진짜 그렇게 믿으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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