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나를 의심한 만큼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세상은 결과로 사람을 판단한다. 겉만 보면 이유는 단순했다.
"하면 할 수 있는데, 좀만 하면 될 텐데, 왜 안할까."
그게 나에 대한 세상의 평가였다.
나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할 마음이 없으니까 안 하는 거지.”
“집중력은 의지력 문제야.”
“핑계 대지 마. 누구나 다 바쁜데.”“네가 진짜 노력했다면 결과가 나왔겠지.”
그 말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나를 통과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가 왜 그런지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유’보다 ‘평가’가 먼저였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나는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내 하루는 반복되는 다짐으로 시작해 자책으로 끝났다.
계획을 세우고, 다시 세우고, 또다시 세웠다. 실행하지 못한 날이면 자책했고,
“내일은 진짜 다를 거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내일은 늘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동기가 아니라 실행이었다. 마음이 없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이 너무 많아서 무너지는 날도 많았다.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분명했다.
그런데 머릿속은 과열되고, 생각은 복잡해지고, 시작은 늦어지고, 마감은 늘 벼랑 끝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점점 ‘게으른 사람’으로 위장된 성실한 사람이 되어갔다.
남들 눈에는 대충하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 나는 누구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노력은 종종 성과가 아닌 소진만 남겼다.
문제는 또 있었다.
세상은 나를 게으르다고 의심했지만, 정작 가장 날카로운 의심은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사람들의 말은 스쳐 지나갔지만, 그 흔적은 내 마음속 깊이 남아 나를 무너뜨렸다.
결국 나를 가장 가혹하게 평가한 사람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결국 나까지 세상의 시선에 합류했다.
“그래, 다 내 탓이야.”
“의지가 부족한 거 맞지.”
“나는 다른 사람보다 부족하니까 더 노력해야 해.”
그렇게 나는 더 세게 나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런 날들이 반복될수록 나는 스스로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내가 게으른 게 아니라, 뇌가 나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나는 너무 긴 시간을 돌아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