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미용이 내 길이 아닐 줄 알았지만, 결국 나는 24년 차 미용사가 되었다.
어릴 때 나는 미용이 내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미용 자체에 흥미가 없었다. 아빠가 미용사였기에 자연스럽게 그 길을 권유받았지만, 처음엔 그저 억지로 시작한 일이었다.
가위를 잡는 것도, 고객의 머리를 만지는 것도 재미가 없었고, 내 손에서 만들어지는 스타일에 대한 흥미도 느끼지 못했다. ‘나는 미용이랑 안 맞아.’ 그렇게 생각하며 1년 동안 별다른 열정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학원을 1년 동안 다닌 덕분에 다른 친구들 다 6개월 만에 취득해 나가는 자격증을 나는 1년이 넘어서야 취득하게 되었다.
그 후에도 미용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손님을 받으며 점점 미용에 궁금증이 생겼다. ‘이 스타일은 왜 이렇게 잘 어울릴까?’, ‘이런 컬러 조합이 고객 얼굴을 더 밝아 보이게 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머리를 자르고 염색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인상을 바꾸고 기분을 바꾸는 일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용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자, 내가 더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결국 23살에 대학에 진학했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나는 과대표를 하다 학생부회장이 된 동기의 추천으로 후임 과대표가 되었다. 미용을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점점 이 일이 흥미로워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24년 차 미용사가 되었다.
지금 나는 고객들에게 "에너지가 좋은 원장님"으로 기억된다. 내 손을 거쳐 변신한 고객들이 거울을 보며 만족스러워하는 순간, 나는 이 일이 천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단순히 흘러가듯 시작했지만, 결국 인생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었다.
혹시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흥미가 없었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천직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길로 가게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