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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 밥상 Nov 25. 2024

우리들의 술친구? 아니, 밥친구!

그래, 오늘은 '두부홍합국'이다.

 날이 더울 때는 식중독을 피하기 위해 조개류를 먹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날이 추워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굴, 홍합, 꼬막 등을 사 먹는다. 있는 그대로 데쳐서 먹기도 하고, 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양념에 무쳐서 밥에 비벼 먹기도 하고, 추워진 날씨에 맞춰 뜨끈하게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조개류가 뿜어내는 특유의 시원함과 짭조름함은 중독성이 있어 그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하면 그때부터 바닥을 긁을 때까지 숟가락을 멈출 수 없다. 보통 해물 육수를 낼 때는 바지락을 많이 사용하는데 뽀얗고 진한 육수를 내기에는 바지락보다는 홍합이 더 적합하다. 둘 다 바다의 향을 머금고 있지만 홍합에는 바지락에서 맛볼 수 없는 부드러운 달큼함이 있기 때문이다. 단짠의 조화는 진리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의 단짠을 느낄 수 있는 홍합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음식에는...


 그래오늘은 두부홍합국이다.


 바지락 못지않게 마트의 수산물 코너에 가면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재료가 홍합이다. 홍합(紅蛤)은 조갯살이 붉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까보면 하얀 조갯살의 홍합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이는 암수가 다른 조갯살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컷의 조갯살은 흰색, 암컷의 조갯살은 주황색이다. 또한 홍합도 토종이 있고 외래종이 있어 이를 구분하기 위해 토종은 ‘참담(淡)치’, 외래종은 ‘진주담(淡)치’라 부른다고 한다. 강원도 양양과 속초의 향토음식인 ‘섭국’의 ‘섭’(홍합을 일컫는 강원도의 방언)이 바로 토종 홍합인 ‘참담치’로, 크고 지저분한 껍데기가 특징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홍합은 ‘진주담치’로 작고 깨끗한 껍데기가 특징이다. 이는 지중해가 원산지라서 ‘지중해 담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때 ‘담(淡)’은 홍합의 싱거우면서도 담백한 맛을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 홍합을 바다의 채소라 하여 ‘담채(淡菜)’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두부홍합국]

 1. 씻은 피홍합(껍데기가 있는 홍합)을 끓는 물에 5~10분 삶는다.

 2. 삶은 피홍합의 껍데기를 까서 홍합살만 발라낸다.

 3. (1)의 피홍합을 삶은 물에 액젓을 넣고 끓인다.

 4. 그릇에 순두부를 담고, 그 위에 다진 마늘, 홍합살, 대파를 얹는다.

 5. (3)을 (4)에 붓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합탕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찬바람 불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안주로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여기에 두부를 곁들여 국으로 끓이면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즐길 수 있다. 진하게 우러난 국물 한 숟가락과 부드러운 순두부 한 덩어리, 그리고 붉은 홍합살 하나를 한 입에 머금으면 차가운 겨울 속 숨겨진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새빨간 총각김치 한 줄기까지 더하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올 겨울을 부탁할 친구가 또 하나 늘었다. 올 겨울도 잘 부탁드립니다, 홍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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