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박향자 여사, 나의 엄마

by 임용철

코로나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자, 엄마는 이완형의 투자 제안을 받았다.

“엄마, 잘 아는 군대 선임이 마스크 공장을 하려고 중국에서 기계를 수입하기로 했거든. 내가 공장용지 매입비용으로 삼억을 투자하기로 했어. 엄마 몫으로 일억 오천 투자할래?”

염치없는 큰외삼촌에 이어 이완형에게 또 전화가 걸려 왔다는 말에 이든은 겁이 덜컥 났다.

“엄마, 형이 투자할 정도면 이제 끝물이야. 이제 약국에 줄 서서 마스크 사는 사람도 없어.”

“매사에 너는 왜 그렇게 부정적이냐, 약국만 지켜서 언제 돈을 벌려고 그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더라.”라면서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해댔다.


박향자 여사는 늘 그런 식이었다.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본인이 원하는 것은 꼭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오기를 갖고 태어난 사람 같았다. 엄마 몫으로 일억 원은 공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는 걸, 약국 인테리어 하는 데 목돈이 들어가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오히려 아들 쪽에서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천만 원을 엄마에게 보낸 후 이완형에게 공장 개업식에 다녀가라며 공장 주소가 적힌 문자가 왔다.

"조금만 기다려봐! 동생아. 형이 벤츠 한 대 뽑아줄게."

이환 형이 건네준 명함에는 '메딕사피엔 부대표 차이완'이라는 금박 글씨가 번들거리는 물광 피부만큼이나 선명했다.

메딕사피엔 개업식에 다녀오고 나서 조악한 KF94 마스크 서른 박스가 두세 달 동안 약국으로 배송되고는 그만이었다. 이완형이 투자한 마스크 공장이 부도가 나고 성실하고 책임감 빼면 시체라던 대표는 잠적해 버렸다.


2019년, 엄마는 자수성가한 초등학교 동창이 사장인 태양광 설비 회사에 투자한다고 난리를 치셨다.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지금, 이 기회 놓치면 평생 후회할 거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셨다.

“이건 돈 놓고 돈 먹기다.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하는 걸 보면 말이야. 엄마 촉이 좋잖니."

"엄마, 저 돈 없어요."

이든은 엄마 일에 휘말리기 싫었다.

"너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서 손해 본 적이...”라고 말해놓고 아차 싶었는지 박 여사는 말끝을 흐렸다. 결국 그는 통장에서 삼천만 원을 엄마 계좌로 송금해 줬다. 중국 쪽에서 저가로 태양광 패널을 제조하면서 그 시장도 레드오션이 돼버렸다. 보기 좋게 삼천만 원을 허공으로 날렸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경제적인 도움이 절실한 곳에 기부라도 했다면 기부금 영수증이라도 챙겼을 텐데.'

마스크 투자 실패로 한동안 연락이 없던 엄마는 다시 머리에 붉은 띠를 동여매고 떨쳐 일어났다.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세웠다. 가능성 없는 큰아들 이완은 포기하고 둘째 아들 이든의 결혼식을 들고 나왔다.

“네가 엄마 소원을 들어줬으면 좋겠구나.”

“저 요즘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고 있어요.”

“물론 지난번 네게 빌린 오천만 원은 차차 형편이 피면 갚으마. 이 엄마가 그렇게 경우가 없는 사람은 아니다.”

이든은 엄마의 소원이 뭔지 알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다.

"내년 칠순 잔치에 내려올 때, 며느리 삼을 여자랑 같이 내려왔으면 한다."

“엄마, 열 달 만에 어떻게 결혼할 사람을 데리고 내려가요.”

그는 소원이라는 엄마의 말에 머릿속으로 민주를 잠시 떠올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네게 뭘 큰걸 바라는 것도 아니잖니. 팔순 잔치에 혼자 내려올 거 같으면 안 내려와도 된다.”

"사귀는 여자도 없어요."

“네 아빠 간암으로, 그렇게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보내고. 내가 누굴 의지하고 사는데. 이건 뭐 산해진미를 먹어도 늘 입안이 깔깔하고. 외롭고 무서워서 밤에 잠도 설치고. 설핏 잠이라도 들라치면, 검은 옷을 입은 네 아빠가 자꾸 날 배에 태우고 뱃놀이하러 가자신다.”라며 박 여사는 통화 끝에 흐느끼셨다.

이든은 누굴 위해서 결혼해야 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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