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으로 살기 : 28주차

내 연구 분야는 '불안'

by 수잔


이번 주도 역시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조급한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해결하는 조교,

영어 강의 수업에서 못하는 영어 실력을 증명하는 대학원생,

연구실과 집을 오가며 코딩과 하루종일 사투를 벌이는 연구생.

이게 나였다.


그 과정에서 내가 잃어버린 건 수면이었다.

방학 동안은 하루 열 시간 잘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섯 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버티는 게 일상이 됐다.

누가 카페인에 수면제라도 탄건지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피곤하다."가 되어 버렸다.
피곤해서 눈꺼풀은 무거운데 할 일 목록은 꽉꽉 차있다.

노트북 화면을 닫는 순간에도 머릿속은 다음 과제와 발표 준비로 가득했다.


연구 발표 신청서를 작성하던 날은 특히 잊을 수 없다.

주제와 제목을 입력하는 몇 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줄이야.

클릭 한 번이면 끝나는 일이었지만,

제대로 신청이 됐는지 몇 번이고 다시 들어가 확인했다.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켜고, 새로고침을 하고 또 하고,

혹시라도 빠뜨린 게 없는지 강박처럼 들여다봤다.

피곤한 나머지 중요한 일을 하다가 사소한 실수라도 할까 두려웠다.


게다가 학생들의 이메일 폭탄은 이번 주도 어김없이 날아왔다.

메일 알림이 울릴 때마다 위가 쓰려왔다.

“조교님, 과제 파일이 안 열려요.”

“출석이 잘못 처리된 것 같아요.”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메일함을 일주일에 한 번만 열었던 게 화근이었을까.

뒤늦게 밀려온 메시지들 속에서

결석한 학생이 출석 인정 요청 메일을 보냈고

교수님이 이미 출석을 직접 처리하셨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죄책감이 물 밀듯 몰려왔다.

마치 내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게 만천하에 드러난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조교로서도, 대학원생으로서도 늘 뭔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나를 더 옥죄었다.

발표 신청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정작 발표 당일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회에 제출한 발표 신청서가 혹시라도 통과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더 크게 나를 흔들었다.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났다.


하루의 끝은 언제나 같았다.
연구실에서 코딩을 붙잡고 있다가

눈이 뻑뻑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져서야 겨우 노트북을 덮었다.
예전에는 하루 열 시간을 자던 내가

이제는 다섯 시간을 자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오히려 더 깨어 있어서 다시 걱정이 몰려왔다.
내일의 발표, 내일의 수업, 내일의 메일함.


결국 이번 주도 이렇게 끝났다.
나는 대학원생이고, 연구생이고, 조교지만,
무엇보다 만성 피로와 불안의 연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여운 존재였다.

누가 나를 보고 “열정적이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틀린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열정이 아니라 불안으로 굴러가는 존재였다.







수선화 도안.jpg


keyword
이전 29화대학원생으로 살기 : 27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