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막 오른 임원 인사 시즌…재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인적 쇄신'경기
본격 막 오른 임원 인사 시즌…재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인적 쇄신'
경기 침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대기업의 조직 개편 속도가 빨라졌다. 강도도 예사롭지 않다. 지금까지 임원 인사가 확정된 현대차와 CJ 사례를 보면, 키워드는 '파격'이다. 사상 첫 30대, 최초 외국인 CEO(최고경영자)가 등판하는 식이다.
남은 주요 그룹의 인사 코드도 파격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실적 악화에 빠진 대기업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신상필벌 차원의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전반에 실적 한파 우려가 덮치면서, 인적 쇄신으로 조직 슬림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종로 빌딩숲 ⓒ 시사저널 박정훈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빨라지고 강력해진 인사 코드
19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기업 가운데 삼성‧LG‧SK의 인사가 이르면 금주부터 내달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연말 임원 정기인사는 11월 말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게 관례인데, 이번에는 11월 중순부터로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평가다. 4대 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인사 시기가 빨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확정된 현대차그룹 사례를 보면, 올해 대기업 임원 인사 키워드는 '파격'이란 데 이견이 없다. 현대차는 호세 무뇨스 글로벌 CEO를 사장에 발탁해, 1967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CEO를 등판시켰다. 무뇨스 신임 사장이 현대차의 북미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만큼, 해외 시장 공략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읽혔다.
국내 주요 그룹인 CJ는 그룹 최초로 30대 CEO를 발탁했다. CJ그룹은 전날 2025년도 정기임원인사에서 CJ CGV 자회사 CJ 4D플렉스 신임 대표에 1990년대생 방준식 CJ CGV 경영리더를 내세웠다. 그룹 내에선 소규모 계열사 대표이지만, CJ그룹의 파격적 인사 키워드가 읽혔다는 분석이다. CJ그룹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향후 젊은 인재의 역할을 과감히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를 걷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 ⓒ연합뉴스
대규모 물갈이에 임원 '5분의 1' 감축설도
삼성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 사장단 인사 및 조직개편을 준비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 악화로 인해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상필벌'을 대원칙으로 DS(반도체) 사업부 수장 교체를 포함한 대대적 인사를 추진하고, 조직 혁신을 위한 외부 인재 수혈도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SK그룹은 이미 올해 초부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추진하며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사장을 교체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대표도 교체했다. 이에 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달 초 추가 인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임원 수를 전체의 20%가량 줄이는 고강도 쇄신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LG그룹의 경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주요 계열사인 LG전자를 중심으로 실적에서 선방한 데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내각 출범으로 주력 산업인 배터리 부문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구광모 회장이 '성과주의'를 키워드로 지난해부터 1970년대생 임원을 대거 앞세운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파격적 인사가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재계를 휩쓴 실적 한파 우려는 '희망퇴직 칼바람'으로 이어진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 LG헬로비전 등 LG 계열사가 회망퇴직을 시행 중이다. 특히 LG헬로비전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밖에 KT와 엔씨소프트, G마켓, SSS닷컴, 롯데온 등 산업계 전방위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실적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대규모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