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상대성이론 - 질량은 에너지이다 (마지막)
블랙홀 (상상을 초월한 밀도를 가진 별)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면, 에너지도 질량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E = m c² 을 다시 쓰면, m = E / c² 이다. 질량이 있는 곳에 중력이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가 있는 곳에도 중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 태양이 죽어가는 과정을 상상해 보자. 태양 같이 큰 별의 중심에는 매우 큰 중력이 작용한다. 그 중력은 태양 중심부에 매우 큰 압력을 만들고, 온도를 높인다. 온도가 1억 도 이상 올라가 플라즈마 상태가 되면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는 핵융합 반응이 시작된다. 핵융합 반응이 어느 정도 일어나서 수소가 소진되고 헬륨이 쌓이면 그 무거운 헬륨은 태양 중심부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아직 수소가 남아 있는 곳을 향해 핵융합 반응은 점점 외곽 쪽으로 이동한다. 핵융합 반응에서 내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표층으로 이동할수록 태양의 부피는 점점 커진다. 현재 부피의 몇 백 배로 크기가 커지면 온도가 낮아져 표면에서의 핵융합 반응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표면 온도도 매우 낮은 적색거성이 된다.
표면층으로부터 시작되는 중력에 의한 압력이 핵융합 폭발에 의한 팽창에너지 보다 커지면 이때부터 태양은 수축하기 시작한다. 수축하는 과정에서도 중심부에서는 계속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수축하려는 표면과 팽창하려는 내부가 충돌하여 충격파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수소가 모두 소진되어 더 이상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태양 전체에 분포되어 있던 마지막 수소까지 모두 소진되면 중력에 의한 수축이 일어나면서 부피가 감소하고 밀도가 증가하게 된다. 태양의 직경은 점점 작아지고 중심부의 압력은 점점 증가한다. 직경이 감소된 태양의 표면은 더 큰 중력을 받게 되고 중심으로 수축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태양 내부로 향하는 중력에 의한 압력이 최대치로 증가하면 원자 단위의 붕괴가 일어난다.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에서 압력에 의한 에너지는 사실 질량과 같다. 이는 추가의 중력장을 만들어 내고, 이 중력에 의해 별은 더욱 수축하게 된다. 별의 크기에 따라 (별이 원래 보유하고 있던 질량에 따라) 태양 정도 크기의 별은 백색왜성이 된다. 원래 직경의 1/100 크기로 줄어든다. 태양의 1.1 배에서 3 배 정도 크기의 별은 중성자별이 된다. 어마무시한 중력에 의해 양(+) 전하를 가진 양성자와 음(-) 전하를 가진 전자가 합쳐지면서 모두 중성자로 변하고, 이 별에는 중성자만이 살아남는다.
만약 태양보다 5배 이상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면 중성자별을 지나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은 중성자마저 붕괴되어 크기가 아주 작고 질량이 매우 큰 별이다. 블랙홀 주변의 중력장은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이 중력장의 크기는 일반적인 항성(별) 주위의 중력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도로 밀집되고 응축된 중력의 끝판왕쯤 된다. 이 중력장은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질량이 있건 없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공간의 휨 때문이다. 빛조차도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다. 이 고밀도의 천체를 블랙홀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빛 조차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반사되는 빛이 없으므로 우리는 블랙홀을 육안으로 볼 수가 없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약 450만 배나 되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고 한다.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를 포함한 8개의 행성들이 공전을 하는 것처럼, 이 블랙홀을 중심으로 우리 은하를 이루는 수천억 개의 별들이 공전을 한다. 태양계도 그중에 하나이다. 이렇게 거대한 블랙홀은 은하 단위의 수천억 개의 별들을 자신의 중력권 안에 잡아두고 공전하게 할 수 있다.
일반 상대성이론
일반 상대성이론을 깊이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특수 상대성이론과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본 개념만 살짝 맛보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특수 상대성이론은 중력과 가속도가 없는 그야말로 관성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나 이 우주 어디에도 중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며, 힘이 작용하는 곳에서는 항상 가속도 운동이 일어난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가속도계에서도 상대성이론을 적용하고자 하였다. 그가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다.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은 같은 것인가?'
중력질량이란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에서 나타나는 질량이다. 질량 M과 m은 r의 거리에서 서로 F의 힘으로 끌어당긴다는 것이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F = G M m / r²
관성질량이란 작용하는 힘에 저항하는 질량이다. 힘과 가속도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질량이다. 질량이 크면 클수록 가속시키기 어렵다.
F = m a
그렇다면 뉴턴 자신의 힘과 가속도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질량은 만유인력의 질량과 동일한 것인가? 우리는 두 질량이 동일한 물리량이라는 것을 알고, 위 두 식을 이용하여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의 속도를 구한 바 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조금 더 심각한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을 통해 중력장과 가속도계는 서로 구별할 수 없으며, 중력이 미치는 공간에서는 질량이 없는 빛조차도 휜다는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에 도달한다.
그림. 가속도 운동을 하는 상자 안의 관측자와 상자 밖의 관측자
중력이 미치지 않는 우주 공간에 엘리베이터 크기의 상자가 있다고 하자. 그 안에 관측자 A가 타고 있고, 관측자 B는 그 상자 밖에서 관측자 A를 지켜보고 있다. 이 상자는 밖에서만 안이 들여다 보이고,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다. 이 상자는 위쪽 방향으로 가속도 g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기서의 g는 지구 표면의 중력가속도이다. 상자 안의 A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무중력 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중력이 작용한 것처럼 느낄 것이다. 발 밑에 있는 체중계에 올라갔더니 A의 몸무게가 표시되었는데, 이 값은 지구에서 쟀을 때와 동일한 체중이었다. 상자 밖의 상황을 알 수 없는 A는 그가 지구에 있다고 믿고 있다.
이번에는 상자 옆에 작은 구멍을 뚫어 빛의 광자 알갱이가 통과할 수 있게 만들어 보자. 상자 밖의 B가 보기에 빛은 항상 직진하고 있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상자 안의 A가 보기에 광자 알갱이는 아래 방향으로 휘고 있다. 휘는 양이 작아서 그렇지 유한한 속도를 가진 빛은 분명 아래 방향으로 휜다. 이로써 상자 안의 A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지구의 중력에 의해서 빛이 휜다.'
그림. 상자 안에서 빛이 휘는 그림
뉴턴 역학 하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받으려면 그 대상도 질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영향은 만유인력에 의해 생기는 게 아니라, 4차원 시공간 자체가 휘어서 생기는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중력은 공간의 휨이고, 질량을 가지는 모든 물체의 주변 공간은 휜다. 빛은 휘어진 공간을 최단시간의 경로로 진행할 뿐이다. 공간이 휘어졌다는 말은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4차원 시공간이 곡률을 갖는다는 것은 3차원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렵다.
상대성이론은 우리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시간 지연이나 길이의 수축을 경험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현재까지도 계속 검증되고 실증되고 있다. 입자가속기라고 불리는 거대한 장치 속에서는 아주 작은 입자들이 광속에 가깝게 운동한다. 이 매우 작은 입자를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키는 데는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주 작은 입자라도 광속에 가깝게 가속되면 될수록 그 질량이 매우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매우 흔하게 사용하는 GPS도 상대성이론을 적용해야만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GPS는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3개의 인공위성에서 쏘아 보내는 신호를 받아 위치를 계산한다. 그런데, 지표의 중력과 위성 궤도의 중력이 차이가 나며, 지표에서의 중력이 더 크므로 시간이 더 천천히 간다. 중력에 의한 시간의 상대성을 고려하여 인공위성의 시계를 보정해 주지 않으면 GPS로 추적한 물체의 위치 오차는 1km 이상이 될 것이다.
필자는 중학생 시절 상대성이론을 처음 접하고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상대성이론은 인간의 이성이 창조해 낼 수 있는 최고의 가정이며 논리였다. 단지 머릿속 사고를 통해서만 얻어진 인간의 승리였고 역사적 결과였다. 이때부터 나의 꿈은 이론물리학자가 되었다. 대학 진학을 목전에 둔 고등학교 3학년 중반까지만 해도 필자의 진로는 무조건 물리학과였다. 아인슈타인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었고, 머리가 특별히 좋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소위 천재라는 선망의 대상을 두고 그를 닮아가고자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천재는 말 그대로 하늘이 주신 능력이었다. 필자는 그러한 능력을 타고나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었고,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그 레벨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침내 범인이 그럭저럭 헤쳐나갈 수 있는, 물리학과 그나마 근접한 학문인 공학을 선택하였고, 그 덕에 대기업 연구소를 거쳐 엔지니어링 업무를 지금까지 계속하며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물리학을 선도하는 것은 천재지만, 물리학을 즐기는 것은 범인도 할 수 있다. 단지, 물리학에 대한 관심만 있으면 된다. 세상의 이치를 궁금해하는 호기심만 있으면 된다. 필자는 물리학 전공을 포기하기는 했으나 즐기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 글이 범인들과 함께 물리학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 상대성이론
특수 상대성이론은 다음의 원리를 기반으로 시공간의 상대성을 탐구한 이론이다.
1. 등속 운동하는 모든 관성계에서는 동일한 물리 법칙이 성립한다
2. 빛의 속도는 움직이거나 정지해 있는 광원 또는 관측자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광속 불변의 원리)
일반 상대성이론은 다음의 원리를 기반으로 시공간의 왜곡과 물리 현상을 탐구한 이론이다.
1. 모든 가속도계에서도 동일한 물리 법칙이 성립한다
2. 중력 질량과 관성 질량은 동등하다 (등가 원리)
특수상대성 이론은 1905년에 발표되었고, 그 10년 뒤인 1915년에 일반상대성 이론이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