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소위 ‘작가’라는 타이틀을 준다는 말에 혹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말하고 싶었던 물리학과 수학에 대한 이야기가 내 글의 주된 주제였다. 물리학과 수학에 관한 이야기들은 내 삶을 통틀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의 정체성과도 같은 것들이다. 사람들이 자연 현상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돕고 싶었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러한 학문적 유희만으로 내 글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더 하고 싶고 해야 되는 말은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끼리의 반목과 분쟁, 지배와 억압, 폭력과 굴종 등 이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나쁜 현상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다. 이런 현상들을 개인적인 범위로 좁혀버리면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는 말로 얼버무려 버리면 이 것은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축소된다. 이를 개인적인 문제로 축소시키기에는 이 나라에 너무 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가치의 문제와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숨어있다.
내 개인적인 삶을 볼 때는, 어쩔 수 없이 고착된 사회 구조라 치부해 버리고 그냥 입 닫고 살아가는 편이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아이가 살아갈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면 지금 이 부조리를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다. 사회의 기성세대로서 제대로 된 사회 문화와 제도를 후대에 물려주지 못한 죄책감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고통과 불행 속에 던져지고 사회와 기성세대를 원망하며 커가는 것을 볼 자신이 없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가 불편할 것이다. 그러한 글을 읽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주제가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올라야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이 가능하다. 모두가 꺼내기를 불편해하면 그 주제는 계속 저 심해에 가라앉아 있을 것이고, 올바른 방향으로의 변화는 우리에게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불편한 주제들을 조금 더 꺼내보려 한다. 우리 모두는 이 사회가 정의롭고 평등하며 개인을 행복하게 해 줄 최소한의 기본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그 세상을 향하여 반 발자국이라도 나아가는 데 나의 글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