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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수필집 1 03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민주 시민의 자질

by Neutron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1979년 신군부가 쿠테타를 위해 비상계엄령을 내린지 45년만에 또다시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향해 총칼을 겨누었다.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창피함이다. 외신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비아냥거렸다. 대한민국이 입은 경제적 피해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환율은 치솟았고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원화 환전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 동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피를 흘리며 싸웠고, 마침내 이 땅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이 땅에는 아직도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했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를 교육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껍데기만 입은 파시즘이 이 나라를 뒤덮고 있었다. 민주적 양심과 자질을 갖춘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이 소수의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가까스로 민주주의를 지켰던 것이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사람들의 비율이 크면 민주주의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런 사람들의 비율이 작으면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정치 지도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민주적 양심과 자질은 무엇을 말하는가? 민주적 양심은 남을 배려하고 나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지 않는 것이다.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지루하고 험난해도 충분히 토론하고 설득해야 한다. 남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주의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 민주적 자질은 비판정신과 정치인들에 대한 관심이다. 미디어의 프로퍼간다에 속지 않고 팩트를 볼줄 아는 안목을 가져야 하며, 정치인들이 잘하면 박수를 치고 못하면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지역이니까 같은 학교 출신이니까 표를 주면 안된다. 그 정치인의 생각이 민주적이고 국민을 위해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볼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역량은 순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오랜 기간의 교육을 거쳐야 얻어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시스템 안에는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 없다. 대학입시라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무한경쟁을 시킨다. 이 한줄서기에서 뒤쳐진 아이들은 낙오자 취급당한다. 쓸모 없는 지식을 묻는 모든 문제에 모든 정답을 알고 있어야 줄의 맨 앞에 설 수 있다. 비판정신 같은 건 없어도 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또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남을 누르고 올라서야 내가 산다는 것만 배운다.


지금 대통령은 이 경쟁에서 맨 앞줄에 서있었다.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을 매우 충실히 따랐던 사람이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우리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막대한 권한을 쥐어주었다. 마치 어린 아이에게 날카로운 칼을 쥐어준 것과 같다. 사실 이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약 2년 전에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 사람에게 표를 주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내가 표를 주어야할 정치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과거의 행적부터 현재의 행보와 의식까지 모든 것을 찾아보고 판단한다. 이 사람이 민주적 양심과 자질을 갖추었는 지 제일 먼저 판단한다. 아무리 학력이 높고 인물이 좋아도 이것들은 판단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2년 전에 내가 판단한 지금의 대통령은 자질 미달이었다.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단지 현재 집권당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금의 대통령에게 표를 주었다. 그들은 이전 정권에서보다 더 힘들어진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으며, 자격미달인 정치인에게 표를 준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민주 시민의 자질에는 정치인을 보는 안목과 그 정치인을 모니터링 하는 노력이 포함되어 있다. 정치를 멀리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모든 구성원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오늘의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 학교, 우리 교실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한다. 비판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나와 내 자식들이 살아갈 이 땅에 국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물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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