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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왜 종파일까?

전단력을 전달하는 매질

by Neutron

파동은 에너지의 전달이다.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인데 파동으로 전달되는 에너지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땅을 매질로 전달되는 지진파는 건물을 부술 정도로 큰 에너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빛과 같이 스스로 매질을 만들며 진행하는 파동을 제외하고, 소리나 파도, 지진과 같은 파동은 반드시 매질이 있어야 하고, 매질을 통해서만 전파된다. 파동의 실체는 매질의 떨림이다. 매질의 떨리는 에너지가 이동하며 전파되는 것이다.


매질의 성질에 따라서 파동의 전달 형태가 달라진다. 만약 매질이 긴 줄이라면 줄의 길이 방향으로 전달되는 파동은 횡파일 수밖에 없다. 횡파는 파동의 진행 방향과 매질이 운동하는 방향이 서로 수직인 파동이다. 채찍을 위아래로 크게 흔들면 그 파동은 위아래가 아닌 앞으로 진행한다. 긴 줄을 길이 방향 앞뒤로 아무리 흔들어 대도 파동은 만들어지지 않으며 줄을 따라 이동하지도 않는다. 긴 줄을 따라 전달되는 파동은 횡파의 대표적인 예이다. 반대로 종파는 파동의 전달 방향과 매질의 운동 방향이 같다.


횡파는 매질의 전단 응력(Shear Stress)을 통하여 전달된다. 전단 응력이란 전단력을 힘이 작용하는 면적으로 나눈 값이다. 전단력이란 물체에 서로 반대 방향의 힘을 주어 물체를 찌그러뜨리려는 힘이다. 손빨래를 할 때 오른손과 왼손으로 빨래를 잡고 서로 비빈다. 이때 빨래에 전달되는 힘이 전단력이다. 모든 힘은 작용과 반작용이 있어 커플로 작용한다. 전단력은 압축 또는 인장력과 구분된다. 압축 또는 인장력은 작용력과 반작용력이 동일 선상에 위치한다. 그러나 전단력은 작용력과 반작용력이 일정 거리를 두고 어긋나서 작용하는 힘이다.


횡파가 진행하려면 물체가 전단 응력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액체는 점성이 있으므로 전단 응력을 일부분 전달할 수 있다. 파도나 너울 등이 액체가 전달하는 횡파의 예이다. 물 분자들이 운동하는 방향과 파도나 너울이 진행하는 방향은 서로 수직이다. 그럼 공기는 횡파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공기와 같은 기체 분자들은 서로에 대한 구속력이 극히 작고, 점성 또한 매우 작다. 그래서 전단 응력이 거의 작용하지 않는다. 공기를 매질로 횡파를 전달하기는 매우 어렵다.


소리의 음원은 구조물의 떨림이다. 우리는 성대라는 구조물을 몸 안에 가지고 있다. 성대가 떨리면서 공기를 진동시킨다. 공기는 전단 응력을 전달하지 못하고 압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종파의 형태로 진동한다. 공기가 가득 차있는 공간에서는 어디든 이 종파가 전달된다.


그렇다고 소리가 종파로만 전달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매질이 바뀌면 소리의 전달 형태도 바뀐다. 어렸을 적 많이 가지고 놀았던 실 전화기를 예를 들어 보자. 실은 종파를 전달할 수 없으므로 실을 통해 전달되는 소리는 횡파이다. 또, 기차가 다니는 시골 철길에 귀를 대 보면 멀리서 기차 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때 전달되는 소리도 철이라는 매질을 따라 전달되는 횡파이다. (철도 종파를 전달할 수 있으나, 그 주파수가 매우 높아야 한다. 철이 횡파로 진동하는 주파수가 우리 목소리의 주파수와 더 가까우므로 소리는 횡파로 전달된다.)


요약하면, 소리가 공기 중에서 전달되면 종파이고, 실과 철 같은 고체 매질에 의해 전달되면 횡파가 된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우리 귀의 고막을 진동시키는 소리의 파동은 공기에 의한 종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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